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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첫매듭 Oct 30. 2024

우리는 어른이 되어가는 중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감상평

※ 전체적인 내용이 담겨있으니 원치 않으신 분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내용 中

왓챠 오리지널 시리즈인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라는 드라마를 봤습니다.

강창래 작가님의 에세이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가 원작이라고 하네요.


총 12회로 각 회마다 주제(요리)와 그에 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연히 드라마를 보게 되었는데 정말 슬픈 드라마라고 생각되네요.

(결은 다르지만 오래간만에 드라마 '눈이 부시게, 나의 아저씨'를 봤을 때와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주연으로 나오시는 한석규 님과 김서형 님의 연기가 정말 몰입을 안 할 수가 없더라고요.



아픈 아내를 위해 요리하는 남편이자 작가인 강창욱(한석규),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건강이 약해지는 부인이자 엄마 정다정(김서형)

그리고 수능을 끝낸 아들이자 어른이 돼 가는 과정의 진호(강재호)


이렇게 한 가족이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점차 이별을 준비하게 되는데..


사실 이걸 드라마라고 해야 할지 뭐라 정의해야 할지 참 먹먹하더라고요.

실제로 겪었던 일을 살짝의 각색을 한 것이니까요.


가족이나 지인 중 누군가 많이 아파봤다면 겪을법한 아픔을 드라마로, 글로 절제하여

담담한 척 꾹꾹 눌러 담았다는 게 느껴지는 작품이었어요.


아마 이 드라마를 봤던 분들 중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각 회차는 30분으로 짧다면 짧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알차게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드라마가 회당 1시간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개인적으로는

이 드라마가 감정을 소용돌이치게 만들었어요.


한석규 님의 진중한 저음이 듣는 이로 하여금 집중하여 듣게 만들고, 또 발음이 좋아서 몰입이 되었네요.

김서형 님이 연기를 잘한다는 건 여러 드라마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이번작품에서 정말 여실 없이 느꼈습니다.


드라마에서의 음식은 소통의 창구이자 애정을 드러내는 하나의 수단으로 보이는데 그 과정이 참 애틋합니다.

드라마 곳곳에 느껴지는 슬픔을 담담하게 내레이션으로 읊는 한석규 님의 목소리가 참 인상 깊었어요.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절제됨이 마치 슬픔을 꾹꾹 눌러 담은 느낌도 나고, 어른이기에 애써 담담한 척하는 어른의 모습을 비추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사실 드라마는 아픔에 집중하고 슬픔에 집중하지 않아요.

절망과 상실에서 오는 부정적인 감정이 아닌 그 과정에서 더욱 단단해지고, 일상의 소중함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들에 초점을 맞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드라마는 밝은 느낌으로 진행됩니다, 어쩌면 암울한 상황에 정반대이기에 드라마에 나오는 담담한 말들과 행동들이 어딘가 더욱 서글프게 느껴지지만요.


드라마 강창욱(한석규)의 대사 중에 "슬픔이야 늘 그림자처럼 우리를 따라다니죠. 그렇지만 전 슬픔보다 기쁨을 나누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제가 쓴 요리이야기에서 기쁨도 함께하면 얼마나 좋을까요.(2화)"가 정말 와닿았습니다.


드라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적고 싶지만 그저 한마디 드리고 싶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백번의 말보단 한번 보는 것이 낫다고요.



사실 전 슬픈 드라마를 좋아하진 않습니다.

세상에는 즐거운 일들도 많지만 필연적인 슬픈 일들도 무척이나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드라마나 책들도 즐거운 작품을 감상하는 쪽에 포커스를 두려고 합니다.


그렇지만 슬픔과 아픔을 겪으면서 사람은 성장하고, 또 인내하는 법을 배우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다들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거겠죠.


"세상은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일이 대부분이고 그걸 또 받아들이는 게 어른인 것 같아. 덕분에 지난 1년 온 가족이 같이 있을 수 있어서 엄마는 정말.. 정말 좋았다. 어쩌면 엄마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을지도 몰라(10화)"


정다정(김서형)의 대사를 마무리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모두가 어른이 되길 바라지 않지만 점차 어른이 되어가는 독자분들에게,

오늘도 감사한 하루 보내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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