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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달 Mar 01. 2024

내가 만들어낸 운 [아티스트 타임피버 인터뷰]

치열한 각자의 싸움에서 나를 빛나게 하는 법






내가 만들어낸 운 [아티스트 타임피버 인터뷰]

치열한 각자의 싸움에서 나를 빛나게 하는 법


우리가 이뤄낸 성공과 실패의 결과 속에서 나의 노력과 의지가 들어간 부분과, 내가 저울질하지 못하는 운의 부분이 얼마큼 자리하고 있을까? 그것을 정확히 가르고 구분할 순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생각처럼 잘 풀어지질 않을 때도,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훨씬 좋은 결과를 불러일으킬 때도 있다는 것이다. 미래를 정확히 예상하기란 인간의 한계이니까. 이 변화무쌍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미래 앞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신의 장난 같은 운명을 맞이한다. 그런 신의 장난 같은 운명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해야 할까? 주사위를 던지면서도, 결과는 반드시 노력이 작용하다고 믿는, 아티스트 '타임피버'를 만나보자.







Q. 인터뷰 동의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무척 영광입니다. 자기소개 한번 부탁드릴게요.


A. 안녕하세요, 저는 타임피버라고 합니다.


Q. 최근에 낸 곡은 아니지만, 동창회라는 곡이 요즘 관심을 받고 있고, 그래서 어쿠스틱 버전이나 좀 다른 버전도 많이 올리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aeiuwZlng3U

타임피버(님)의 '동창회' 오피셜 뮤직비디오.


A. 좋아요. 그러니까 재밌어요. 사실 동창회가 잘 될 거란 기대감이 아예 없었거든요. 왜냐면 제가 이제 막 12월에 복귀를 했는데, 거의 3년이 넘은 공백기가 있었어요. 공백기 동안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이런 것들이 더 심하게 왔었어서 의욕도 없고, 백수처럼 살았었던 것 같아요. 해야 되는 일만 하면서. 해야만 하는 일이 있잖아요, 안 하면 안 되는 일. 그런 것들만 하면서. 어떻게 보면 맨날 하루하루가 똑같은 공무원 같은 삶이 싫어서,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음악을 시작을 했는데 어느 순간 인생이 되게 반복되더라고요. 맨날 레슨 하고, 외주 하고, 녹음받아주거나 믹싱 마스터링 뭐 이런 것만 계속해주고…. 그러다가 이제 복귀를 하면서 저 혼자 다짐을 했던 게, 1일 1 영상을 하자.


Q. 유튜브 숏츠 같은 경우는 짧기도 하니까.


A. 그렇죠. 되게 간단하니까, 그래서 본 영상을 이제 하루 종일 만들어요. 본 영상은 10분 정도짜리 영상을 하루 종일 만들어서 미리 다 예약을 걸어놓으면 기분이 되게 좋더라고요. 어쨌든 1일 1 영상인 거니까. 그 과정에서 동창회를 올린 거였는데, 그러니까 진짜 올릴 거 없다 싶었어요. 근데- ‘오케이 지금 졸업 시즌이니까 졸업으로 어그로를 끌어서 골라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동창회를 올리게 되었는데, 그게 지금 조회수가 40만이거든요. 솔직히 말해서 그거를 기점으로 제 원래 뮤비도 되게 무슨 새로운 뮤비가 출시된 것처럼 반응이 엄청 뜨거워요. 말도 안 되게 뜨거워요. 지금 원래 제 유튜브에서 뮤비 조회수랑 좋아요가 제일 많았던 게 '에스키모'였거든요.


https://www.youtube.com/watch?v=U9gCLvNQdio

타임피버(님)가 속한 크루 '언더클라우드'의 곡 '에스키모'

언더 클라우드 노래 지금 이미 한참 뛰어넘었어요. 그 좋아요 개수를. 그래서 기분이 좋습니다.


Q. 너무 잘된 일 같아요. 전부터 래퍼나 연예인이 유튜브 한다는 패러다임이 생기기 전에 일찍 시작하신 편이잖아요.


A. 네, 그렇죠.


Q. 과거 유튜브 채널 배너 같은 데다가 ‘방송도 회사에서 나를 선택하지 않았으니까 난 여러분을 선택하겠다’ 이런 문구를 넣으셨던 기억이 나는데, 그때 내가 생각하는 유튜브의 역할이랑 지금 내가 생각하는 유튜브 하는 역할이 좀 많이 달라졌나요? 원래는 어떻게 활용하려 했나요?


