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더듬더듬하고 있는 그가, 맞고 있는 남을 대신해 온몸으로 막아내는 그가, 자주 오는 손님의 단골메뉴를 기억해 내는 그가, 추운 겨울날 실외 탁자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을 위해 온풍기를 틀어주는 그가.
그렇다. 내 주변에 그는 없다. 내가 그처럼 되고자 하는 마음도 없다.
나는 배려가 있다거나 정확한 사람도 아니다. 그저 싫어도 싫다는 표현을 못해 웃는 숨기기 달인이다. 좋으면 오히려 붉어지는 얼굴을 가리려고 고개를 숙이는 소심함의 일인자다.
불편했지만 읽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독고씨의 하루가 만들어내는 주변인들의 변화가 내게도 필요했기 때문일까?
'말을 들어주세요.'라고 하는 독고씨의 처방을 우리는 알고 있음에도 경청에 익숙하지가 않다. 남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기.
왜 그랬는지 마음대로 상상하지 말고 상대에게 묻기.
오해와 이해 사이에는 정확성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때로는 이해관계를 따지다가 멀어지는 사이가 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 큰 화를 부를 때도 있다. 정말 조심하며 살아야 하는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밥딜런의 외할머니가 어린 밥딜런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 친절한 사람은 막 대해도 되는 사람은 아니다. 친하다고 해서 잘 안다고 해서 아무렇게 대하고 아무 말이나 해도 되는 건 아니다.
며칠 전 옥자 씨가 내게 한 말이 마음에 걸렸다. 운동하는 내내 그 말 때문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