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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달 Apr 16. 2023

고등학교 2학년이고, 브런치 작가입니다

브런치 첫 글을 발행하며


 

엄마! 나 브런치 작가 됐어!



  

 범속하고 평범한 하루의 연속, 순간의 찰나에 불과했던 때,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중학교 2학년. 나름 열심히 준비했던 브런치 작가 신청에서 2번 연속으로 떨어진 이후 어린 나이에 내심 상처 입으며 브런치와는 인연이 없나 보다, 하고 단념하고 한동안 브런치를 잊고 살았다. 이후 브런치를 더불어 SNS에 글을 업로드하는 것 자체를 하지 않았다. 단순 브런치 작가 신청에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SNS에 글을 업로드하는 것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고, 좀 더 준비되고 보다 완벽한 상태로 세상에 내 글을 내던지고 싶던 마음이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에는 사실 내가 또래 중에서는 글을 제일 잘 쓰는 것 같다는 묘한 자신감과 거만한 오만에 빠져 이곳저곳에 글을 올리고 다녔지만 (브런치 작가가 될 거라는 이유 없는 확신이 여기서 근거하여 나타났다) 그 글이 이어 소위 말하는 '흑역사'가 된 이후로는 글을 올리는 데에는 조심스러우면서 약간은 부끄러운 감정이었다. 혹여 내가 올리는 이 글마저 훗날 흑역사로 치부될까 봐.


 고등학교 2학년 즈음, 나는 인스타그램에 다시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매번 혼자서 글을 쓰다 보니 내게 글로 대화하는 대상이라고는 핸드폰에 깔려있는 기본 삼성 노트 앱뿐, 사람들에게 내 글에 대한 어떠한 피드백도 없을 수 없었다. 내 글을 보는 독자의 감정이 어떤지, 내 글이 제삼자의 눈에는 어떻게 보이는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 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부족했으며 내 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넘어, 일반 대중들, 혹은 나와 같이 글을 쓰는 작가들이 내 글을 보고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알 수 없었다. 글을 쓰는 행위 자체만으로 이미 나는 풍요로운 행복을 영위하고 있었지만 좀 더 나은 글,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과 '출판'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내 글을 세상에 내던지는 것은 필수였다. 나는 천천히 몸집을 키울 요령으로 팔로워를 모아 '좋아요'를 많이 받을 심산으로 이리저리 해쉬태그를 달고 아무나 팔로워를 하는 것보단 일단 내 글을 SNS에 올리는 것에 의의를 두며 시작했다.


 여러 글이 차례차례 모인 이후, 슬슬 팔로워를 모으고 다양한 글을 쓰는 작가들과 소통하며 내 글이 이 세상을 마음껏 수영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에 해쉬태그를 달고, 인스타그램에 활동하는 여러 작가님들을 팔로우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었다.


아, 이거 글자수 제한이 있네...


 심리학 글은 워낙 글자수가 많아서 카드뉴스 식으로 사진을 편집해서 올리는 것이 태반, 일반적인 수필마저 인스타그램에는 글자수 제한이 있어 원하는 바를 다 못 담아 아쉬움이 있던 상태였다. 카드뉴스형식의 글 한계점을 더불어 인스타그램을 하는 대부분의 유저의 목적'글'이 아닌 '일상', '재미' 같은 사소한 부분이었기 때문에 인스타그램으로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혀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뚜렷한 방법이 없을까, 하며 고민하던 찰나.


아, 브런치가 있었지!


 라는 생각이 든 그날부터 학업과 더불어 브런치 작가 준비를 면밀히 준비했다. 짬짬이 글을 쓰고 지원서를 준비하는 일은 어려웠지만, 합격한 나의 모습을 상상하면 꽤나 버틸만했다. 나는 전에 떨어졌던 이유를 분석하고, 합격한 사람들의 글들을 보며 내 글에 차별성을 부여하고 보다 매력적으로 보이게끔 지원서를 작성했다. 특히 나는 내 신분, 위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 심심하고 흔한 소재에 내 신분인 '고등학생'이라는 변화구를 주어 다른 글들과 다른 점을 넣고, '힙합'이라는 브런치에서의 드문 소재를 활용했다. 브런치라는 다양하고 매력적인 글들이 넘쳐흐르는 이곳에서, 굳이 내 글을 봐야 하는 마성의 이유를 가져야만 했다. 누구나 쓸법한 이야기들로 다른 글들과 경쟁을 하려면 남들보다 몇 배는 유려한 필력이나, 유명한 사람이거나 하는 어려운 조건을 갖춰야만 다. 그래서 나는 '나만의 차별성'을 늘 고려하며 열심히 지원서를 썼고, 제출했고, 결과는....


합격!


그리고 이틀이 지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솔직히, 앞으로 꾸준히 글을 계속 연재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긴 한다. 나는 여전히 대한민국의 고등학교 2학년이고, 앞으로 3학년이 될 것이고, 그러면 더욱더 학업이라는 막중한 책임이 커지기 때문에 글을 게을리할 수도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진 못했다. 하지만 어느 때라고 내가 작문을 게을리한 적 있었던가. 글을 제대로 쓰기 시작한 이후로부터 몇 년간 쓰지 못해 안달이었을지언정 쓰고 싶지 않은 때는 단 한순간도 없었다. 나는 지독히도 작문을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창작이라는 황홀한 행위를 가슴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사랑하는 글을 누군가 보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보고 위로받고, 재밌어하고, 그 순간이 행복하다면-나는 정말 바랄 게 하나도 없을 것 같다. 그런 사실만으로 나는 누군가 돈 한 푼 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행위가 영원히 재밌고 즐겁고 사랑스럽다.


 나는 이 즐겁고 벅차오를 정도로 행복한 '글'이라는 것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 슬픔은 몰라도 행복은 공유하라고 배웠다. 부디 창작이 영원히 행복한 행위길. 이 행복한 창작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그리고 그 향유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이 당신이길.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창작을 함께할 향유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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