A. 저는 유튜브를 항상 ‘제 세상’이라고 생각을 해요. 내 세상. 무슨 말이냐면 지금은 유튜브 알고리즘 시스템이 너무 잘 돼 있잖아요. 뭐 예를 들어, 헤드폰 하나 검색하면 요즘에는' 어떤 헤드폰이 좋다' 같은 광고가 뜨잖아요. 그런 유튜브 알고리즘을 항상 좋아했거든요. 결국 양질의 콘텐츠는 어쨌든 성공하게 돼 있다,라는 게 제 가치관이었기 때문에 여전히 똑같습니다. 여전히. 달라진 것이 있다면 예전에 비해서 사용하는 법이 좀 더 능숙해진 것 같아요.


Q. 유튜브 쇼츠 같은?


A. 아, 그때 쇼츠 없었어요.


Q. 아, 그렇네요.


A. 근데 그걸 다 떠나서, 제가 음악을 위해서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정신 차려 보니까 유튜브를 위해서 음악을 하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거 위험하다, 이러면 안 돼’라고 생각했죠. 공백기 동안 여러 가지 일들도 있었고, 번아웃이 와서 유튜브도 안 하게 된 거고. 그래서 지금은 되게 좋죠. 왜냐면 제가 유튜브 복귀를 하면서 한 달 동안 이것저것 되게 많이 시도를 했거든요. 컴피티션도 해보고 제 근황 토크에서 이것저것 개소리도 해보고 신곡도 내고 새로운 콘텐츠도 내고 이러다가. 우여곡절이 좀 많았어요. 결국 여러 가지 주사위를 굴렸던 거죠. 근데 그러다가 결국은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건 제 음악이더라고요. 유튜브 쇼츠에서 인기 동영상으로 봤을 때 조회수가 제일 잘 나온 것들이 보면 대부분이 그냥 제 음악이었어요.


Q. 뮤직비디오 같은.


A. 뮤직비디오나 아니면 라이브 클립 같은 것들이 훨씬 조회수가 잘 나왔단 말이죠. 심지어 터지기도 했고.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저는 이제 여러 모양의 주사위를 던졌는데, 정말 다행히 기분 좋게 제 음악이 6이 뜬 거죠. 그래서 지금 사람들은 제가 뭐 예능을 하거나 개그맨처럼 하거나 이런 걸 사람들이 저한테 원하는 게 아니라 음악인으로서 절 봐주기 때문에 이제 예능처럼 올렸던 거는 다 방향성을 위해서 내린 거고, 지금은 음악만 이제 올리려고 하고 있는 거죠.


Q. 그러면 사람들이 왜 좋아했을까에 대해서 고민한 적 있으세요? 내 음악의 어떤 부분이 좋은 거지? 또는 어떤 음악에 대해서, 왜 여기서 포텐이 터지지? 약간 이런 것들.


A. 근데 저는 항상 그게 좀 확실한 게 있었어요. 아, 이 노래는 잘 되겠다.


Q. 기준 같은 게 있나요?


A. 기준이라…… 이게 ‘이건 대중음악을 만들 거야’ 하고 만드는 게 아니라, 만들고 보니까 ‘이거는 힙합 안 좋아하는 사람도 좋아하겠다’, 그런 확신 같은 게 있었던 거죠.


Q. 개인적으로 ‘동창회’도 그렇고 ‘하품’이나 다른 음악도 그렇고, ‘내가 왜 뜨지 못하는 거지’에 대한 이유를 스스로한테 그걸 지목하고, 그걸 해학적이게 또는 자조적이게 푸는 가사가 되게 많잖아요. 그런 이유가 또 있을까요?


