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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정현 Mar 25. 2024

2024년 3월 21일, Biedronka

[오늘의 구매목록]

딸기 Truskawka 500g 2팩 25.98 즈워티

미니초코콘 아이스크림 lody Milka Roz 2팩 23.98 즈워티

찹쌀떡 아이스크림 커피맛 Mochi Cappuccino 19.99 즈워티

찹쌀떡 아이스크림 망고맛 Lody Mochi Mango 21.90 즈워티

Kaktus 아이스크림 Lod Kaktus 16.94 즈워티

브레드스틱 Grissini mix 2 봉지 9.88 즈워티

샐러드채소 Salatka pocket 3.99 즈워티

총 122.66 즈워티 / 41,380원 (1 즈워티당 337원 기준)


이렇게 쓰고 보니 아이스크림을 참 많이 샀네요. 허허.


1. 오랜만에 비에드롱카에 갔습니다. 비에드롱카Biedronka는 폴란드어로 무당벌레라는 뜻인데요, 폴란드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제일 자주 보이는 마트 체인 중에 하나입니다. 고급스러운 느낌의 마트브랜드는 아니고 보다 서민 친화적인 브랜드에 가깝습니다. 표지에서 보이는 동글동글, 귀여운 무당벌레가 바로 비에드롱카의 로고예요.


"Codzinnie niskie ceny. 매일매일 저렴한 가격."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 가장 대중적인 편의점 브랜드인 자브카가 '개구리'라는 뜻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지요. 왜 이렇게 폴란드 사람들은 마트 이름으로 미물들(...)을 선호하는가, 살짝 고민하게 됩니다. 한국의 유통체인 이름들을 살펴보면 홈플러스나 하나로마트, 신세계... 뭔가 소비자의 지향이나 공동체의 일원임을 어필하는 이미지가 있는데요, 그에 비해 곤충이나 작은 동물의 이름을 가져다가 쓰는 폴란드 유통체인의 이름들은 소박하고 귀염뽀짝한 느낌이 있습니다. 사실 저희 집 뒷골목 이름이 비에드롱키Biedronki이기도 해서 왜 폴란드 사람들은 이렇게 무당벌레를 좋아하지?? 하는 의문을 정착 초창기에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나 지난 몇 년간 폴란드에 살면서 별의별 사람 이름과 동물 이름을 가져다 온갖 거리 이름으로 쓰는 것을 보고 굳이 무당벌레만 선호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제가 제일 자주 가는 비에드롱카 앞에는 넓은 옥외주차장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간판 앞, 뒤로 무당벌레 그림이 붙어있는데요, 이걸 보고 다섯 살이던 둘째가 비에드롱카를 '무당벌레와 개미네 마트'라고 부르기도 했어요. 대체 개미가 어디 있어? 하고 고민하며 간판을 들여다보다가... 약 3초 후에 이해했습니다. 아이들의 창의력이란.


2. 폴란드에 살면서 가장 불편한 것 중 하나는, 마트 체인마다 서로 파는 물건들이 다르다는 겁니다. 멥쌀을 사려면 리들을 가야 하고요, 찹쌀을 사려면 비에드롱카를 가야 합니다. 호밀 베이글을 사려면 Frac를 가야 하고, 팥을 사려면 까르푸를 가야 합니다. 모든 마트에서 공통적으로 파는 물건은 제 생각엔 감자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에드롱카에서만 파는 건 비에드롱카에 갈 때마다 까먹지 않고 꼭 사와야 합니다. 비에드롱카에 갈 때마다 꼭 사 오는 것은 아이스크림이에요. 그중에 저는 Miss Ti라는 아시아 디저트 브랜드를 좋아하는데요, 여기에서 나오는 멜론 아이스크림은 20% 부족한 메로나 맛이 나고, 찹쌀떡 아이스크림은 50% 부족한 찰떡아이스 맛이 납니다. (부족한 퍼센트가 예상보다 커 보인다면 그것은 착각이 아닙니다.) 한인마트에 가면 한국에서 수입된 아이스크림이 있지만 가격이 어마무시하거든요. (죠스바 하나에 삼천 원!) 아쉬운 대로 현지화된 아이스크림을 사 먹습니다. 사실 부드럽고 크리미 한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신다면 폴란드는 초콜릿 아이스크림의 천국이긴 해요. 밀카Milka나 베델Wedel에서 나온 초콜릿 아이스크림 모두 고급스럽게 맛있습니다. 다만 저의 아이스크림 취향이 전형적인 '한국 초딩의 그것'이라서요. 어릴 때 형성된 입맛이란 건 참으로 고치기 어렵습니다.


3. 예전에 옆나라 독일에 사는 이진민 작가님께서 "땡큐베리 마치"는 3월에 딸기가 맛있고 저렴해서 고맙다는 뜻이라고 알려주셨는데요, 드디어 딸기가 맛있고 저렴한 3월이 왔습니다. 딸기 한 팩에 7.99 즈워티(!)라는 할인 문구를 보고 두 박스나 담아왔는데, 글을 쓰면서 영수증을 정리하다 보니 12.99에 계산했네요. 뭐지??? 그러나 계산하는 순간에 알아챘더라도 캐셔에서 따져 묻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해외 생활이라는 게 그렇습니다. 얼굴 붉히며 떠듬떠듬 폴란드어로 따져 묻는 상황과 5즈워티를 손해 보는 것 사이에서 저울질하다가, 결국은 후자를 선택하는 식이지요. 성격상 한국이었어도 "아, 내가 가격표를 잘못 봤었나 보네..." 하고 그냥 넘어갔을 것 같긴 합니다. 한 팩에 4천 원이면 그래도 비싼 건 아니니까요.


4. 요즘 브래드스틱에 누텔라를 푹푹 찍어먹는 게 저희 집 아이들의 최애 간식이 되었습니다. 여기저기 마트를 돌아다니며 브래드스틱을 수집해 본 결과, 비에드롱카 브래드스틱이 가장 바삭하고 맛있습니다. 여러분, 올리브오일 맛으로 사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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