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

by jiwu

연말이 되니 연락 안 하고 지낸 친구들이 생각난다.


뉴욕타임스가 추천한 어린이 그림책 《조지와 마사》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두 하마가 친구로 나오는데, 추천사를 읽으니 이게 어린이 책이 맞나 싶다.


한 에피소드에서 마사가 조지한테 완두콩 수프를 대접한다. 문제는 조지가 완두콩 수프를 싫어한다는 거다. 그런데 마사가 너무 좋아하니까 차마 말을 못 하고, 몰래 신발에 수프를 부어버린다.


당연히 들킨다. 그때 마사는 친구라면 솔직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도 비슷하지 않나. 상처 줄까 봐, 분위기 깰까 봐 말 못 하고 넘어간 적이 많다.


조지와 마사는 친하지만 늘 붙어 있진 않는다. 다른 에피소드들을 보면,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일로 다투기도 하고, 만나고 싶은 타이밍이 안 맞아서 서운해하기도 한다. 잠깐 말을 하지 않고 지내기도 한다. 근데 금방 다시 만난다. 혼자 있는 게 더 심심해서.


어릴 땐 이게 쉽다. 싸워도 다음 날 학교에서 또 만나니까. 어른이 되면 달라진다. 바쁘다는 핑계도 있고, 자존심도 생기고, 굳이 먼저 연락할 필요 있나 싶기도 하고.


나이 먹을수록 느끼는 게 있다. 인생에서 정말 기억에 남는 순간들은 특정 사건보다 특정 사람과 나눈 대화에서 나온다는 것. 무슨 일이 있었는지보다, 그때 누구랑 있었는지가 더 오래 남는다.


연말이 되면 우리는 자꾸 관계를 정리하려고 한다. 누가 남았고, 누가 멀어졌고, 올해는 어땠고. 근데 우정은 결산하는 게 아니다. 계속 이어가는 거다.


완벽하게 솔직하지 못했어도, 가끔 혼자 있고 싶었어도, 실수로 상처 줬어도, 그래도 다시 안부 물어보는 것. 조지와 마사처럼.


좋은 친구는 늘 기분 좋게 해주는 사람만은 아니다. 불편한 진실도 말하게 하고, 못난 모습도 보여도 괜찮은 사람이다. 그래서 우정에는 긴장과 웃음이 함께 있다.


신발 속에 완두콩 수프를 몰래 붓던 조지가 다시 떠오른다.


나도 그렇게 살아왔다. 그래도 여전히 생각나는 친구들이 있다면, 그게 답인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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