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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담 Oct 22. 2023

정적의 거리

이혼할 때가 생각나는 밤

정적이 흐른다는 것은 얼마만의 거리를 말하는 걸까?

첫 시작과 끝의 거리를 가늠할 수 있을까?


그 안에 남겨진 수많은 존재의 이유들이 공기 중에 흩날리던 

훌훌 털고 일어나던 그를 잊을 수 없다.

마치 나는 엉덩이에 자석을 붙여 놓은 듯 

사라지는 그의 모습을 눈으로만 따라갔다. 

이제는 되었다.

목적을 이룬 그의 가벼움이 나를 덮쳐버렸다.


정적의 거리를 깨고 후드득 떨어지는 빗방울을 따라 나도 걷는다.

아, 팔월의 더위를 양어깨에 묵직이 얹어 놓고 터벅터벅 걷는다.

머리를 따라 흐르는 빗물 속에 흐르는 눈물도 걷어냈지만 시야는 또 흐려진다.


잘살겠다 다짐했다. 

그런데 무너질 때마다 그를 원망한다.

그렇게 키워진 힘은 나를 갉아먹었다. 

피폐하다.

삶도 마음도 모두 병들었다.

또 정적이 흐른다.

이젠 누구를 탓하며 힘을 키워야 할까.


나 자신을 애써 외면하며 주위를 둘러보지만

나말고는 없다.

원인제공자도 나고

보호받지 못한 자도 나고

어른이라는 탈 뒤에 무섭게 자리하고 있는

어리숙한 내 안의 아이를 덥석 꺼내본다.

이제야 보이는 건 뭐지?


우리 아이 마음을 그렇게 만들어 놓고

스스로 성장할 때까지 기다린다는 

너의 위선을 경멸한다.


침묵하자.

또 정적이다.


2023년 4월 4일 새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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