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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동희 Dec 24. 2019

풀빛이슬냄새 새벽별들이 쉬어가는 곳

자기가 쓴 가사들 중에서도 특별히 좋아하는 글이 있는데
이 노래도 그렇다.

작사:조동희 | 작곡:이상순 | 편곡:조동익 |

노래:장필순


<집>

풀빛 이슬냄새
새벽 별들이 쉬어 가는 곳
저기 날 부르는
조그만 대문, 느린 그림자

거친 손끝에는
향기로운 그대의 멜로디
멀리 불어오는
바람의 노랠 가슴에 담네

음-이제는 잃을 것이 없어요
내마음에 수많은 돌 던져대도
쓴웃음 하나 그리고 말걸

우리 어렸기에
무지개빛만을 쫒았지만
이제 곁에 있는
그대의 웃음으로 하루가 가네

-


제주도에 가면 난 늘 설레인다.
아름다운 바다와 나무 때문이기도 하지만,
친정과 같은 오빠의 집 정원에서  ‘옛날의 나로 돌아간 듯한 쉼’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빠가 십년을 정성스레 가꿔 그 자신을 닮은 정원.
그동안 무성히 자란 수많은 풀들의 이름을 알려주며,즉석에서 꺾어 시식을 시켜주는 오빠의 검게 그을린 얼굴을 보면 일종의 안도감이 든다.
그야말로, ’행복’해 보여서.


그 후엔 작업실 의자를 내주며 작업한 곡들을 들려주곤 하는데 그 시간이 참 좋다.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 이상순이 필순언니에게 선물한 곡을 들려주었고 그 곡에 가사를 써달라고 했다.

곡을 듣는동안 난 그만 스르르 눈이 감겼다.
느림과 여운,비움과 채움같은 것들이 좁은 길위에 그려졌다.
상순이는 이미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는걸까.


내가 <원더버드>라는 밴드를 할 시절 상순이는 <롤러코스터>라는 밴드를 하고 있었다.
나보다 한살 어린데 몇배의 연륜이 있는듯한 기타리프,감각.
우리 팀의 기타리스트였던 신윤철오빠는 항상 상순이를 칭찬했다.

내가 음악활동을 쉬다가 다시 솔로앨범을 냈을 때  어느 공연장에서 만난 상순이는 반갑게 반기며

“누나,기타 필요하면 언제든지 얘기해요. 제가 해줄께요.대신 누나 가사 좋아하니까 나중에 가사 좀 써줘요~”

라고 살갑게 얘기해주었고 말만으로도 나는 천군만마를 얻은듯 든든하고 고마웠다.
그런 상순이가 어느날 공연장에 여자친구를 데리고 왔다.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이효리였다.
너무 놀랐지만, 직접 만나본 이효리는 그냥 십년 알고지내던 친한 동생같았다.

“효리야, 동희누나야”
“어머,언니~안녕하세요~`?”

난 걔가 참 예뻤다.
웃는 것도 예쁘고 다정한 것도 예쁘고.
낯가림이 심한 우리 주변 사람들도 금세 효리의 환한 에너지에 매료되었다.

그런 인연으로 효리 5집앨범에 <누군가>라는 가사를 썼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보면서
‘이 아이는 참 맑다’ 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순이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었다.
하지만,그들이 결혼을 하여 제주시골에 살게될 줄은 몰랐다.

미디어에서도 자주 밝혔지만 그녀는 어려운 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면 어디선가 목소리를 내곤 한다.
어린 나이에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가져도 보고, 잃어도 보며, 그 기쁨만큼 얼마나 많이 슬프고 얼마나 많이 아팠을까.
그래서인가,효리는 현명하다.
사람이 살아가며 중요한 것이 뭔가를 스스로 터득한 듯 보였다.
그리고 그걸 선택하고 책임을 지고 즐기며 산다.

언젠가 제주도 공연장에,  화장기 하나 없이 제주아낙같은 모습으로 대기실에 스윽 들어서던 모습.
상순이와 함께 까르르 웃던 소박한 모습.
너무 예쁘고 부러워서 한참을 보다가 내가 물었다.

“효리야,너흰 정말 안싸우니?”

“응.우린 안싸워요~”

사랑하는 사람.
같이 살면 분명 실망이 수반된다.
하지만 내가 처음 좋아했던 모습을 계속 좋아하면 된다.
'상대방에게서 포기해야 할 것'으로 서로를 괴롭히지 않는다.
그들은 그래보였다.

눈부신 조명보다 은은한 달빛아래
바람의 노래를 가슴에 담으며.
서로의 집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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