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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창희 Nov 11. 2022

프레임안에 갇힌 이야기들

'포토스토리텔러'의 시작

'프레임(Frame)'이 모이면 움직임이 된다.


영화는 24 프레임,

비디오는 30 프레임


그렇게 프레임들이 모이면 움직임이 이루어지고

그 움직임이 모이면 스토리가 된다.


나는 영상사진을 찍는다.

영상이 만들어내는 움직임에 따른 스토리도 좋아하지만

컷 사진 속, 한 프레임 속에 담겨진 스토리도 좋아한다.


'미장센'이란 프레임 안에 무엇을 채울 것인가로부터 생각을 시작한다.

나는 사진 속 한 프레임안에 감춰진 미장센을 찾아내기를 좋아한다.

그것도 실제 나의 일상에서 순간순간 발견되는 강렬한 빛의 배치에 따른

구도를 담은 사진들을 좋아한다.


그리고 일상을 거닐며 나의 시선을 끌고 느낌이 와닿는 사진을 찍기를 좋아한다.

그렇게 한 프레임안에 감춰진 이야기들을 찾아내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찍은 사진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스토리가 감춰져 있다.


여태껏 프레임 안에만 감춰져 있던 한 스토리를 열어 공개하려고 한다.




촬영차 나가게 된 필리핀 출장. 시간에 쫓기듯 바쁜 촬영에 힘든 출장이었.


러던 중 촬영 일부분을 마치고 쉬고 있을 때 한 시선이 느껴져서 그쪽을 바라보았다.


내 시선의 끝에는 한 아기 고양이가 앉아있었고 내 쪽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 이 녀석?'


연신 가라고 손짓을 하고 자기 몸보다 큰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도 보았지만


녀석은 겁먹거나 도망가지 않고 계속해서 자리를 지켰다.


나는 어이없는 웃음을 피식 지으며 생각했다.


'몸집은 저리 작아도 맹수의 기운이 느껴지는구나.'



'날카로운 눈빛'

사진에서부터 느껴지듯 나를 보는 녀석의 눈빛은 저리 강렬하고 날카로웠다.

분명 바로 옆에 자기보다 몸집이 큰 화분 뒤에 몸을 숨기고 나를 쳐다볼 수도 있었지만

몸을 숨기기는커녕 앞으로 나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맹수를 연상케 했다.


필리핀 출장중 만난 '작은 맹수'

'믿는 구석이 있는 건가?'

이쯤 되면 생각해본다. 적어도 내 몸이 이 녀석보다 못해도 10배는 클 텐데 뭘 믿고 이러는 걸까?

사실 저 고양이를 가까이에서 보게 되면 털은 엉망이며 상처가 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 작은 몸집의 고양이, 저 어린 고양이들도 먹이 경쟁이 치열했던 모양이다.

그렇다. 저 녀석은 맹수답게 필히 저 앙상한 발 밑에 숨기고 있는 발톱을 믿고 있는 것이다. (딱히 위협은 되지 않는다만...)


'어디서, 어떻게 왔니?'

그럼 저 녀석은 어떻게 해서 이곳에 오게 되었으며, 왜 여기서 혼자 이러고 있을까?

가족과 길을 엇갈려 헤어져 이곳에 오게 된 건지,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저 녀석 주변에는 주위를 경계해줄 친구, 같이 도와주는 가족 비슷한 것도 없었다.

분명 혼자서 여태껏 저런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처한 상황 정도는 얼핏 알 수 있었다.

저 작은 몸으로 생존해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녀석은 맹수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맹수가 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럼 나는?'

 살아가는 세상도 적도 많고 이겨야 할 거대한 상대들도 많다.

그러니 나도 때때로 맹수가 되어야 할 것이다.

강렬한 눈빛으로, 할퀴는 발톱으로, 때때로 모진 상황으로.

그 거대한 상대는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다.

바로 나 자신.




넓은 공간 속 한 프레임안에 감춰진 이야기

그리고 사진으로 담았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그때의 느낌들!

그 느낌들을 맘껏 표현하고 싶다.


나는 사진 속 프레임안에 감춰진 이야기를 찾아내는

'포토스토리텔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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