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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쌍 Jul 31. 2023

[사장하기 싫다 #1] 현금영수증 발급 유통기한?

[사장하기 싫다 #1] 초보사업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세무 에피소드



2021년 추석 연휴 전날 저녁이었다.

관할세무서에서 전화가 왔다.


"2021년 0 00일에 받으신 비용에 대한 현금영수증이 누락되었다는 신고가 있어 연락드렸습니다"


나는 세법은 잘 모르지만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는 적이 없기에 매우 당당하게 말했다.


"전 모든 현금영수증을 발급해 왔습니다" 





당당하게 말했지만 사실 어리둥절하고 뜻밖이었다.

인테리어 & 리모델링 사업체를 창업한 이 너무나도 정직하게, 그리고 당연하게 모든 현금계약에 대한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였기 때문이다.


7개월 전 즈음이라 하여 시 계약상황들에 대한 기억을 더듬었지만 딱히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단 한 번도 현금영수증 발급을 누락한 적이 없으니 다시 확인해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라고 당당하게 말하자 관할 세무서 담당자가 되려 당황하는 듯했다.


"그럼 다시 확인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통화는 종료됐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나는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씩씩거렸다. 누군지 확인만 된다면 허위신고로 되려 내가 신고해야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밤잠 못 자고, 못 먹고, 주말도 없이 못 쉬어가며 온몸을 갈아 넣어 일하고 있는 세무 무지렁이 소상공인 자영업자이며 너무나도 투명하고 선량한 납세자가 바로 나이거늘, 이런 전화를 받다니 정말이지 억울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고, 나는 다시 한번 현금영수증 발급여부를 일일이 대조했지만 누락된 계약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물론 당당한 한편으로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만약, 고의였든 실수였든 누락한 건이 있었다면 분명 가시밭길을 경험했으리라는 생각이었다. 나는 두 다리 쭉 뻗고 마음 편히 추석연휴를 보냈다.


이후 연휴가 끝나고 관할 세무서 담당자라며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의 설명을 통해 민원인은 누구이며, 어느 계약건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리모델링 공사가 끝나고, 입주 당일 이삿짐업체가 꺾어놓은 에어컨 동파이프 배관을 인테리어업체가 책임지고 배상하라고 우겨대는 통에 전날 훈훈한 분위기로 현장인수인계 당시 찍었던 사진 등을 증거로 책임이 없음을 증명하며 논쟁했었던 현장이었다. 물론 그런 이후로 서로 감정이 좋았을 리가 없었다.





어쨌거나 현금영수증은 발급되었으니 문제가 없지 않냐를 세무서 담당자와 확인하던 중에 너무나 중요한 사실을 확인하게 이르렀으니... 그것은 바로


"현금영수증을 5일 이내에 발급하지 않으셨네요?"


였다.


"네?"라고 되묻는 순간부터 솔직히 나는 아껴왔던 멘털이 순간에 무너짐을 느꼈다.

그 이후 세무공무원의 훈계하듯 이어지는 설명(?) 혹은 엄한 가르침 또는 제3자스러운 실무자 화법을 듣는 동안 귀에는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았다. 내 머릿속에서는 빠르게 당시 내가 왜 그랬는지를 파악해야 했다. 실무자의 훈계가 마무리되었을 즈음 나는 정리된 내용을 하나씩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 알겠네요. 왜 그랬는지 알겠어요. 3월 그 당시 현장이 많아서 너무나 바빴었지요. 하루 평균 여 통의 전화통화를 했어요. 그 전화들을 받아야만 일이 되니 피할 수 없었죠. 정말이지 너무나 바빠 직원들이 퇴근하고 아무도 전화를 하지 않는 저녁부터 새벽까지 설계하고 발주하고 나와 새벽 다섯 시까지 다섯 개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청소를 했어요.


비를 맞아가면서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여러 현장을 바삐 다니며 남은 자재를 치우고, 정리하고 청소를 해야 다음날 현장이 돌아가는데 문제없으니까 정신없이 그렇게 닥치는 대로 일할 때였죠.


그러고 나면 집에 가서 씻고 한 시간 눈 붙이다가 아침 8시에 나오는 하루를 매일 같이 한 달을 넘게 살았었어요. 그러다 3월 말에 세 개 현장이 마무리되면서 여유가 생겼고, 차분히 앉아 밤늦게 정산을 하며 현금영수증도 발급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런데 5일 이내라니요? 기한이 있었다고요?"


라고 정성껏 질의(!!)하자 세무서 담당자 공무원은 묻는다.


"현금영수증은 현금을 받은 지 3일에서 5일 이내에 발급을 하셔야 됩니다. 그 기간이 지나면 과태료 대상입니다. 모르셨어요?"


