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 공연 <게릴라 씨어터>
연출 황정민, 작 오세혁 @fivethreehyeok
게릴라 씨어터라는 제목은 매우 중의적이다.
연극은 게릴라의 특성을 가진 장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3년 서울연극제 ’희곡아 솟아라‘ 당선작인 <게릴라 씨어터>는 남미의 한 연극 연출가의 일화를 모티브로 쓰여졌다.
이 연출가는 글도 알지 못하는 빈농 출신의 게릴라들에게 연극을 지도했다. 연출가가 한 달에 한 번씩 정글을 방문할 때마다 게릴라의 수는 조금씩 줄어들고 마침내, 게릴라는 단 두 명 밖에 남지 않았다. 두 명의 게릴라가 연출가에게 2인극을 만들 수 없냐고 물었다.
연출가가 물었다.
”대체 이 지옥 같은 현실에서 연극 따위가 무슨 소용이란 말이요?“
두 명의 게릴라가 말했다.
”이 지옥 같은 현실에서 연극마저 없으면 어떻게 하나요?“
싸움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 겁쟁이 게릴라들은 연극을 통해 자신들이 용감한 게릴라가 될 수 있다고 주문을 걸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것이다.
황정민 연출에 의해 해석된 작품은 코믹과 사랑스러움이 조화를 이뤘다. 황정민을 비롯해 이종혁, 장영남 배우가 한 무대에서 연기하는 것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이 공연이 낭독극이었기에 가능했다. 배우들은 단차를 둔 무대에 앉아 낭독을 했다. 이 단차를 둔 무대는 극에 거리감과 깊이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낭독극에 굳이 자막을 넣어 다소 산만하다는 생각을 하다, 아차 청각장애인을 위한 배려였겠다는 데 이 짧은 생각이 미쳤다. 샌드 페인팅으로 극의 분위기를 보충해 준 것도 좋았다.
오세혁 작가의 희곡은 일단 따듯하다. 그 따뜻함에 유머와 연민이 얹어진다. 이 작품고 그렇다.
<출연>
황정민, 장영남, 이종혁, 음문석, 김찬호, 윤영균, 김도훈, 유지리산, 김환희
<제작>
제작 : (주)샘컴퍼니 / 연출 : 황정민 / 작가 : 오세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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