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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첫매듭 Jul 27. 2024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한 발짝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영화를 보고

스포를 포함하고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작년에 개봉한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을 비가 오는 날 감상했다.

뭔가 일본영화는 가볍게 보려 하지만 준비하고 보게 되는 것 같다.


영화의 시작은 편지를 쓰는 '케이코(여주인공)'를 비추며 시작한다.

영화는 잔잔하게, 지금의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옛날 영화 느낌의 화질로 촬영하신 것 같다.

(영화를 보다 보니 시대적 배경도 완전 최근 같지는 않다.)

어쩌면 그렇기에 다큐멘터리 영화 같은 느낌도 나며, 묘한 집중력을 일으킨다.


복싱영화라 하여 엄청 '동(動)'적 영화인줄 알았으나 의외로 '정(靜)'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복싱은 '케이코'라는 사람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보이며 복싱이 중점이 아닌 그 인물에 집중을 하게 된다.


영화를 보면서 살아가는데 오감을 오롯이 가지고 있다는 게 얼마나 행운인지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행복이 기본 상태가 되면 그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자각하기 힘든데 건강한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영화에서 '케이코'는 청각장애인으로 우리가 오감으로, 여러 감각으로 나누어 받아들일 정보를 '시각'에 더욱 의존하며 더 많은 정보를 눈으로 받아들여 해석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더 빠르게 받아들이고 해석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아무렇지 않게 꾸준히 맡은 바를 해나가는 모습이 대견해 보이기도, 안쓰럽기도 하다.


영화에서 복싱감독과 기자가 인터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거기서 감독은 얘기한다.

"케이코는 재능이 있는 편이 아니다. 스피드도 느리고, 하지만 인간적인 기량이 있다. 정직하고 솔직하고..."


이 대사가 어쩌면 시청자에게 던지는 메시지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재능 있는 사람들보단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많기에.. 다들 그렇게 살아간다고 말이다.



영화에서는 이 장소가 몇 번 비추어다.


이 장소는 '케이코'가 지나다니는 골목길(지름길)로 보이며 이쪽을 지나치며 몇몇 안 좋은 일들을 겪는데, 처음에는 이 골목길을 지나쳐가다가 피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이쪽으로 지나간다.


우리의 삶 또한 마찬가지이지 않나 싶다.

좋은 일들만 생기기보단 원치 않는 일들이 생겨서 피해도, 피하면서 살 수만은 없기에 부딪히고 또 이겨내면서 살아가는, 아주 평범한 삶 말이다.



이 장면에도 나오듯이 싫고 아프고 힘든 건 '케이코'나 '우리'나 똑같다.


하기 싫고, 귀찮고 또 어느 때는 힘들기도 한 일들을 해야만 하는 그 순간이 오면 하고 싶은 것만 할 수는 없다는 것을, 또 그것을 해내면서 성장을 하기도..

(중략)



영화에서 여주인공이 웃는 몇 안 되는 장면인데, 자신과 똑같은 친구들과 만나 대화(수화)하는 장면이다.

주변은 만석이지만 마치 공간이 분리라도 되어있듯 주변 대화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항상 경직된 표정의 '케이코'지만 이 장면에서 편하게 웃는 모습이, 그 나이대의 평범한 사람들과 전혀 다르지 않은 그냥 소녀이다.



정말 제목을 잘 지었다고 생각이 드는... 영화를 보며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케이코의 '눈이 참 예쁘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가 재미있다고, 클라이맥스가 있는 그런 영화라고는 말하기 힘들지만.. 아마 보시는 분들중에는 지루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흡입력 있고, 영화에서 비춰지는 부분들이 주는 동질감과 위로를 주는 영화였다.

(+ '케이코'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영화였다.)


그 외에도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있으나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영화에서 확인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오늘도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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