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의 가장 멋진 세계 Mar 01. 2022

그들만의 세상

얘들아, 사실 나도 많이 좋아해.

나는 늘 아이들과 함께한다.

6개월 정말 아가부터 말이 통하는 7살 엉아, 누나들까지. 아이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재밌는 점이 정말 많다. 그리고 모두 어른의 표현방법 그 이상으로 표현을 한다.

 

지금 자신의 기분이 어떠한지 또 선생님의 시선을 갖고 싶은지 아닌지.

아이들의 표현에 마음이 닿을 때마다 나는 참 기쁘다.

내가 유아교육을 전공했다거나 사명감이 투철한 선생님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며 한 가지 깨달은 점은 아이들에게 늘 진심은 통한다는 거다.


오늘은 '빛'에 관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다가 귀여운 고백을 받았다.

"선생님~! 저는 선생님이랑 불꽃놀이를 보러 가고 싶어요."

세상에나. 이 무슨 설레는 말인가.

성인 남성에게 들었다면 손 잡고 바로 불꽃놀이를 보러 갔을 일이다.

너무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응 나도~"


나의 반응이 즐거웠는지 나와 계속 대화를 나누고 싶어 했고, 나는 다른 아이들도 신경 써주어야 했기에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시선은 다른 곳으로 향하며 대답하고 있었다.

"선생님! 선생님이 제 얘기를 들어주지 않아서 너무 슬퍼요."

뜨끔.

풀 죽어 입을 다문 아이에게 금방 시선을 옮기니 또다시 신나서 얘기하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아직 표현이 서툰 아이들도 표현할 때는 깜짝 놀랄 정도로 직관적이다. 싫은지 좋은지,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기쁠 때는 소리를 지르고 방긋 웃고, 즐거울 때는 박수를 치고, 또 계속 내 뒤를 따라다니다 가만히 와서 안기기도 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던가. 아이들은 자신이 받았던 그 사랑을 그대로 전해준다.

그렇게 사랑을 주고받는 방법을 알려주는 건 어른들의 몫임을 알기에 나도 '널 많이 좋아해'라는 표현을 온 마음을 다해 보여주는 중이다. 닿지 않을 때도 있고, 또 천천히 닿아갈 때도 있다. 아이의 세상은 그 아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로 인해 점점 커져간다. 속내가 없는 아이들의 마음은 닿을 때마다 벅차고 기쁘다.


엄마와 아빠는 작은 아이의 세상이다.

엄마 품에 안겨있는 작은 아기에게,

"오늘 재미있게 놀았어요~?"

"네 선생님~ 재미있게 놀았어요!"

혀 짧은 소리를 내며 엄마 아빠가 대신 표현해주는 아이의 마음이다.

나는 그때마다 정말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은 듯 참 행복해진다.


더 큰 아이들도 마찬가지의 모습이다.

"가서 선생님한테 얘기해봐~!"

가장 아끼는 스티커를 나눠 줄 때도, 선생님이 좋다는 말을 전할 때도 늘 엄마와 아빠 큐피드가 대신 전해준다.

쑥스러움을 알아버린 나이라 직접 말하기엔 힘들고, 정말 표현하고 싶을 때 자신의 세상을 빌려 이야기한다.

그런 모습을 보며 아이들의 가장 좋은 세상은 부모의 모습임을 매일 알아간다.

늘 나도 그 세상 한편에서 좋은 선생님의 모습으로 아이들의 멋진 세상이 되어야겠다고 다짐면서.


쭈뼛쭈뼛.

"이거 선생님 주고 싶어요."

작게 내민 색연필로 그려 낸 하트.

'받으세요!'도 아닌 '주고 싶어요'라니.

그렇게나 다정한 선물에 나는 오늘도 녹아버렸다.

작가의 이전글 내 작은 강아지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