A. 옛날에는 강박이 있었어요. 왜냐하면 주변에 이미 주사위가 6인 애들이 너무 많았거든요. 예를 들어 영지라든지, 래원이라든지, 정란이라든지, 현선이라든지…… 그 친구들이 행동을 하면서 주사위를 굴렸을 때와 저를 비교했을 때 제 성과는 너무 초라한 거예요. 쟤네들의 성과랑 비교해 봤을 때. 그러면서 되게 강박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제 노력을 뭔가 되게 부질없게 생각을 하고, 멍청하게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왜냐면 사실 각자만의 인생이 있는 거고 이제 각자만의 싸움이 있는 건데, 자꾸 남의 인생과 제 인생을 빗대는 순간, 제가 초라해졌던 거죠. 사실상 만약에 제 주변에 뭐 맨날 게임만 하는 폐인들만 있었으면 저는 사실 뭘 해도 자존감이 엄청 높았을 거예요. 만약에 계속 남이랑만 비교를 했다면. 왜냐하면 쟤보다 내가 나으니까.


Q. 말씀하셨던 ‘주사위를 돈다’ 이런 비유나 생각, 이론을 유튜브 근황 영상에서 한번 말씀하셨던 것 같은데, 모르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으니 한번 소개해주세요.


A. 그러니까 사람들이 어떤 행동, 어떤 시도, 어떤 일을 할 때 성과를 기대하고 하잖아요. 그리고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그 성과가 1, 성과가 낮게 나올까 봐 두려워서 시도조차 못하는 사람도 많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어떤 일이나 시도를 했을 때, 나오는 성과를 주사위 눈금에 비유를 한 거고. 주사위를 굴린다라는 표현은 그런 걸 시도한다는 것 자체를 말하는 거예요.


Q. 그런데 주사위를 돌린다는 것 자체가 운이잖아요.


A. 그렇죠.


Q. 사실 내가 노력하고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한 결과는 운도 중요하지만 노력도 중요하니까. 주사위를 돌리는 것은 너무 운의 영향이 큰 것 아닐까요?


A. 결과는 운이에요. 무슨 말이냐면, 애초에 주사위가 일반적인 주사위라 생각을 하면 안 돼요. 보통은 주사위가 1부터 6까지 있잖아요. 6면이 도박으로 치중돼 있는 게 아니라 자기가 어떤 성과를 위해서 노력을 하고 갈고닦았다면 그 눈금의 개수는 당연히 높아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률이 있다는 거예요. 마치 제가 ‘동창회’ 영상 저는 그냥 툭 던졌어요. 그냥 영상 올릴 거 없어서 그냥 툭 던졌는데 그게 조회수 40만이 될 것이라고 누가 생각을 해요. 지금 스트리밍이 제가 음악 내에서 이때까지 나온 성과 중에 제일 높아요. 지금 ‘동창회’ 하루 스트리밍이 2만 회가 넘거든요. 전국 모든 플랫폼 다 포함해서. 그래서 제가 지금 이 곡 하나로만 한 달에 진 200만 원 정도 들어와요.


Q. 그 곡 하나로만요?


A. 네, 6이 터진 거죠. 운이라고 설명을 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 적이 있지 않나요? 당연히 3 정도의 결과를 기대하고 했는데 2나 1 정도가 나오면 되게 멘털 터지죠. 근데 그럴 때가 있잖아요. 전 이 세상은 확률 게임이라고 생각을 하고, 노력은 확률을 단지 올리는 것뿐이라 생각을 합니다.


Q. 그러면 과거에서는 내가 주사위를 돌렸는데 진짜 1, 2, 2가 나왔던 때가 있었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럼 거기서 좀 번아웃이 오거나 ‘진짜 음악을 왜 하지’ 이런 생각이 들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을 하셨는지.


