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이방인>, 원작을 매우 잘 살린 수작
연극 <이방인>을 보기 전에 옛날에 읽어 기억이 듬성듬성 나는 ‘이방인’을 다시 읽었다. 스물아홉의 까뮈는 어떤 절망감에 빠져있었기에 뫼르소를 탄생시켰을까? 아랍인을 죽인 살인죄로 재판을 받는 뫼르소는 살인의 이유보다 엄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고 다음날 여자를 만나 코미디 영화를 본 이유를 왜 더 추궁받았을까? 사회는 늘 이렇게 참혹할 만큼 부조리한 것일까?
극단 산울림에 의해 제작된 연극 <이방인>은 임수현 연출에 의해 각색되어 무대에 올려졌다. 전박찬 배우는 초연에 이어 뫼르소 역을 맡아 호연했다. 단차를 둔 원형의 무대에서 펼쳐진 이방인은 원작에 매우 충실했다. 공연 전에 책을 다시 읽고 가 배우들의 연기에 더 깊게 몰입할 수 있었다. 별다른 각색 없이 원작에 충실한 연극이 주는 쾌감이 꽤 좋았다.
뫼르소 역의 전박찬 배우는 특유의 슬픈 눈빛으로 의욕 없는 뫼르소를 백 프로 보여주었다. 죄수복에는 까뮈의 탄생과 사망연도를 달고 말이다. 오랜만에 무대에 오른 박윤석 배우의 노인과 검사 연기도 이현지 배우의 마리도 장성환 배우의 레이몽, 임영식 배우의 변호사와 신부 연기도 모두 좋았다.
미니멀한 무대와 막간의 음악까지 산울림의 이방인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추천한다. 차예준 배우의 뫼르소도 무척 좋다고 하는데 시간을 낼 수 없어 아쉬울 따름이다.
9월 22일까지 소극장 산울림에서 공연되고 아직 표가 있으니 이번 기회에 원작의 예술성과 단정한 연출 맞춤한 연기와 무대의 이방인을 만나 보시길 바란다.
알베르 까뮈 작
임수현 번역 각색 연출
전박찬 박윤석 이현지 장성환 임영식 출연
무대 이인애 이인애
극단 산울림 제작 @tcsanwool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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