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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상연 Aug 01. 2017

청년들이 록음악을 듣지 않는 이유 I  

Part1. 소비자에서 생산자로의 전환 구조, 그리고 성공모델

서문

페이스북에서 지인이 좋아요를 누른 칼럼을 우연히 보았다.

제목은 "청년들이 록음악을 듣지 않는 이유".

나는 10대 20대를 록 키드로 보낸 세대이며, 마침 학생들에게 강의할 때도 몇 번 이야기했던 주제였기에 흥미를 갖고 정독했다.


칼럼의 흐름은 이렇다.


1. 록음악은 힙합과 일렉트로닉에 밀려 쇠퇴했다. 이것은 전 세계적 현상이다.

2. 1990년대까지의 작곡가들은 오선지에 음표를 그리는 인문학적 노동이라는 예술행위를 했다. 하지만 요즘 음악은 히트곡을 쓰려 안달이 나있는, 컴퓨터로 조잡하게 비벼 만든 싸구려 음악이다. 이런 현상의 근원은 사람들이 록음악을 안 듣기 때문이다.

3. 가난한 록커들의 에피소드, 록에 대한 예찬

4. 청년들이 록음악을 듣지 않는 이유 : 부모세대의 물건이라 쿨하지 않기 때문(데이비드 색스의 저서 인용)

5. 현 젊은 세대가 부모가 되면 복고 흐름을 타고 록음악이 부흥할 것이다


하지만 록의 몰락을 단순히 소비자의 탓으로 치부하고, 시간만 지나면 록의 시대는 다시 올 거라는 전망은 너무 단편적 접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칼럼에 대한 댓글 역시 부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러한 이유로 평소 생각해왔던 "청년들이 록음악을 듣지 않는 이유"를 몇 차례에 걸쳐 써 보고자 한다.


Part 1. 소비자에서 생산자로의 전환 구조, 그리고 성공모델


그룹 AZIATIX를 만들며 함께 일했던 전설적인 R&B 팀 솔리드의 프로듀서 정재윤으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로 시작해 보고자 한다. 참고로 정재윤은 2살에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가며 LA지역에서 성장했다.

그는 록의 전성기인 80년, 90년대의 할리우드를 직접 체험하며 자라났다.


"라디오와 길거리에서는 항상 록음악이 흘러나왔고, LA 지역의 클럽은 록 밴드의 공연을 보려는 젊은 관객들로 넘쳐났다. 당시 LA지역에서 인기 있고 잘 나간다는 애들은 다 록커였고, 많은 친구들이 악기를 배우고 밴드를 만들었다. 할리우드의 수많은 클럽에서 이런 젊은 밴드들의 공연이 펼쳐졌다. 그리고 이들 중 Jeff Buckley, No Doubt과 같은 이들은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하며 스타가 되는 일도 자주 벌어졌다."


그 시대는 그랬다.


당시 10대들에게는 록커들의 음악을 듣는 것이 가장 '쿨'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많은 록키드 들은 성공한 록밴드들을 동경하며 악기를 배우고 록커의 길에 접어들었다.


즉, 소비자에서 생산자로의 전환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러한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공한 록 밴드가 지속적으로 배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한 "성공모델"의 존재는 자신도 같은 성공을 꿈꾸며 그 길을 갈 수 있게 만든다.


그렇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가장 '쿨'한 음악 그리고 '성공모델'은 무엇인가? 오늘날 가장 '쿨'한 음악은 아이돌 음악, 힙합, 일렉트로닉이다.'성공모델'은 K-POP의 이름을 달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아이돌, 수많은 해외 자동차 컬렉션을 자랑하는 힙합 뮤지션이다.


록의 시대와 마찬가지로 소비자는 생산자로 전환되고 있다. 내 세대의 학교 축제 공연 중 가장 인기가 있었던 것은 "She's Gone"을 불러재끼는 록밴드의 공연이었다. 하지만 요즘의 중고등학교 축제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보라. 아이돌 댄스 커버, 힙합 음악 공연 등이 그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개중 재능 있는 아이들은 기획사 오디션을 보고, 랩 가사를 쓰고 부른다.이에 발맞추어 미디어는 아이돌,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고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다. 2008년부터 시작된 아이돌 음악의 인기 그리고 몇 년 전 시작된 힙합 음악의 인기는 과거와 다른 형태의 소비자에서 생산자로의 전환 구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오늘날 록음악은 소비자가 생산자로 전환되는 구조가 무너졌고, 새로운 성공모델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되었다.이것이 "청년들이 록음악을 듣지 않는" 첫 번째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 수 있다.

록은 왜 '성공모델'을 계속 만들어내지 못한 것일까?

대중들이 갑자기 록음악으로 부터 멀어진 계기는 무엇일까?


다음에 이어질 글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과 연관하여 이에 대한 이야기를 더 깊이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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