A. 쉽게 말해서, 슬럼프가 와서 3년 넘게 쉬었는데 어떻게 다시 돌아왔는지.


Q. 그죠, 3년 꽤 길잖아요. 3년 동안 축적된 것들이 사실 하루아침에 뭘 깨달았다고 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A. 뭔가 사실 한없이 떨어졌었어요. 원래는 전 제 잘난 맛에 살았는데, 이게 어느 순간 남들이랑 계속 저랑 비교하다 보니까 ‘그래 난 결국 내 한계는 여기까지고, 내가 열심히 해봐야 이 정도로밖에 못 가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되게 부질 없어지는 거죠. ‘왜 열심히 해야 돼? 난 어차피 이것까지밖에 못 하는 재능인데.’ 라고요. 제가 자존감이 엄청 떨어졌다 보니까 이런 생각을 했던 거죠. 그래서 계속 열심히 쉬다가 ‘인터스텔라’라는 영화를 봤는데 거기에 시가 있어요. 저스디스 님의 곡 제목이기도 한데,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이라고. 거기에 그런 내용이에요. 대강 설명을 하자면 ‘순순히 어두운 밤은 받아들이지 말라.’, ‘해가 떨어짐에 있어서, 어두워짐에 있어서 계속 분노하고 분노해라.’ 이런 뜻이거든요. 그거를 거기 작 중에 늙은 박사님이 있는데 죽기 직전까지 그 시를 읽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8b8SFpREHek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그래서 ‘저 씹덕 새끼 뭐 하고 있는 거야’ 그랬어요. 제가 그거를 진짜 좋아하다 보니까, 여느 때 같이 백수 새끼 마냥 (인터스텔라를) 5번째 보고 있는데 갑자기 뭔가 이해가 되는 거예요. 이게 뭔 말이냐면은 ‘운명을 알고 있다고 해서 거기에 순응하지 마라, 거기에 계속 네가 화내지 않고 그 운명에 네가 반항하지 않으면 더더욱 변화된 건 없다’ 뭐 이런 느낌으로 저는 받아들였거든요.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그런 거죠. 어차피 죽을 건데 지금 왜 열심히 사는지. 가끔 진짜 우울할 때 그런 생각 좀 들지 않나요? 뭐 어차피 죽으면 다 끝인데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이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되는 게 인간이잖아요.


Q. 멋있네요.


A. 그 과정을 어떻게 빛낼지는 본인이 정한다고 생각을 해요. 사실… 예를 들어 멋있었던 마이클 잭슨이나 저나 다를 건 없잖아요. 오히려 제가 더 나을 수도 있죠, 마이크 잭슨은 죽었고 저는 살아있으니까. 살아있으니까 가능성이 있잖아요. 그걸 보고 ‘내가 지금 되게 멍청한 생각을 했구나’ 했죠.


Q. 너무 안주하고 있었나……


A. 아니요. 안주가 아니죠. 그냥 절망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어차피 죽을 건데 열심히 안 살아’ 같이 행동하고. 똑같았던 거죠. 벌써 저 정신 차려 보니까 20대 후반이고. 벌써 27살이거든요. 한창 유튜브 할 때 제가 23살이었어요. 그래서 어쨌든 다시 빛내보자, 이 젊음을. 저의 최대한이 뭔지가 궁금해서. 그래서 지금 쉴 틈 없이 계속 일하고 있고 또 노력하는 만큼 성과가 계속 생기는 시기라서 노력하는 재미가 진짜 엄청나요.


Q. 그럼 제가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 왜 하필 음악이에요? 다른 것도 할 수 있거든요. 힘든 시간이 많으셨고 번아웃도 많이 있었는데, 그러면 보통 또 다른 길을 생각해 보기도 하거든요. 왜 하필 음악이었는지 궁금해요.


A. 그러게요. 잘 모르겠는데, 전 그냥 행복해요. 지금 이 삶이. 제 세계관, 제 세계 안에서 교집합인 사람들끼리 모여서 제 음악을 좋아해 주고. 쉽게 말해서 제 음악을 좋아한다는 건 공감대가 형성이 되기 때문에 좋아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러면서 제 세계 안에서의 저와 교집합인 사람들이 모여서 이런 감정을 공유하고 교감한다는 느낌이 너무 좋더라고요.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이 너무 큰 것 같아요. 그게 저는 너무 행복한 것 같아요.


Q. 어쨌든 음악이라는 매개체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이 모이고 거기서 좀 상호작용하는 게 기뻤던 거네요.


A. 그렇죠. 근데 그게 돈까지 되어버리니까.


Q. 그동안 그런 음악 활동도 많이 하셨잖아요.


A. 많이 있나요?


Q. 많이 했다고 생각해요. 대중들이 처음 타임피버님을 접하게 된 계기가 대부분 ‘언더클라우드’ 일건대, 제가 기억하기로는 사실 호평뿐만 아니라 비판도 좀 받았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게 알려진 계기가 ‘언더클라우드’이니까.


