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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달 Aug 14. 2023

유별나고 창의적인 인간 [아티스트 최강민 인터뷰]

얽매이고 싶지 않은 예술을 하는 소년



유별나고 창의적인 인간 [최강민 인터뷰]

얽매이고 싶지 않은 예술을 하는 소년




사람들은 예술이라는 적절한 도구로 갖가지 표현을 해댄다. 평온하고, 온난하고, 따듯한 예술도 존재하지만 보기해도 미간이 찌푸려지는 고약한 예술도 존재한다. 그러나 예술은 예술이다. 가시 뻗친 것 마냥 날카로이 찌르고 있는 예술 또한 그 의미가 낭창할 수도 있는 법이다. 누군가에게는 고약할지언정, 자신만의 예술을 다양한 방법으로 토해내고 있는, 17살 최강민을 만나보자.






Q. 먼저 인터뷰 응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밖인데) 여기까지 나와주시고.      


A. 아, 네.     


Q.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창의적인 모든 행위의 관심이 있는 최강민입니다.     


Q. 요즘 방학이라, 학교 갈 때보다 시간이 많으실 텐데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계세요?  

   

A. 좀 부끄러운데, 게을리 지내고 있어요. 근데 게으르긴 하지만, 요즘엔 무언가를 만들기보다는 메모리에 저장하고 있는 느낌이에요. 다방면에서 깊게 배우려고 하고 있어요.     


Q. 게으르다는 게 일반적으로는 부정적으로 보지만, 어쩌면 본인에게 휴식을 줄 수 있는 일종의 능력이기도 하니까요. ‘무언가를 해야만 해’라는 강박을 가진 사람도 있거든요. 용기인 것 같아요. 본격적으로 시작하자면, 인스타그램 같은 자신을 표현하는 공간에서 자신의 예술작품을 올리실 때 ‘예술’이라는 분야에 대해서 자신의 주관도 강하시고, 계속 ‘나에게 예술이 어떤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계시고, 그래서 예술과의 조예가 깊으신 것 같은데, 예술과 나를 접촉하게 만든 아티스트가 있을까요?      


A. 중학교 때 힙합을 엄청 좋아했어요. 근데 작년에 제가 punk라는 락 문화에 깊게 빠져가지고, 그걸 지금까지 계속 동경해서, 제가 하는 모든 행위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아요. 그 문화가.    


Q. 음악 장르 자체가?     


A. 음악도 그렇고, ‘punk’는 음악이라기보단 정서적인 면이 강해서요. 그래서 음악 아티스트로는 미국에서는 ‘jean dawson’, ‘Playboi Carti’, 한국에는 ‘Mudd The Student’, 밴드는 ‘실리카겔’, 영국에는 70년대 밴드 ‘Public Imgae Ltd’, 지금은 ‘black midi’를 좋아해요. 시각적으로는 ‘Andy Warhol’, ‘Basquiat’, ‘Salvador Dali’, ‘Jackson Pollock’, ‘백남준’ 좋아합니다.     


  

Q. 되게 다방면으로 많은 아티스트를 좋아하시네요.     


A. 그렇죠.


Q. 사실 예술이란 게 사람마다 생각하는 범위나 종류가 다르잖아요. 사전에 대화를 나누었을 때, ‘세상에 가시를 뻗치는 예술을 하고 싶다’라고 하셨는데, ‘가시’가 무엇이고, 그 ‘가시를 뻗치는 예술’이란 게 무엇인지 설명이 듣고 싶어요. ‘가시를 뻗친다’라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거든요.


