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웃으면서 이런거~성희롱이예요^^ 강력대응 하는게 낫습니다.
남초회사 대기업을 다녔던 나는 요즘은 왠만해선 잘 없는 성희롱을 숱하게 당했다. 같은 지점 전 직원 500명 중 여사원은 20% 도 안되는 상당히 빡센 남초회사였다. 난 원래 돌아이끼가 있었는데 성희롱 발언엔 웃으면서 부장님^^ 요새 이런말 하시면 큰일나요~^^대놓고 얘기했었다.
내가 겪은 최악의 성희롱은 어느날 회식자리에서 고기 구워먹는데 야채쌈 한쟁반이 나왔다. 고추랑 피망이 있었는데, 다른부서 50대 부장이 여직원인 나에게 아재개그랍시고, ㅇㅇ씨한테는 이렇게 말하면서 줘야되. "고추 들어갑니다~" 라고 말하며 나한테 야채 쟁반을 건넸다. (강력 대처한 나의 필살 경험담이 이어지니 쭉 읽고 여성직원은 대비하시라!)
20대 첫직장이고 한참 쫄아서 욕먹으면서 일배우는 입장이었지만, 나름 학사, 석사를 법학 전공자다.법률은 제대로 아는데서 힘이 나온다.
(딴얘기지만 참고로 내생각에 법이란, 현실에서 법대로 싸우자! 법대로 해! 싸울려고 휘두르는게 아니고 분쟁 직전까지만 법률 쟁점 포인트로 위협만 해서 협상의 우위를 점하는거다.아님 말고)
Anyway 그말 듣고 밤에 열받아서 잠이 안왔다. 나름 대학생때 사법고시도 준비도 했었는데 저런 수위높은 직장 내 성희롱을 겁도 없이 하는 혓바닥은 나이 성별 직급을 떠나 응징해야 한다. 짤리면 짤리라지. 부당해고로 노동부에 신고할 각오로 대응하기로 결심했다.
전쟁통에서 큰 아재들 기준에선 야한(?)농담 수준이었겠지..악의는 없었겠지..그러나 듣는 사람(피해자)의 심정을 모르시니 (1) 알려드려야 겠네..바뀐 사회 분위기에 적응 실패하셨구나.. (2) 새로 적응 하시 도록 도와드려야 겠다^^ 잔다르크 성향의 배운 여직원의 도리라 생각했다.
우리팀 부장님과 인사부 부장님이랑 따로 식사자리가 있었을 때 진지한 톤으로 정색하며 이야기 했다.
나 : "부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ㅇㅇ부서 ㅇㅇㅇ부장님이 ㅇㅇ년 ㅇㅇ월 ㅇㅇ시 ㅇㅇ 지난 회식 자리에서, 정확한 워딩을 "OO씨, 고추 들어갑니다" 라고 표현하셨는데 상당한 불쾌함을 느꼈습니다. 성희롱은 여직원이 상대방의 언행으로 하여금 불쾌감을 느끼면 해당하는 데요. 여직원들도 팀원들과 친목 도모하게 회식 참여해서 애사심 불태우고 싶은데, 이런일을 겪으니 불쾌하고 참담합니다. 저는 앞으로 회식자리에서 술못마시겠습니다. 업무일과 직접적으로 연관된게 아니면 회식 불참하겠습니다. 물론 고의가 아니셨겠만 본인의 언행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당사자가 직접 아셔야 할거 같습니다. 이런 성희롱적인 불쾌한 발언이 우리 회사의 중요한 가치중 하나인 조직문화 활성화에 여성직원 참여를 저해시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장님의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
부장님 : (헉. 개당황스러움. 그 부장 원래 좀 그런데.. 이해는 가는데 성희롱에 대한 내의견 물어보면 내가 인사담당인데 성희롱 잘했다 할 순 없지..) 아 요즘엔 이런 문제는 좀 조심해야 하는데, 내가 그 부장님 만나서 좀 조심시키도록 할께요. 얘기해줘서 고마워요. 하셨음. 그리고 주의 줬다고함.
그다음 course of action , 중요한게 평상시 처럼 똑같이 업무보면서 분위기만 쎄하게 돌아다니는 거다. 웃지말고 업무만 딱 보고. 소문의 스피드가 장난아닌 오피스에서는 누가 뭐라 그랬데~ 어느 부서 여직원 하나가 성희롱 이라 그랬데~ 기분 나빴단다~ 뭐 이런 분위기가 돈다. 눈하나 깜짝 않고 맘속으로 저분 좀 촌스러우시네. 생각하고 있으면 묵언의 눈빛이 오피스에 전달된다. 젊은 직원들이랑 삼삼오오 한번씩 여론 몰이로 씹어도 괜찮다. 어쨌든 거기 까지 하고 더이상의 싸움은 걸지말길. 여기까지 했으면 더이상 건드리진 않는다. 이후로도 또 병맛 성희롱 발언을 들을 거 같으면 같이 있는 자리를 안만들고, 업무 요청에 최대한 비협조 적으로 (티안나게) 나가시길. 실언을 많이 하는 사람은 업무성과 좀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서 내부적이 많을 수 있다. 쫄지말고 마이웨이 성희롱 참지말고 대응하면 된다.
결론적으로 나는 남초 회사에서 직장내 성희롱에 대처하는 법을 배웠다. 정확하게 아이컨택 하며 불쾌합니다. 라고 No 의사를 전달하는 법을 연습했다. 실제로 깡쎈여자, 요새 애들은 무섭다라는 나에 대한 인식이 생겨서 그 뒤론 불편할 일 없었다. 맥주 한잔만 딱 먹으면서 회식도 무지하게 다녔다. 나만의 No 바운더리를 만드는 방법이다. 나는 그렇게 직장내 성희롱을 피해갔다. 그 뒤로 그 부장님이랑은 항상 어색한 관계로 냉랭하고 건조한 분위기를 이어가 별탈 없었다.
한 줄 요약 : 직장 내 성희롱 참지 말고 강력 대응하시길.
- 싸우라는게 아니고 여자들이 눈똑바로 뜨고 <불쾌합니다>를 정확하게 말하고 전달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이런 류 불쾌감 의사표현 / 막상 닥치면 연습안하면 안나옵니다/ 여자들은 must로 연습해놔야함)
Action plan : "저런거 성희롱이예요. 불쾌해요. 요즘에 누가 저런말을 대놓고 해요?(냉소적웃음) 거울보고 10회 반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