A. 저는 사실 딱히 부정적인 거에 집중을 하지 않았어요. 그걸로 얻은 긍정적인 효과가 저는 훨씬 많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요. 예를 들어 대부분 욕먹고 있는 어떤 사람을 보면 가끔 ‘쟤는 꽤 괜찮은데 왜 욕 먹지’ 싶은 사람이 있잖아요. 저는 계속 긍정적으로 봤어요. 웬만하면. 왜냐면 아셨겠지만 진짜 웬만한 언더그라운드 크루를 다 씹어먹는 인지도였다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Q. 그렇죠.


A. 말도 안 되는 성적이잖아요. 회사가 끼지도 않고, 뮤직비디오가 하루 만에 조회 수 10만이 넘어버리고. 이게 말도 안 되는 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지금 조회 수가 거진 45만 막 이 정도 되었고. 저는 거기에 집중을 했던 거예요.


Q. 긍정적으로 생각하기가 참 쉽지 않은데, 그렇게 생각하시니까 멋지신 것 같아요. 사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사람들은 쉽게 말하지만 어려운 거거든요.


A. 힘들긴 했죠. 욕먹고 하는데. 근데 그런 확신이 있었어요. (언더클라우드의) 크루원들이나 그런 시너지는 무조건 대중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런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언젠가 그런 시선이 바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계속했던 거였고요.


Q. 언더클라우드 멤버들 중에서 차진혁 씨도 있었고, 지스트(윤현선) 씨도 있었고. 언더클라우드 멤버님들과는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A. 그렇죠. 이제 뭐 다 연락은 하고 살죠. 얼마 전에도 현선이(지스트)가 작업실 집들이 왔는데. 진짜 놀랐던 게 한 18시간 동안 그냥 얘기를 했어요.


Q. 거의 하루의 절반을 넘게 얘기하셨네요. 혹시 언더클라우드 멤버분들이 다시 뭉치는 일은 없을까요?


A, 그러려면 근데 각자들의 품이 더 좋아지고, 서로 할 짓거리가 없어야 가능해요. ‘심심한데 할래?’ 정도의 여유는 서로 생겨야 할 수 있지 않을까.


Q. 과거 얘기를 하다 보니, 이 얘기도 안 할 수 없겠죠. 전에 스카이민혁님과 디스전도 있었잖아요. 디스전 후에 타임피버님께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태도가 바뀌었다거나.


A. 엄청난 에너지로 다가왔죠. 너무 멋있더라고요. 3년 동안 쉰 저의 입장에서는 그냥 멋있을 수밖에 없어요. 저는 다 떠나서 음악이 뭔가 경쟁이라는 생각을 안 해요.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저한테는 오히려 엄청난 에너지로 다가왔죠. 민혁이도 마찬가지로요.


Q. 결국 두 분 모두에게 좋은 거네요.


A. 저는 너무 좋죠. 왜냐면 걔도 (스카이민혁도) 가끔씩 저 볼 거예요. 제가 유튜브 하니까 ‘그 새끼 뭐 하지’하고 봤는데, 한 달 만에 조회수 40만짜리가 터졌잖아요, 예를 들어. 민혁이도 몰래몰래 볼 수 있죠.


Q. 결국 사적으로 싸운 것은 아니니까요.


A. 저는 사실 처음에는 시비 걸려서 열받았던 건 맞죠. 나이 먹고 나서 좀 아는 것 같아요. 그땐 어려서 서로가 되게 경쟁심 있었고 치열하고 열등감 있고 그랬는데. 지금은 서로 그 공식을 좀 아는 것 같아요. 음악은 협업이고 같이 살아가고 있는 거구나. 이걸 또 서로 깨닫고.


Q.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디스전도 힙합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음악 안에서 자전적인 이야기도 할 수 있고. 타임피버님이 음악으로 보여주고 싶은 게 무엇인가요? 자전적 가사나,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거라던가.


A. 전 음악을 뭐라고 생각을 하냐면, USB 같다고 저는 생각을 해요. 사람이 가장 잘 기억할 수 있는 감각이 후각인데, 전 청각도 못지않다고 생각하거든요. 한창 감수성 풍부했던 학창 시절에 좋아하던 우울한 음악들이 있어요. 저는 옛날에 막 우울한 노래 들으면서 밤하늘 보고, 스스로 생각하는 걸 좋아했거든요. 거의 이제 10년이 다 돼 가는데, 그때 당시에 들었던 음악을 들으면 그때의 기억이나 감수성이 떠올라요. 그래서 저는 음악을 USB라고 늘 생각을 해요. 그래서 제 노래를 듣는 사람이 지금 이 음악을 통해서 그 순간을 기억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는 거죠. ‘동창회’를 들은 사람들이 댓글에서 그런 모습 많이 봤어요. 진짜 그 시절이 떠오르고 뭐가 떠오르고 막 이러면서……되게 뿌듯하고 좋었어요. 그래서 저는 제 감정과 제 이야기, 제 생각을 그때그때 떠오를 때마다 기록을, 이렇게 저장을 한다는 생각으로 음악을 하는 것 같아요.


