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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행성 쌔비Savvy Oct 13. 2024

연극 <간과 강> 혹은 liver와 river

동이향 작, 이인수 연출


연극의 제목은 <간과 강>이다. 우연찮게 이 단어의 영어 표기도 자음 하나만 다르고 같다. 이 제목은 이 연극의 언어적 유희를 상징한다. 불과 3일 전에 언어 연극 <관객모독>을 보고 피터 한트케의 ‘관객 모독’을 구매했는데 우연찮게 이어 본 연극도 언어의 유사성과 비틀림을 사용해 쓴 희곡 작품이었다. 난 이런 작품을 좋아한다. 연극의 매력이 한껏 빛나니까.


주인공들은 배역 이름은 알파벳으로 구분되었지만 이름이 불리진 않는다. 다만 생식왕 첫사랑이라는 온라인상의 닉네임이 존재한다. 주인공 여자는 매일 한강을 바라보며 맥주를 마신다. 잠을 자지 못한다. 병원에 찾아가 아무리 자신의 상태를 설명해도 의사는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한다. 의사는 증상에 따른 처방을 하지만 그의 고통에 공감할 순 없다. 남편도 마찬가지다. 코를 골며 자다 잠시 깨어 강을 보면 우울해진다고 할 뿐이다.


연극의 줄거리는 별 의미가 없다. 애초에 줄거리를 갖고 쓰인 희곡이 아니다. 싱크홀이 흔하고 종말이 곧 닥칠 지구, 제정신을 갖고 살기 힘들다. 그 힘든 상황을 어떻게든 버티는 여성, 청년, 낚시꾼들. 그래서 그들의 행동엔 유기성이라곤 찾기 어렵다.


국립극단에서 제작하여 이렇게 큰 무대에서 선보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차범석 희곡상에 빛나는 작품. 부조리극이란 이름표를 갖고 무대에 올려졌다. 희곡을 차근차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연출은 이게 옳았을까란 의문이 들었다. 어쩐지 배우들에게 희곡을 던지고 ‘자,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라고 주문한 것 같다. ‘글과 무대’ 작품에 주로 오르는 배우들과 이인수 연출은 합이 맞았겠지만 최정우, 성원 배우의 연기는 결이 달랐다. 송인성 배우의 모노극에 가까운 열연은 힘에 부쳐 보였다. 빵야 초연으로 처음 만났던 소년 역의 최정우 배우는 그 사이 많이 성장했다.


언어유희를 한껏 사용한 희곡의 매력도 살리지 못했고 배우들의 움직임 연기도 의도대로 되지 않아 보였다. 유명한 연출도 가끔 헛다리 짚는  때가 있겠지. 기회가 된다면 동이향 작가의 이 작품을 다른 연출로 꼭 다시 보고 싶다.


동이향 작

이인수 연출

송인성 강현우 최정우 @vogue.jw 성원 김시영 유재연 구도균 신강수 출연

국립극단 작품 @ntckall


#연극 #연극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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