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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너로 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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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하비 Mar 15. 2020

Give and take.


사람은 주고 나면 으레 받을 것을 기대하고 준 만큼 받지 못하면 왠지 모르게 섭섭해한다. 그 감정이 크고 작은 것의 차이이지,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엄마라면 당연히...


엄마 자신은 포기하고 아이에게만 최선을 다하는 엄마는 칭송받는다. 또 그렇게 해야 한다고 알게 모르게 강요당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나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러지 못하는 내가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그때 나는 혼자만의 시간이 없다는 게 제일 견딜 수 없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것조차 아이에게 미안해졌다. '나'는 없어지고 '우리'가 당연해졌다.



아이는 태어나는 순간 엄마의 몸에서 분리되어 다른 하나의 인간이 된다. 그걸 하루빨리 깨닫는 편이 좋은데, 간혹 어떤 부모들은 그걸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친 집착을 사랑이라 치부하기도 한다. 극단적인 예이지만 이런 경우를 종종 보아왔을 것이다.


우리는 부모님 세대와는 다르게 결혼과 출산이 선택인 시대에 살고 있다. 90년생인 내 친구들만 봐도 일찍이 비혼 주의를 선언하는 친구, 결혼은 하더라도 아이는 낳지 않겠다는 친구들도 많다. 저출산이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지금, 어찌 보면 엄마가 된다는 게 막중한 임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 또한 그런 불안감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저 내 선택이었기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그 시간들에 충실할 뿐이었다.


나는 임신 기간을 포함한 4년이라는 길고도 짧은 시간 동안, 한 인간을 낳아 기른다는 건 내가 여태껏 살면서 배운 어떤 것과도 다른 차원의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분명 노력에는 그만큼의 보상이 따른다고 배웠는데 육아에서는 그런 게 통하지 않는다는 걸. 부모가 최선을 다한다고 해서 아이가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고, 그런 욕심을 내어서도 안된다는 것을. 아마 내 자신만 들여다봐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과연 나는 부모님이 바라대로 살아왔던가..?'



아이에게는 무한한 사랑을 주어야 한다. 일정 기간 동안은 나를 내려놓고, 아이만을 위한 내가 되어야 하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내가 선택한 책임이기에.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엄마인 나 자신도 내 아이만큼 사랑하고 돌보아야 한다. '공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산 후 최소 2년 동안은 엄마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좋은데, 이 시간은 결코 짧지 않게 느껴진다. 카페에서의 여유로운 커피 한잔, 친구들과의 술자리, 하다 못해 출퇴근길 사람들로 가득 들어찬 지하철마저 그리워진다.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순간적으로 느끼는 작은 감정들도 그냥 지나치지 말고 뱉어내야 한다. 온전히 내 편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에게. 그런 사람이 한 명쯤은 있을 텐데, 만약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다면 기록하는 걸 추천한다. 그때그때 어떤 일로 화가 나는 건지 혹은 슬픈 건지, 하나도 빠짐없이 적고 감정이 정리되고 나면 다시 읽어보는 것이다. 좋았던 일들도 적어두면 좋다. 이렇게 하면 내가 왜 그랬던 건지 정확히 알 수가 있고, 어떻게 하면 될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그냥 지나친 감정들은 쌓이고 쌓여,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도 모르게 크나큰 벽이 되어 나에게 다가온다. 어떻게든 뱉어내야 한다. 그리고 이 순간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예를 들어 영화나 드라마를 본다거나, 좋아하는 커피를 한잔 마신다거나 하는 사소한 것들부터 시작해서 생산적인 일까지. 웬만하면 집안일은 제쳐두길 바란다. 엄마에게는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이 꼭 필요하다. 그러지 못한다면 어느 순간 ''는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엄마들은, 살면서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이 아이를 낳은 거라고 말한다. 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크게 다를 것 없는 일상 속에서 발버둥 치고 있겠지.


아이를 통해 바라본 세상은 이 전의 것과 완전히 달랐다. 아이도 많이 자랐지만, 아이로 인해 내가 더 많이 성장한 걸 느꼈다. 끊임없이 주고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아이로 인해 내가 얻은 것이 훨씬 많았다는 것이다.


육아는 1, 2년 안에 끝나지 않는다. 엄마인 나 자신도 잃지 않으면서, 만족스러운 육아를 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이따금씩 초등학교 때 했던 장거리 달리기를 떠올리며 나에게 말한다. 숨을 고르게 분배해서 끝까지 잘 달려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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