찰나의 순간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이었는지 깨닫는 행운
어렸을 때, 하고싶은 이야기에 음을 붙여 흥얼거린 경험, 나는 그것이 진짜 노래라고 생각을 한다.
마음 속의 이야기가 음의 옷을 입고 입 밖으로 나오는 것.
모두가 만들 수 있고, 부를 수 있는 마음의 소리.
그런데 왜 어른이 된 이후에는 일기는 커녕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는 것조차 쑥스럽고 어려울까?
잘해야 한다는 강박,다른 사람이 비웃으면 어쩌지 하는 괜한 걱정,내 진짜마음을 들킬까 하는 방어
그러나 노래는 우리모두 가장 쉽게 행복해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내 이야기를 가장 아름답게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고.
물론 누구나 음악가가 되고 전문가가 될 수는 없겠지만
오선지 위의 음들이 각자 다른 소리를 내기에 하모니가 만들어지듯이,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만의 이야기로 각자의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
우리는 다른 이의 노래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을까.
또 그만큼 세상이 더 반짝 빛날거라 믿는다.
스무살 때 우연한 기회에 작사가로 시작해 싱어송라이터로 활동을 하며
영화음악,공연등 음악감독으로도 많은 일을 해오고 있지만 나는역시, 스무살부터 반평생을 해온 '작사가'로써의 일이 가장 설레고 즐겁다.
지금도 아침에 눈을 떠서 잠이 들기까지 적어도 하루에 한편은 쓴다.
그것은 한줄일 때도 있고, 장문의 산문일 때도 있고, 단지 한 단어일 때도 있지만,
매일,쓴다.
주변에서 그 비결이 무엇이냐고 자주 물어보는데, 비결은 없다.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을 노래로 치환하는 습관같은 것일뿐.
두 시인이 밥을 먹는데 노을이 아름답게 지고 있다.
'아..노을이 정말 아름답네요'
그러자 다른 한 시인이
'밥먹는데 일 얘기 하지 맙시다' 했다는 일화가 있다.
어쩌면 나는 밥 먹는데도 일생각을 한다.^^*
아. 이 바다향은 일곱살 때 낚시터에서 아빠가 끓여준 매운탕 맛이야. 하며 그 시절의 공기가 살아난다.
그렇게 그날의 날씨와 입었던 옷이, 내 표정이, 날아다니던 잠자리가 그려진다.
노랫말을 쓴다는 것.
그것은 내 마음 속 깊이 숨어있는 한장의 사진을 오래오래 간직하는 방법이며
그 찰나의 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었는지 깨닫는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