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연극인 김철의의 연극 <함석지붕의 플레밍>
이 연극은 시종일관 부산스럽다. 배우들은 많이 움직이고 크게 소리 지르며 말한다. 그리고 이 부산함은 묘한 카타르시스와 페이소스를 준다.
두성은 재일 한국인이다. 작은 공장에 다니는 착하고 성실한 아버지이지만 입이 좀 가볍다. 그에겐 태종이란 아들이 있다. 두성은 태종을 끔찍이 사랑하고 그래서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고 싶다. 1980년, 당시 재일 한국인들은 북한을 우리나라라 부르는 것이 자연스러웠고 이 조총련 중엔 남한의 소소한 정보를 북에 보내는 스파이 활동을 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두성은 이 스파이 활동이 멋있어 보였고 자신이 스파이라면 아들이 자랑스러워할 것이라 믿었다. 두성을 스파이가 되었지만 얼마 안 되어 아들에게 들키며 이 왁자한 스파이 소동이 시작된다.
연출과 희곡 연기까지 모두 도맡은 김철의 연출은 1971년 오샤카에서 태어난 재일 한국인으로 북한교육을 받아 남한에는 한동안 올 수 없었다. 그의 작품은 일본에 사는 한국인들의 이야기로 향수를 담고 있다. <이카이노 바이크>도 <창천장단>도 그리고 이번 연극 <함석지붕의 플레밍>도 모두 일본에서 이주민으로 살지만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는 재일교포의 고단함과 애환을 담았다. 그래서 왁자한 연출에도 불구하고 처연한 슬픔이 있다.
나는 앞의 두 작품은 변영진 연출로 우리 배우들이 연기한 작품으로 만났고 김철의 연출의 작품은 이번이 첫 관람이었다. 커튼콜에서 김철의 연출은 일본 배우들과 서울 무대에 서게 된 것이 매우 기쁘다며 11월에 오사카에서 있을 한일연극제에도 관심을 가져 달라고 했다.
이야기에서 모성은 눈물로 부성은 연민으로 그려지는 것 같다. 알고 보면 한없이 작은 사람이 아버지라고 말한다. 기발한 만화적 상상력이 무대애서 거침없이 펼쳐지는데 흥겨워 절로 손뼉이 쳐진다. 조금 더 시간을 갖고 갖춰진 무대에서 이들 Team Kulkri의 작품을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한글날을 기념하는 말모이 축제 & 연극제 특별 초정작으로 5일까지 후암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 추천한다.
제목의 ‘플레밍’은 아마도 007 시리즈를 쓴 이안 플레밍의 이름을 가져온 것 같다고 편성준 씨가 말했는데 나도 동의한다. 연극을 보면 편성준 씨의 추론이 합리적이란 생각이 들 것이다.
Team Kulkri 작품
김철의 작 연출
김철의, 하가시 치사토, 히라카와 유사쿠, 후루카와 요시미츠, 나가야마 사토시, 나가노 하지매, 전소애, 오조라 아키, 카배 아리사 @2525.arisa @mm2festival
#대학로연극 #연극 #말모이연극제 #savvy_play_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