A. 제 인생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가슴 아프지만 가족을 제외하곤 사랑받고 자라지는 못했어요. 어딘가 별나고, 튀고 싶었고. 그래서 친구들이 좀 멀리하고, 대놓고 약간 까내리는 것이 굉장히 어렸을 때부터 있었어요. 그래서 원래는 그 친구들한테 맞추어서 다가가려고 했는데, 예술에 집중하기 시작할 때부터 나답지 않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난 니들이 (너희들이) 싫어하는 대로만 할래



라고 결심해서, 그것을 ‘가시를 뻗친 예술’이라고 한 것 같아요. 긍정적일 수 없을 것 같다고 하셨는데, 세상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려고 한 것은 아니에요. 그냥 세상을 바꾸려고 해서, 바꾸기 위해서는 그만큼 강한 힘이 필요하다고 해서.    

  

Q. 그러면, ‘가시’의 존재나 정체성에 대해서 생각해 보셨나요? ‘가시’를 뻗치는 예술에서, 가시란 무엇인가.      


A. 저를 지키기 위함일 수도 있고, 근데 그것보다는 작품활동을 할 때, 제가 세상에 살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을 찌르고, 꼬집고, 비판하는 용도로 쓰인다고 생각해요.     


Q. 이 세상엔 긍정적인 것만 있을 순 없으니까요. 부정적인 것을 찌르는 부정적인 것도 긍정적일 수 있다고 봐요. 긍정, 부정을 떠나 자신이 해보고 싶은 일을 하는 것도 멋지다고 생각해요. 예술이, 뭔가, 범위가 엄청 넓잖아요.     


A. 그렇죠.      


Q. 현대미술 같은 경우에는 ‘점 하나 찍어두고 그게 무슨 예술이야?’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최강민(님)이 활동하는 예술의 분야에 대해서 ‘이것을 하겠어’라고 하게 만든 과정이 있으실까요?     


A. 과정을 이야기하자면, ‘스퍼이더맨’ 영화 있잖아요. 거기서 주인공이 헤드폰으로 ‘sunflower’ 들으면서, 책상에다가 그래비티 엄청 멋있게 그리잖아요. 그거를 보고, 그게 확 와닿아서 바로 공책 꺼낸 다음 (그것을) 그렸어요.      



Q. 처음은 그림으로 시작을 하신 거네요.      


A. 원래 저는 그림 위주로 다뤘어요. 그게 무려 초등학교 5학년 때인데, 그냥 친구들 앞에서 그림 끄적이고. 그러다가 중학교 3학년 올라와서 작품 형식으로, 120개 정도 만들었어요. 1년 동안.      


Q. 많이 하셨네요.     


A. 그러다가 어느덧 그림에만 저를 가둬놓는 것 같아서, ‘난 더 창의적이고 싶고 시공간의 지배를 받고 싶지 않은데’라고 생각해서 그림을 아예 버리고, 점점 더 특이하고 이상한 것들을 하고 있어요.     


Q. 그러면 최강민(님)이 하고 계신 예술은, 특정 지을 수도 없고 형식도 정해지지도 않는 걸까요?

  

A. 네, 그니까 내가 뭘 하고 싶은 지는 알겠는데... 표현할 단어를 못 찾겠네요.


Q. 아직 어리시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스파이더맨’이라는 영화를 보고 ‘와, 진짜 멋있다’라고 느껴져서 공책에 그림을 그린 게 자신이 예술을 시작한 원천일 수도 있네요.    


A. 그건 또 아닌 것 같아요. 7살 때부터 엄마가 취미 미술을 다니셔서, 그때부터 그림 그리고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Q. 그러면 그림 같은 작품활동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예요?     


그의 작품 중 하나.


A. 음, 그게, 세상을 버텨내기 위해서 하는 것 같아요. 약간 마약 중독자들이 안 아프고 살기 위해서 하는 것처럼. 그렇기도 하고, 저라는 사람에 대해서 얼마나 독특한지 아니까, 그걸 보여주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일단 첫 번째로는 살기 위해서 하는 것 같아요.     


