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는 단순히 과거로 돌아가려는 욕망이 아니다. 삶이 지금보다 순수하고 따뜻했으리라 상상하는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다.
책장을 정리하다 오래 전 번역 공부를 시작하던 시절 읽었던 이론서를 다시 펼쳐봤다. 책장을 넘기자 형광펜 자국과 메모가 눈에 들어왔다. 다시 보니, 그땐 보이지 않던 문장들 사이의 여백이 보였다. 세월이 흐르며 그 의미도, 내가 담아내고 싶은 이야기도 달라졌다.
연말이면 우리가 과거를 떠올리는 이유도, 어쩌면 한 해 동안 쌓인 피로를 온기 어린 기억으로 달래려는 본능 때문인지 모른다. 향수란 결국 더 나은 내일을 꿈꾸기 위해 잠시 머무는 마음속 쉼터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