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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트리 Dec 15. 2023

퇴직 후 오트리 일상

파크골프와 아쿠아로빅

 [퇴직 후 해외근무를 꿈꾸었지만]

 40년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고 거의 집에서만 생활한 지 100일이 넘었다.  80세까지, 어쩌면 90세, 100세까지 집에서 활동할 수 있을지 모른다. 퇴직하기 수년 전에는 외국에 가서 한글을 가르치거나 리더십 등 교육 관련 인재 모집에 응시할 생각이었다. 3년의 해외파견 근무 경험도 있고 영어성적도 갖출 수 있으니 도전해 볼 만하다고 여겼다. 다만 한국어를 가르칠 수는 있으나 자격증  또는 학위를 요구하는 추세여서 모대학교 대학원에 한국어과에 입학했다. 말이 석사과정이지 20명 가까이 되는 학부과정 같은 분위기였다. 나는 첫 학기 중에 그만두었다. 자음접변, 모음조화 등 한국어 문법공부가 즐겁지 않았다. 배움이 즐겁지 않은데 어떻게 잘 가르칠 수 있겠는가?라는 의구심이 생겨 그만두었는데 참 잘한 것 같다. 살면서 가장 후회하는 것은 어떤 일이든 시작하면 중도에 그만두어서는 안 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것이었다. 28년 전 박사공부를 시작, 한 학기 수료 후 그만두고 싶었는데  '시작했으니 마무리를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박사공부에 몰입했다. 가족과 다른 일에 써야 할 시간, 에너지, 돈을 들여 졸업까지 한 것이다. 무엇보다 박사공부가  촘스키의 최소이론 분야인데 초중등 영어교육 분야와 거의 연관이 없다는 것이었다. 어찌나 무모했는지 박사공부 시작하려는 동기가 장학사 시험 시 교육학을 면제받고 싶어서였다. 교사 임용 전 했던 교육학의 객관식 문제 풀이를 두 번은 하기 싫었다. 당시 석사 지도교수의 권유도 있었고, 박사학위를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교육학 면제 조건은 1년 시행 후 없어졌다. 기억하기 조차 싫은 이런 경험으로 중도에 한국어 공부 포기는 과감했고 쉬운 일이었다. 가다가 길이 아니라고 여겨지면 돌아서서 가는 것, 중도에 포기해도 괜찮아! 울며 겨자 먹기는 이제 그만!


[새롭게 시작]

  앞으로 10년 이상 유지할 일상의 방향을 대략이라도 정할 필요를 느꼈다. 이제는 해외근무 또는 해외 봉사활동은 전혀 관심이 없다. 국내에서 나만의 생활철학을 갖기로 했다 ; 4킬로 이내 이동 시 걷기, 운동, 취미생활, 병원진료 등 일상생활은 집에서 2킬로 이내! 월 1회 집밥 초대, 주 1권 책 읽기, 일상을 기록하고 공유하기이다.  


 [과거 운동기구]

   퇴직 전 했던 운동들을 중단하고 다른 운동종목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짧은 시간을 투자해서 운동효과가 큰, 특히 코로나19로 다른 운동을 하기 어려울 때 다시 몰입해서 얼마 전까지도 자주 했던 테니스, 15년 이상 필드에 나가서 장타를 날리며 기쁨을 만끽했던 골프, 게임하다 보면 온몸이 흠뻑 젓는 줄도 모르고 빠져들었던 탁구, 이 밖에도 공들여 배웠던 국궁, 배드민턴을 중단하기는 쉽지 않았다. 


[ 바꾼 운동기구]

   접영까지 수영을 할 줄 알면서도 피부 가려움 때문에 수영장을 가지 않는 사람, 고막이 남과 다르게 약해서 물속으로 머리를 밀어 넣는 것이 두려운 사람이 있다. 나는 후자의 경우이다. 퇴직 전 출근하면서 수영장에 들어가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퇴직 후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이 수영이었는데... 대신에 아쿠아로빅을 시작한 지 3개월째이다. 물속에서 하는 에어로빅으로 계속해서 몸을 움직이는데 코치의 동작을 따라 하면 된다. 코치와 반대로 하거나 동작을 작게 해도 다른 수강생들은 잘 모르니 편하다. 관절이 안 좋은 어르신들이 대다수인데 남녀 구분을 하지 않는데도 모두가 여성이다. 혼자는 5분 이상 스트레칭을 하지 못하는(않는) 나 같은 사람에게도 적절한 것 같다. 처음 몇 주는 지루해서 벽시계를 수시로 쳐다보았는데 이제는 시계 보는 횟수가 줄었다. 다른 운동에 비해 재미는 없으나 건강을 위해서 계속할 생각이다. 

 . 

 <파크골프 홀인원 기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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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서 17분 걸어가면  오가낭 파크골프장이 반긴다. 시작한 지 2개월 되었다. 여기서 홀인원 하면 기념사진을 찍는다고 해서 나도 한컷! 파크골프는 일반 골프와 룰이 비슷하다. 편리한 점들이 많다. 우선 골프채가 1개라서 참 좋다. 보통 9홀인데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36홀, 4바퀴를 돈다. 곱절 8바퀴 이상을 치는 어르신들도 다수 있다. 나는 2바퀴에서 최대 4바퀴를 돈다. 집에서 오전 7시에 출발하여 골프장까지 왕복 시간을 합치면 2시간에서 3시간 걸린다. 햇빛을 안고 칠 수 있는 시간대(오전 9시~ 오후 3시)는 숙면에도 도움이 되어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가장 불편한 것은 매너를 전혀 지키지 않는(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함) 어르신들과 한 팀이 되는 것이다. 큰 비용이 들지 않을 뿐 아니라 2시간 가까이 재미를 느끼며 걸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까? 참 좋은 운동이다. 문지방을 넘을 수 있는 기력만으로도 가능한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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