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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쌍 Dec 12. 2021

건축도장기능사의 도장 마감 인테리어 성공기

리모델링 & 인테리어를 준비하며 취득한 자격증의 가치!


주거공간을 전문으로 하는 인테리어 업체를 창업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지나온 지 일 년 하고도 3개월이 더 지났다. 아직도 험난하고 고된 고생길이 뻔한 미래를 마주하고 서 있지만 두렵지 않다. 하나씩 나아지고 있는 나 자신을 볼 때마다 자신감이 생기고 조금씩 수월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어서다.


아직도 온전한 조직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도,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아 투자해야 하는 시간도 난제를 거듭하는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괜찮다. 어차피 넘어서야 할 과정이니 고통스럽더라도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모든 것은 차차 나아지고 자리를 잡을 것이라 마음을 되새긴다.


존버 하는 배경에는 현장 일이 재미있다는  동기부여가 있다. 큰 어려움 없이 잘 풀리는 현장에서 짜릿한 쾌감도 느껴보고 만족하고 감동하는 고객의 모습에서 성취도 느껴보면서 모두가 말리는 '사서 하는 이 고생'이 보람되고 또 보람된 일상이라 말이다.


최근에 끝난 현장은 손수 정성을 쏟아 온전한 작업을 완성한 작품이 있었다. 이를 위해 거의 닷새를 다른 일을 못하고 매달렸다지만 직접 완성해내는 보람과 기쁨과 견줄 바가 아니었다. 업무에 지친 나에게 직접 완성하는 현장일은 무념무상 잡념을 잊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나에게는 대단히 매력적인 시간이었던  직접 하는 도장 작업! 그 시간들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MDF로 제작된 목공 아치에 핸디 작업을 하고, 포리 퍼티 작업을 하는 중이다. 경화제를 섞어 하는 포리 퍼티는 완벽한 코팅층을 만들어 준다.
포리퍼티로 마감하고 샌딩한 모습이다. 아치가 한결 단단해졌다.


공주방을 만들기 위해 설계한 아치, 목공 사장님께서 정성껏 만들어 주신 이 완벽한 아치를 잘 마감해야 한다는 부담이 커졌다. 필름 마감보다는 도장 마감이 더 나을 것 같다는 필름 사장님의 권고에 따라 더 나은 마감 방법으로 결정하는 것은 당연했다. 문제는 내가 직접 하게 되었다는 것!


사실 나는 막연하게 인테리어를 하겠다는 창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취득한 자격증이 '건축도장기능사'였다. 그러니 내가 직접 도장 마감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는 것은 절대로 무리가 아니었다. 한편으로는 신이 나기도 했다. 오랜만에 작품을 만들어 낼 기대로 부풀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하루 꽉 짜인 일정, 수시로 울려대는 전화벨, 매일같이 처리해야 할 업무들로 정신없는 시간을 들여다보노라니 한숨이 나왔다. 결국 주말을 투자하기로 했다. 토요일, 일요일 이틀이면 충분할 거라 생각했다.


지인이자 인테리어 업계 멘토가 되어버린 강호선배에게 조언을 구해 [하도 -> 중도 -> 상도] 단계별 작업공정을 확인했다. 워낙 아티스틱한 작업을 직접 하는 것으로 유명한 멘토이다 보니 풍부한 실전 경험으로 안내해 주었다.


토요일 오전 이른 아침을 먹고 머리를 질끈 묶고 전날 사다 놓은 자재를 들고 현장으로 갔다. 그리고 퍼티 작업부터 시작했다. 경화제를 섞어 포리 퍼티를 이음새 부분에만 바른다는데 그만 열정이 넘쳐 전체를 다 시공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다 마르면 샌딩으로 잡아내야겠다고 말이다. 그렇게 1차 샌딩기로 전면을 샌딩 하는 동안 온몸에 가루를 뒤집어쓴 나를 보고 현장에서 작업하던 여러 공정 사장님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했다.


"아니 페인트로 마감하시려고요? 쉽게 가지 (필름 하지) 왜 어렵게 해요?"

라거나 

"아효~ 사장님이 이걸 직접 하세요? 왜 힘들게 직접 하세요... 사람 시키지"

등등


그때마다 뿌연 먼지를 털어내며 나의 대답은 하나였다.


"네, 제가 직접 정성을 들여야 현장이 더 예뻐지죠"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착잡했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과 직접 시공하기로 결정한 최소 1% 후회도 있었기 때문이다.


사다리를 타고 오르내리느랴 힘을 주다 보니 오른쪽 무릎이 시큰거리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중간에 그만둘 수도 없어서 나중에는 사다리에 기어서 올라갔다.


그렇게 주말 동안 포리 퍼티로 1차 마감하고 샌딩 하는데 꼬박 바치고 기진맥진되어 있는 나에게 멘토 선배는 전체 핸디코트 시공으로 하도를 마감해라 조언했다. 다시 백색 핸디코트로 전체를 바르고 샌딩하고 또 바르고 샌딩 하고를 두 번했다. 밑 작업이 중요한 이유는 최종 도장 마감면이 균일하게 보이기 위해서다.


올핸디 작업 1차 시공 후 샌딩! 전동샌딩기로 밀어본 사람만이 안다. 온몸에 뒤집어 쓰게 되는 그 백색가루를...
올핸디 2차가 되니 모든 면이 고르게 되었고, 타카 흔적이나 이음면이 하나도 보이지 되었다. 밑작업은 이제 그만해도 충분하겠다 싶었다.