Q.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궁금해요.


A. 제가 학창 시절 내내 찐따였거든요. 근데 찐따였는데도 하나 인정받았던 게 노래였어요. 그전까지는 힙합이 따분한 음악이라고 생각했어요. 노래방에 가면 친구들이 염불 외우듯이 랩을 했는데, 제가 그걸 3분 동안이나 듣고 있어야 하는 게 시간 낭비 같았거든요. 그러다가 블랙넛의 ‘100’이라는 노래를 듣고 ‘와, 이거다.’ 했죠.


Q. 그 노래가 충격적이긴 했어요.


A. 그래서 취미로 쓰던 자작곡을 학교 장기자랑 때 부르게 되었어요. 아직도 기억나는 라인이 ‘난 위성이 싫어, 행성이 돼서 널 따라오게’ 이런 제 풍부했던 감성이 담긴 랩을 공연에서 막 쏟아부었는데, 친구들이 ‘찐따의 반란이다’, ‘이 새끼가 이런 모습이’, 이런 반응이었어요. 막 온몸에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고, 생애 처음으로 야동 봤던 것처럼. 이제 끊을 수가 없는 거예요.


Q. 그러면 타임 피버 님이 음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을 하셨으니까, 이번에 반대로 음악이 타임 피버 님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겠어요?


A. 되게 문학적이다……


Q. 약간 음악의 신이 있다면, 타임피버님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A. 재밌어할 것 같아요. 만약 제가 음악을 하지 않았다면 학창 시절에 이어 밑바닥 인생을 살지 않았을까. 전 음악한테 구원받았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마 (음악이) 여럿 구원 했을 거예요. 음악이 저보고 ‘넌 나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어. 네 인생 어쩔 뻔했냐 진짜로.’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Q. 만약에 음악을 시작하기 전, 중학교 1학년 즈음으로 돌아간다면 똑같은 선택을 하실 건가요?


A. 네. 저는 더 미친 듯이 할 거예요. 대신 딱 하나, 비주얼을 좀 더 신경 썼을 것 같아요. 보통 사람들은 비주얼은 완벽한데 음악이 구린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구린 음악을 비주얼로 커버 치는 아티스트도 많거든요. 근데 저는 완전 반대죠. 제가 만났던 친구 중에 제 음악을 듣는데 ‘와 진짜 좋다’하다가, 제가 스크롤을 올렸어요. 커버 영상이었거든요. 근데 그 친구가 보더니 갑자기 노래가 너무 구리게 들린다고. 제가 다른 사람들의 음악을 들을 때 비주얼을 신경 안 썼으니까 제가 비주얼의 중요성을 치우고 있었는데, 지금은 비주얼이 엄청 중요하다는 걸 이제야 알아서. 더 발전해야겠지만 그때 절 좋아해 준 팬들에게 저는 너무 고마워요. 진심으로, 진짜. 나중에 제 앨범 샀던 분들은 단독 콘서트 같은 걸 할 때 아주 싼 가격으로 들어오실 수 있는 이벤트를 좀 하고 싶어요.


Q. 그렇군요. 긴 시간 동안 이야기 나누어 주셔서 감사해요. 마지막으로, 타임피버님을 좋아해 주는 팬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려요.


A. 그냥 너무 고마운 것 같아요. 별 할 말이 없어요. 진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되게 고마워요. 이런 완성되지도 않은 애를 쉽게 좋아할 수 없을 것 같은데 고맙죠.


Q.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드리면서, 앞으로 주사위를 돌리셨을 때, 6이 나오길 응원할게요. 인터뷰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원하는 바를 랩으로 말하며 즐거운 음악활동을 이어나가는 그에게, 더욱 큰 운이 따르길 바라며 인터뷰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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