Q. 그런 글을 봤었어요. 미술적으로 많은 업적을 남긴 분이 계셨는데, 본인은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았는데, 그냥 잘하니까 한 거라고. 사실 다른 일을 하고 싶었는데, 그림을 잘 그리니까 그냥 하는 거라고. 대개 미술이나 음악 같은 예술은 본인이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이 더 많은데, 예술을 하고 싶지 않았음에도 하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그런 부분에서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라는 감정도 귀한 것 같아요. 종교적인 이야기를 해볼게요. 최강민(님)이 하는 예술 작품에 종교적 의미가 많이 들어가 있고, 혹시 걔네라는...      


A. 네, 맞아요.     


Q. 브랜드인가요? 크루?     


A. 크루예요.     


Q. 크루도 크리스천 크루더라고요. 그런 종교적 신앙이 예술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A. 제가 앞서 말씀드렸던 ‘Punk rock’이라는 문화가 반기독교적인 요소가 굉장히 많아요. 근데 그 반기독교적인 요소들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있으니까. 걸러서. 진짜 펑크주의자가 아니라 제 철학을 어느 정도 완성시키는 데에 큰 기여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종교의 원초적인 부분이 제가 삶에서 갈피를 못 잡을 때 지도로 보여주는 것 같지도 않아요. 어떻게든 헤쳐나가게 되어있고, 그러면서 감사함을 느끼고.     


Q. 그렇군요. 저도 이번 인터뷰 준비하면서, 크리스천에 대해 알게 되어서 좋았어요. 종교란게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아무리 내가 종교적 믿음을 가지거나 예술을 하더라도 사람은 필연적으로 외로움을 느낀다고 생각을 해요. 아까 말했다시피, 유별나고 특이한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찾긴 힘드니까. 그래서 나를 이해해 주고, 아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존중은 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건 되게 소중한 것 같아요.     


A. 그죠.      


Q. 사전에 나누었던 대화에서, 그러한 ‘예술적 동반자’가 있다고 했는데, 소개 부탁드려요.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도요.     


A. 친구, 그니까, 여기를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어요. 강남 서초구, 강남 중심지에서 이곳으로 온 건데. 겨울방학에 지내면서 되게 두려웠어요. 나같이 사회성 없는 사람과는 친해질 수 없을 거라고. 근데 예상외로 그곳 (전에 살던 곳)에서 지낼 때보다 친구를 더 사귄 것 같아요. 근데 그 친구들 중 한 명이 어렸을 때부터 친한 한 살 차이 동생이 있는데, 그 친구가 중학교 때 같은 학교였는데, 그 친구가 저한테 먼저 팔로우했어요. 전 그 친구 계정인지는 모르고요. 다음 날에 점심시간에 자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반 앞에 찾아왔다고, 툭툭 건드리면서. 엄청 졸린 상태로 맞이했어요. 그 친구가 이현승인데, 지금까지도 계속 친한 것 같아요. 숨겨둔 형체처럼 너무 닮은 부분이 많았고. 복제품 같았어요. 그때 제가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했잖아요. 그림 스타일도 되게 비슷하고, 생각하는 거나 인간관계 의심하는 것도 비슷하고. 그러면서 더 돈독해지고. 요즘도 되게 많이 싸워요. 비슷해서. 부딪힐수록 강해지는 것 같아요. 소중하죠.


최강민(님)과 이현승(다니).  본인의 사진을 사용하는 것을 동의받았음을 명시합니다.




Q. 우연이네요. 그 친구가 알고 찾아오신 것도 대단한 것 같은데.    


A. 그건 아니고, 중간에 있었던 친구가 저랑 그 친구(이현승)가 비슷하던 걸 캐치한 것 같아요. 그래서 연결해 줬는데, 지금은 천생연분이 아닐까.      


Q. 그런 친구 있는 거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이 외롭기야 하겠지만, 다투고 깊은 얘기도 나누면서 소외받았던 추억 대신 좋은 감정도 얻고, 사람에 대한 의심도 거둘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라면. 그분(이현승)도 그림 쪽인가요?     


