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 글쓰기.
어떻게 써야 할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오랜만에 글을 써봅니다.
썼다 지웠다가, 발행하지 않고 묵혀 놓았다가.
나름 잘 써보고 싶어서 글쓰기 관련 책들을 찾아보고
독립서점, 대형 서점을 다니면서 그래도 눈에 들어오는 책들이 있으면 언젠가는 보고 유용 할 거라는 생각에 사고, 또 사고..
정작 사두고 읽어 끝까지 읽어 보지 못하고 책들은 그렇게 눈길 받지 못한 채 책꽂이에 차곡히 채워져 다시 펼쳐 볼 날을 기다리고만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읽어 볼까 해서 가게 한편에 작은 책장을 구매해서 읽어보려고 했던 책들을 하나하나 가져다 놓았지만 엉뚱하게도 그 책장엔 또 다른 책들을 사서 또 차곡차곡 쌓아두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문득 책에서 봤던 글 중에 그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아무도 보지 않음에도 글을 다듬고 예쁘게 세련되게 쓰느라 정잘 글을 못쓰고 빈페이지로 남겨 놓은 일기장의 페이가 쌓여 간다는…
나 같았었습니다.
그냥 글을 써보고 싶어서, 글 쓰는 게 좋았으니까, 주위 사람들에게 언변은 뛰어난데 글로 써보는 건 어떻겠냐는 얘기들도 많이 들었던 터라 말로 내뱉었던 말을 글로 적는 것 역시 쉬울 거라 생각했었습니다.
말을 하는 것과 글로 적는 건 전혀 달랐습니다.
분명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하는 말들은 미리 적어 둔 거라던지, 미리 연습한 것들이 아님에도 술술술 잘 나왔었는데 왜 대화를 나눴던 것들을 글로 적으려면 순간 백지가 되어서 빈페이지에 커서만 깜빡이고 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도,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정리를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못하겠어서 그래서 한동안은 글도, 일기도 아무것도 쓰지 않았었습니다.
그렇게 지난 시간들이 이제 1년이 다 되어 갑니다.
벌써 11월의 중간을 달려와 25년은 고작 한 달 하고 반절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아쉬웠어요. 후회도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뭐라도 그냥 엉망이라도 그냥 한두 줄이라도. 그날의 기분이라던지, 있었던 일이라던지, 좋았던 일 슬펐던 일 짜증 났던, 화가 났었던 그런 모든 일들을 단 몇 줄이라도 적어 둘걸 하는 후회가…
그럼 뭐라도 남지 않았을까?
그냥 일상의 사진이라도 하나 남겨 둘걸 하는 그런 마음들이 너무 후회가 되어서 오랜만에 그냥 그 마음을 적어두고
후련하게 내년을 위한 준비를 해볼까 합니다.
매일매일 일기처럼 글쓰기. 혹은 쓸 수 없을 땐 사진이라도 하는 그런 것들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