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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쌍 Aug 02. 2022

영화 [한산:용의 출현]에서 배우는 리더의 시간

사색할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나는 실패한(!) 창업가다.

3년 전에 창업을 했고, 만 2년 만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고 무작정(!) 쉬고 있으니 이만하면 실패한 창업가가 맞다.


인테리어를 해 보겠다고 마흔이 넘어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하고, 건축학과 석사과정을 시작함과 동시에, 소상공인이 되어 프랜차이즈 인테리어&리모델링 업체를 창업다. 그리고 열정적으로 일했더라니  3년 몸과 마음과 생활이 모두 무너져 내렸다.


'아, 이 길은 내가 의욕과 열정만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조금이라도 더 빨리 그때 그만두었어야 한다는 것을, 아니 지금이라도 그만둘 수 있다는 것을 대단한 행운이라 여길 지경이다.



바쁘다고 돈을 잘 벌고
부자가 되는 게 아니었어요


일과 시간의 노예로 살았더라니 무너무 바빠서 판단력도 엉망이 되었던 터라 지난 3년 간 나의 재테크는 오히려 마이너스(?)다. 늘 처리해야 할 일들이 쌓여있었고, 몰려왔다. 그러면서 정신적 압박과 스트레스가 온전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점점 무뎌지게 했더라는 생각이다.


시간 여유가 그리웠다. 아무 할 일도 없이 잠시 눈을 감고 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앞에 산재한 문제들을 해결하느라 빠서 놓친 여러 기회도 시간의 노예가 감수해야 할 운명이었다.  




엊그제 아이와 함께 극장에서 김한민 감독의 [한산:용의 출현]을 보았다. 약 두 시간에 달하는 러닝 타임 내내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몰입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순신 장군의 고뇌가 너무나 생생하게 나의 지난 시간들과 오버랩되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저기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전장에서 보이는 장수의 상황 현장에서 터지는 문제들을 해결하느라 고군분투하던 나의 모습에 격하게 감정 이입하였던 까닭이었을까. 그러나 부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충분히 사색하고, 고심하고, 용단을 내릴 수 있었던 이순신 장군이 진심으로 부러워졌다.


꼭 이겨야 하는 전술을 기획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 동안 이순신 장군이 보내는 혼자만의 시간은 정말이지 질투가 날 정도였다. 생각하는 시간, 사색하는 시간, 침묵하는 시간, 내면의 힘을 모으는 시간이 불행하게도 나에게는 없었다. 집에서는 아이가 있었고, 밖에서는 온갖 일처리로 뛰어다녀야 했으니 정신적으로 나는 회복할 여유가 주어지지 않았다.


또한, 여러 장수들과 참모들과의 회의도 너무나 부러운 시간이었다. 똑한 참모들은 물론이고, 승리를 위해 지혜를 모으고, 희생을 솔선수범 하려는 노장과 그런 노장을 보호하고 배려하려는 젊은 장수들의 모습에선  선의라는 공동적인 대의명분을 위한 소위 '팀빌딩(team building)' 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느꼈다.


이순신처럼 성공하는 장수가, 성공하는 리더가, 성공하는 조직에게 꼭 필요한 시간, 예산, 인적, 물적 등 자원 중에서 리더의 시간 즉, 생각하는 여유는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창업을 하면서 내가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지, 그들이 잘하기를 바랐던 것은 나의 욕심이었다. 할 수 있다며 큰소리치고 하다가 안될 것 같으면 무기를 놓고 도망치는 장수들이 내 주변에 있던 나의 팀이었으니 결국 모든 것은 나에게, 내가 해결해야 하는 것으로 넘어왔다. 나는 그것을 막연하게 고통스럽지만 내가 극복해야 할 상으로 생각하였더라니 이 얼마나 무지하고 무모한 경험이었던가.


는 인테리어 업체를 창업하기 위해 디자인 외에  경영(Management)을 배웠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아쉬운대로 능력도 안 되는 아무 사람이나 쓰면서 결국 보다 못한 내가 현장을 뛰어다니며 직접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능력 있는 장수를 기용했어야 했다.


그러면서 시간을 벌었어야 했다. 올바른 판단과 큰 미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성공하는 리더의 지혜로운 시간을 말이다.


사색을 포기하는 것은
정신적 파산 선고와 같은 것이다.
- 알베르트 슈바이처 -

사색은 지혜를 낳는다.
- 관자 -


충분한 회의를 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여 마침내 전술을 결정한 이순신 장군의 시간!

영화는 바다 위에 성을 쌓는 것으로 이순신 장군의 고뇌에서 탄생한 전술이 빛을 발하는 것으로 카타르시스를 극대화 시킨다.


영화가 클라이맥스로 올라가면서 이순신 장군이 새벽녘에 결심을 굳히고 전술을 적어나가는 장면은 박해일 배우의 대사가 정확하게 다 들리지 않더라도 앞으로 펼쳐질 전쟁을 충분히 기대하게 했다. 그 장면은 최고로 멋있었던 영화 클라이맥스 1분이었다.


그리고 엄청난 사운드와 함께 이리 쿵 저리 쿵 일본 함대가 침몰하고 마침내 그 [바다 위의 성]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


"아니다, 진을 구성하는 것이 먼저다!"


라고 외치며 화포를 쏘지 않고 인내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마침내!!!


"전 함대... 선회하라... 발포하라"


로 이어지기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게다가 이미 충분히 이순신 장군이 얼마나 이 전술을 위해 고뇌하였는지가 그려졌기 때문에 그에 대한 관객의 무조건적인 믿음과 지지는 영화를 더욱 극적으로 바라보게 해 주었더라는 것이다.




영화에서 오너의 자질과 오너의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웠더라니 김한민 감독과 박해일 배우에게 고마운 빚을 진 느낌이다. 히 전작 [명랑]보다 감동은 훨씬 더 깊어졌고, 내용은 단순해졌고, 스케일은 커진 응축된 고뇌의 시간에 집중한 영화 [한량:용의 출현] 구성은 이렇듯 오랜만에 영화 리뷰를 쓰게 하는 욕구마저 불러일으켰다.


 십여 년 전에 이순신 장군 열풍이 불어 그에 관련된 사적들이 불티나게 팔리며 경영자들의 필독서가 되었다느니 하는 기사를 접한 기억이 있다. 만약 그때 조금 더 일찍 관심을 갖고 직장 밖의 세상 물정을 접했더라면 오늘 같은 패잔병(!)의 시간은 피해 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인생의 쉼표, 귀한 휴식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새벽이면 쫓기듯 소스라치며 깨어나 현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달려가야 한다는 강박에 고통스럽지만 그럼에도 잠을 자보려 노력합니다. 여전히 전화벨만 울리면 공황장애로 인한 발작이 거듭되어 대부분의 소통은 문자메시지로 하고 무음 모드로 살고 있습니다. 조용히 글을 쓰면서 스스로 회복해야 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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