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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창희 Dec 07. 2022

초점 없는 눈으로 가는 목적지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매일 아침 하는 출근 준비.

씻고, 옷 갈아입고,

가방을 챙기고...

몽롱한 정신으로 아무 생각 없이

기계처럼 출근 준비를 한다.


그렇게 준비를 마치고 가는 출근길.

항상 다니는 출근길 고가도로 중간에

한 곰인형이 버려져 있었다.


출근길에 만난

맨날 다니던 출근길이었고,

그 길에는 버려진 것들이 자주 있었다.

하지만 평소와는 다른,

일부로 놓은 듯이 버려진 이 인형은

유독 눈에 띄었고 신기함에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사진으로 담았다.

출근길 고가도로에 버려진 곰인형

여기저기 더러워져 얼룩진

꾀죄죄한 모습에,

어디를 바라보는지 알 수 없는

초점 없는 눈을 하고 있었고

작은 보따리를 안고 있었다.


누군가를 닮은

일을 다 마치고 집에 돌아와

그날 찍은 사진을 옮기며 다시 보았다.

다시 봐도 굉장히 쓸쓸해 보이는

곰인형이다.

사진을 보면서 뭔가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고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또, 썩 유쾌하지 않았다.


한참 생각하던 중

출퇴근길 중에 고가도로를 다니며

마주친 사람들이 떠올랐다.


교복 입은 학생들, 정장 입은 사람들

운동복 차림의 아저씨, 아주머니들.


초점 없는 표정, 쓸쓸한 분위기,

뭐가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가방.

다들 곰인형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또, 그들이 바라보기에

나의 모습도 그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딘가를 가는

사람들은 어디를 가는 걸까?

교복 입은 학생은 학교를 가고,

정장 입은 사람은 회사를 가고,

운동복의 사람은 운동을 갈 것이다.

내가 회사를 가는 것처럼.

그렇다면 이동 경로의 목적지가 아닌,

이들의 삶의 목적지가 어디일까?


요즘 시대의 사람들은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이 없어서

꿈이 없고, '돈'만을 좇는다고 한다.


내가 '나'를 알지 못하고,

'나'라는 사람이 옅어지고 없어져간다.

그렇기에, 본인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자신의 성격을 알지 못해

'성격 유형 검사'라는 작은 구멍으로나마

나를 찾으려 하는 것 같다.


나의 목적지는?

사실 내가 정말로 궁금한 것은

저들의 이동 경로의 목적지도 아니고,

저들의 삶의 목적지도 아니다.

바로, 나의 목적지이다.


나 역시도 좋아하는 것이 명확한,

싫어하는 것이 명확한 사람이다.

하지만, 싫어하면 안 되는 상황에

좋아하려 노력하고,

좋아하면 안 되는 상황에,

싫어하려 노력하는 일들을 겪으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잊어버릴 때도 있다.


그럼에도, 나의 내면은 비워둔 채

초점 없이, 영혼 없이 목적 없는

노력과 헌신으로 맹목적인 성공을 좇는

무채색 삶이 아닌,


사진이라는 창구로 '나'의 스토리와

나 자신을 전달하는 '포토스토리텔러'가

나의 방향이고 내가 찾은 목적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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