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지금 여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창인 Nov 27. 2023

119. 역관계

당신은 영원히 모를 것이다 / 마침내 다 토해낼 수 있을 것 같았던 구역질에도 나는 입을 다물었으니까 / 나만 맡는 신물 냄새 

토 냄새 / 똥 냄새 / 초딩들은 그런 걸 좋아해 / 중딩들은 욕하는 거 / 고딩들은 야한 거 

그랬겠지 / 우리는 그때 그게 뭔지 몰랐으니까 

관계 맺기의 어려움 / 이전에 / 맺힌 관계의 어려움이 있다 

관계는 역하고 역관계는 하도 나를 

향하는 탓에 역관계, 

내가 참조하는 당신의 나 

개념없는 새끼 

싸가지없는 새끼 

눈빛이 안 좋은 새끼 

초딩 때 일기장에 누구 죽여버리고 싶다고 쓴 적이 있어 

그랬겠지 우리는 그때 그게 뭔지 몰랐으니까, 

그 페이지는 깔끔하게 찢겨 죽었고 

나는 이제 당신 앞에서 죽여버릴지 죽어버릴지 고민하다가 

당신은 나를 사랑하니까 

당신은 나를 사랑하ㅂ니까 

나를 가리키는 포인터를 비로소 쑤셔넣는다 


그리고 겨울 냄새가 코를 씻는 어느 날에 나는 태연하게, 거짓말을 거짓말이라고 중얼거리며 / 언어가 될 수 없는 것을 단내가 나도록 씹으며 / 한낮에 시커먼 옷을 입고 산책을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