나의 대답은 물론 '네, 몰랐습니다'였다. 정말이지 태어나 처음 들어보는 세법(?)이었다. 그러자 담당세무공무원은 '아니, 그렇게 중요한 걸 모르셨단 말이에요?'라고 되묻는 통에 말문이 꽉 막혀 버렸다. 알았든 몰랐든 어쨌든 과태료가 나올 것이라는 세무공무원의 말에 온몸에 힘이 다 빠져버렸다. 죽도록 일한 결과가 이것인가 싶은 좌절감에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나의 지난 시간들이 무식했다. 편안한 직장생활만 해 오다가 육아휴직 후 퇴사하고 집에서 육아하던 여자가 열심히 배웠지만 경험도 없이 무턱대고 창업이라고 해 놓고는 세무가 뭔지 알지도 못한 채 겁도 없이 월평균 몇 억 매출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한 세무 에피소드는 다음에 자세히 기록하기로...)


게다가 평소 '나는 숫자를 싫어해요'라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자질 없는 오너였나 탄식했다. 하지만 한가하게 자아비판을 하고 있을 시간도 에너지도 없었다. 정신을 차려 세무공무원과 지속적인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나는 긴 대화 끝에 물었다.


"처음 사업자 등록을 하고 사업자등록증을 받을 때까지 모든 것은 너무나 쉽고 간편했어요. 그런데 그때 이렇게 중요한 세무기초&필수상식에 대해 초보창업자를 위한 소정교육이라도 하고 난 후에 사업자등록증을 발급해 주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사업자등록증은 그렇게 쉽게 내어주면서 단 3~5일만 지나도 어마어마한 과태료를 내야 하는 이 엄청나게 중요한 세무필수 정보에 대해서는 세무서에서 왜 어느 누구도, 단 한마디도 해 주지 않았던 거죠?"


"죽도록 일을 하느라 밥은 굶기가 예사고, 잠은 한두 시간밖에 못 자며 고강도 업무에 시달리는데, 이런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현금영수증을 고의로 누락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늦었지만 자진신고를 했고, 그것은 이미 6~7개월 전에 있었던 일인데 어느 정도는 참작이 되어야 하지 않나요?"




그 이후 나와 여러 통화가 이어지는 만큼 세무서 담당자는 민원을 넣은 신고인과도 여러 통화를 했다고 했다. 그리고 결론은


1. 기한 내에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잘못이며 과태료 대상이다.


2. 럼에도 현금영수증은 한 달이 늦었지만 발급이 되어 있었고, 그것을 민원을 제기한 시점에는 이미 현금영수증이 발급된 지 7개월이 지난 뒤였다.


3. 민원인에게 현금영수증 발급이 안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7개월이 지난 이제 와서 신고한 본인에게 달라질 게 없는데 민원을 철회하는 것이 어떻겠냐 설득하였다.


4. 결국 아무런 실익도 없는, 굳이 유지하겠다는 명분이 없는 민원은 철회되었다.


5. 원칙적으로는 과태료 대상이지만, 민원도 철회되었고 하여 이번에는 계도로 마무리 짓겠으, 앞으로는 꼭 3일 이내 현금영수증 발급을 잊지 말고 하셔야 한다.


로 정리되었다고 세무공무원은 알려왔다.


그 순간, 뇌세포들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느끼며 진정성이 통했음에 안도했다. 앞으로 이와 같은 경우를 반복할리 없으며, 절대로 이 순간을 잊을 리 없을 거라고 ooo주무관에게 거듭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① 「소득세법」제162조의 3 제4항, 「법인세법」제117조의 2 제4항에 따른 의무를 위반한 자에 대해서는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아니한 거래대금의 100분의 50에 상당하는 과태료를 부과한다.



리모델링 공사금액 단위 자체가 큰 나의 사업장의 경우라면 과태료 자체의 존재만으로 현금영수증의 중요성은 놀라운 것이었다. 그랬더라면 현금영수증 의무발행 사업장 스티커 밑에 [5일 이내 꼭!]이라는 문구라도 함께 기재했었어야 하는 게 아니었는가 하는 아쉬움도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세무서 담당주무관을 잘 설득했던 비결은 당당함을 잃지 않고 억울함을 토로한 진정성이 전부였다. 다만, 과태료 징수보다는 계도에 목적을 두고 문제를 해결하 중간에서 애를 써 준 것에 대해 너무나 감사했던만큼 제대로 된 초보사업자를 대상으로 홍보(?) 또는 제대로 된 세무기초필수교육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다 끝난 일을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글로 쓰는 이유는 이 에피소드를 말할 때마다 듣는 이들의 절반 이상은 '아, 그랬어요?' 또는 '몰랐어요'와 같은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나와 같은 웃픈 상황을 피해 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는지도 모른다.


그 당시 나는 초보 창업자가 겪어야 하는 수많은 어려움, 정말이지 일하기도 바빠 조금의 시간여력도 되지 않는 소상공인/자영업자/초보사업자의 비애를 수많은 사건사고를 통해 온몸으로 겪으며 내 일을 덜어줄 수 있는 경리직원이 필요하다 판단했다. 그로부터 3개월~6개월 후에 나에게 닥칠 어마어마한 어려움에 대해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천진한 모습으로 말이다.


다음글에서 [사장하기 싫다 #2] 이어집니다.



이 글은 브런치북 [사장하기 싫다]에 소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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