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23일에 게시글을 올려 61개의 좋아요를 받았던 천안최고 능소화 스팟이 능소화에 잡아먹혔다. 올해 봄인가, 작년 겨울인가. 허송세월이 있던 골목은 드라마 세트장 간판들에 감춰지고, 남아있던 공구 상가들도 모두 거리를 떠났다. 고고하게 남아있던 천안최고 능소화 스팟의 꽃집도 마침내 사라졌다. 매일 출퇴근하며 그 길을 지났다. 신기하게도 올해 여름 늦도록 꽃이 피지 않았다. 6월인데, 7월인데도 꽃이 피지 않더니 여름이 질 때쯤에야 몇 송이의 꽃을 피웠다. 꽃이 잠깐씩 피고 지면서 능소화 넝쿨이 마치 건물을 뜯어먹는 것처럼 숨어있던 간판을 허물고, 벽과 창문을 허물었다. 다신 돌아오지 않을 누군가에게 복수하듯이 사람이 드나들던 문을 완전히 감춰버렸다. 재개발이 되기 전에 먼저 무너져버릴 기세로.
천안역 주변을 둘러싼 개발 공사가 마침내 착공되었다고 여기저기 플랭카드가 붙었다.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그 어느 날의 하루 아침을 놓칠까바 조마조마하다가 사진을 찍어두는 것으로 인사를 다한다. 왜 이 골목에. 이렇게 끊임없이 돌아가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