A. 아직은 아닌 것 같아요.     


Q. 아, 그러면 준비 중?     


A. 준비도 모르겠어요. 그 친구(이현승)는 그림으로 쭉 가고 있는데, 최근에 자신의 그림이 식상하게 보였나 봐요. 그래서 약간 더 실험적이고 새로운 거 하려고, 이번 방학 때 공부하고 오겠다.      


Q. 그 친구(이현승)는 중학교 3학년 아닌가요?     


A. 그렇죠.     


Q. 너무 어린데? (음) 대단하네요.      


A. 걔(이현승)가 재능충이고, 저는 노력충인 것 같아요.

    

Q. 스스로 재능이 많이 없다고 느끼세요?     


A. 네.     


Q. 어떤 부분에서요?     


A. 재능이란 것도 솔직히 상대적인 거잖아요. 근데 이제 물론 공부만 쭉 해왔던, 평범한 애들 무리에서는 재능이 더 있긴 하겠죠. 더 건드려보고, 터질 수도 있는 거니까. 근데 이 분야로 들어가면은 더한 천재로 이미 주목받고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저는 항상,


‘내가 재능이 없으면은 노력으로 때워서라도 정상의 자리에 오르고 싶다.’


라는 열망이 있어요.     


Q. 그러면 그 친구(이현승)는 본인에게 자극을 주는 것인가요?     


A. 모르겠어요. 약간 동기부여? 예술적으로 건든 건 없고. 그냥 진짜 좋은 친구인 것 같아요.     


Q. 좋은 친구가 있는 건 좋은 일이죠. 지금까지 특히 예술 관련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예술, 종교, 나와 비슷한 길을 걷는 친구, 가족 등등이 모여 지금의 최강민(님)이 있는 거잖아요, 마지막으로, 본인은 스스로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세요?     


A. 음, 아까, 되게 만화 같은 이야기고 환상 같은 이야기인데... 되게 뭐라 해야 하지. 대단한 것보다는 특별한 것 같아요. 전 항상 환상을 가지고 사는 것 같아요.      


Q. 어떤 환상?     


A. 진짜, 미친 듯이 유명해져서 온 세상을 나로 물들이는. 근데 항상 그럴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하면 살아왔어요. 세상에서 가장 독특한 사람.


Q. 유별나고 특별한 사람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저 사람 뭐야’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그러한 점이 이상한 게 아닌 개인의 개성이라고 세상에 확장시키는, 그런 일이네요.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보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A. 나를 이해하고 싶다면 그 어깨 팔짱부터 풀고 보아라.   


Q. 무슨 의미인가요?     


A. 사람들이 저를 되게 따가운 시선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전달하는 것도,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날리는 메시지보다는 나를 안 좋아하고 무시하는 사람들한테 전달하는 의미가 더 크거든요. 그래서 그 말과 이어지는 것 같아요.     


Q. 어떤 말이?     


A. 어차피 저를 무시하고 미워할 사람은 제가 어떻든지 그럴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음... 이건 약간 말을 좀 어렵게 한 것 같아요. 그냥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헤이팅*도 일종의 관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싫어하고 있으면은 쭉 싫어하세요. 더 약 올리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싫어하면은, 더 싫어하는 걸 건드리고 싶어요. 어차피 절 좋아해 주는 사람들은 그런 것도 좋아해 주니까. 오히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팬덤이 더 단단하더라고요.      


Q. 멋진 마인드네요. 응원합니다. 인터뷰는 여기까지 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을게요. 감사합니다.




이 대화만으로 그를 완벽히 담을 수 없겠으나, 그가 말하고픈 여러 이야기가 여실히 담겨있는 유의미한 대화를 남기며, 앞으로 왕성한 작품활동을 할 그를 든든히 응원하며 글 마친다.


*헤이팅: 무언가를 싫어하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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