작업을 하면서 이 시기가 가장 힘들었다. 확신할 수 없는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한편으로는 두 번씩 감아도 뻣뻣한 머리칼을 경험하며 다음에 도장 시공을 할 때는 작업 복장을 완벽하게 갖추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좌: 백색 프라이머 1차 시공  우: 2차 시공 상태

기나긴 밑 작업을 끝내고 드디어 로라를 잡기 시작했다. 백색 프라이머로 전체를 칠하니 오~ 드디어 멋있어지기 시작했다. 메이크업 베이스를 바르는 느낌으로 2차 프라이머 작업을 끝내고 나니 이 상태로도 충분해 보였다. 도장면이 분체도장면처럼 매우 곱고 완벽했다.


공주방의 상징인 핑크 컬러를 지정하여 1차 도장 시공 직후 쾌감마저 느껴버린 순간!

내가 드디어 만족할만한 결과를 내었다는 기쁨에 자존감이 상승했다! 도장 밑 작업을 직접 하면서 '내가 왜 이걸 시작했을까'라고 내내 자리했던 후회마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성취로 바뀌었다.


그리고 2차 도장시공 후 아치는 완벽해졌다! 바니쉬 마감으로 페인트에 마지막 코팅층을 입혀주면 끄읏~

손끝으로 가만히 느껴보는 도장면은 부드러웠고 페인트 벽지처럼 균일했다. 기계로 작업한 분체도장면처럼 완벽했다. 사람의 손으로 이걸 해내다니, 내가 이걸 해내다니 보람된 일에 그간의 고통이 다 잊혔다..


도배마감 후 침대를 설치하고, 침대 셋팅 후 데코와 조명까지 모든 스타일링이 완성되었다. 공주방을 갖기를 원했던 이 방의 주인이 진심으로 좋아해 주기를 바라면서 모든 정성을 들였다


침구를 세탁하여 건조까지 마친 후 세팅하던 그 순간 우리 모두의 손길은 주름 하나까지도 계획했을 정도로 정성을 들였다. 특히 사장인 내가 얼마나 고생하며 이 핑크 아치를 온갖 정성으로 완성했는지 옆에서 모두 지켜봐 왔기에 더 그러했는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핑크 아치를 완성하는데 70%는 강호 멘토의 실무적 조언이 결정적이었다. 자재 선정부터 위기 때마다 대안을 제시하여 준 덕분이다. 포리 퍼티 마감면을 샌딩 하며 확신이 없었을 때 달려와 현장을 보시고는 두 손을 맞잡고 박장대소를 하셨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아니 포리 퍼티를 누가 이렇게 전체를 칠해"라고 소리치며 말이다. ㅠㅠ


남은 30% 중 20%는 급하게 달려와 핸디코트 작업을 함께 해 준 정영하 필름 사장님과 물심양면으로 현장에 있던 나를 서포트해 준 우리 사무실 배동화 실장님 덕분이었다.


정영하 사장님은 밤늦은 시간까지 핸디 작업을 도와주시며


"제가 도장을 권해 드렸으니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서 왔어요. 그런데 전 정말로 사장님께서 도장 전문가인 줄 알았어요. 너무나 흔쾌히 '그래요 그럼 도장으로 하죠. 내가 하면 됩니다'라고 하셔서, '아 이 분이 진짜 도장 전문가인가 보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힘들어하실 줄은 정말 몰랐어요"


라고 말했더랬다. 그래도 원망하지 않는다며 웃었다.

 

배 실장은 수시로 3M 방진마스크가 필요하다, 핸디를 더 사다 달라, 백색 프라이머를 사다 달라, 작은 로라가 필요하다, 종이테이프가 모자다 등등 온갖 사소한 것까지 부탁할 때마다 현장으로 척척 가져다주고 처리해 주는 것에서 작업 완성도를 높이는데 필요한 집중력을 도왔다. 마지막에 핑크색 도장을 1차 하고 난 후에 퇴근하여 '도장 마감이 너무나 깨끗하게 나와 놀랬다'라고 감탄했다며 문자까지 보내준 고마운 직원이다.


그리고 마지막 10%는 말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목표까지 정진할 수 있도록 힘을 만들어 준 나의 건축도장기능사 자격증 덕분이다. 이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배우고 노력하는 시간들에서, 그리고 실전 시험에서 깨달은 건 끝까지 최선을 다해 붓을 놓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간의 압박 속에서도 마지막 1초까지 붓을 놓지 않고 칠했던 덕분에 합격이라는 기쁨을 느껴 보았기에, 또 그런 자격증을 취득한 내가 중간에 포기할 수 없다는 자존심! 이 모든 것들이 험난했던 이 작업을 완성할 수 있게 한 힘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건축도장기능사 자격증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이상으로 제 역할을 다해 준 셈이다. 시험을 준비하며 배운 것이 실무에서는 충분치 않았지만, 그 시험을 경험하며 실무를 포기할 수 없게 만들어 주었으니 말이다.


이제 생각해 본다.

또 현장에서 도장작업을 하겠느냐고?

나의 대답은 물론 Yes다.

물론 큰 작업은 작업자에게 부탁하겠지만 작은 공정에는 내 기꺼이 붓과 로라를 들고 헌신할 자신이 있다!




뿌쌍의 건축도장기능사 시험 도전기 다시 읽기

https://brunch.co.kr/@kimmiso/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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