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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트리 Dec 27. 2023

초3 이전 영어교육 시켜야 할까?

『영어공부 방향이 먼저다』 Follow-Up  2

 지난해 11월 20일  '아름다운학교운동' 충북본부 회원들 대상으로 증평문화원에서 강의한 내용이에요. 참석자 대다수가 정년 퇴직하신 분들로 현재 손주가 있거나 머지않아 할머니, 할아버지가 될 분들이었어요. 책 "영어공부방향이 먼저다"에 관한 강의 요청을 받았는데 주제를 "내 손주 조기 영어교육의 방향이 알고 싶다!"로 좁혔어요. 


  연구자들에 따라 조기 영어교육을 취학 전, 영유아 등 분분한데 저는 초등 3학년 이전 영어교육을 조기 영어교육으로 칭할게요. 

  

[지나 봐야 안다!]

 지금은 외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딸한테 큰 빚을 지었어요. 당시 딸의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았고 공부해야 할 이유에 대해 적절한 설명도 없이 중3였을 때 영어 텝스 책 가르치기를 시도했거든요. 딸의 공부태도가 못마땅해 호통을 치고 한두 달 하다가 중단해 버린 후 딸과 소통이 훨씬 더 어려워졌고요.  다급해진 마음에 딸의 고교시절에는 현재 초등 교사인 조카와 함께 앉혀놓고 영어를 가르치다가 무기력한 딸의 자세로 더 이상 가르칠 수가 없었고요. 영어를 공부시키려는 노력 대신에 사춘기를 호되게 겪었던 딸과 소통방안을 찾았어야 했는데요. 변명을 하자면 결혼도 일찍 한 편이라 물어볼 친구들도 없었고, 양가 집안에서도 맏이라서요. 이런 경험으로 아들한테는 뭔가 가르치려는 시도 등 조금이라도 불편한 기색이 보이면 유익을 줄 것 같은 것도 중단해서인지 큰 불편 없이 중고시절을 잘 보냈어요. 여하튼 딸이 부모도 성숙하지 못한 행동을 할 수 있고 모든 것이 자신들을 위한 일이었다고 받아들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동료였던 현 A 교장님과의 대화에서 '사춘기 딸의 버릇없는 태도 때문에 딱 한번 때렸는데, 부녀지간의 관계가 회복되는데 4년이 걸렸다'는 말이 떠오르네요. 


[아들의 조기 영어교육관점이 달라졌어요!]

  이 책 출간 후 가장 큰 성과는 달라진 M세대 제 아들의 조기 영어교육 관점이에요. 무조건 시키겠다는 자세에서 그러면 안 되겠구나,라는 태도로 바뀌었으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지요. 

  자녀교육 시 부모에게 묻고 상의하는 젊은 부모들이 있을까요?  그렇다고 교육전문가인 조부모들이 뒷짐 지고 나 몰라라 하지도 못하는 상황인 것 같고요. 초등 또는 유치원생 손주들이 영어공부가 싫다는 이야기를 부모에게 솔직하게 표현하지 않아도 할머니, 할아버지한테는 서슴없이 말한다고 듣고 있어요. 자식들이 알아서 하겠지... 믿고 있다가 손주들한테 그런 소리를 듣게 된 후에야 고민이 시작되는 것이지요.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의견을 내놓아도 딸자식이나 며느리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요. 이미 그들의 이웃들이 모두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에 그 대열에서 이탈할 만큼의 멘털을 갖는 것이 어렵다는 거지요. 

  대다수 영유아 부모들이 자녀 영어교육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이 당연해 보여요. 실제 국내 논문의 여러 연구에서도 조기 영어교육을 시키는 이유 중 첫째가 부모의 불안감이라고 해요. 어설프게 손주 영어교육에 관여하다가 가정 불화만 일으키고 싶은 분은 없을 거예요. 여러분 대다수는 교육전문가이기 때문에 조기 영어교육에 관심만 가지면 자식들과 함께 손주를 위한 최적의 방안을 찾으실 거라 믿어요.

  

[언어습득 이론 언제부터 시작했을까요?]

  우리가 세계 어디라도 갈 수 있고 어떤 언어든 의지만 있으면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을 100년 전에는 상상이나 했을까요? 세계적으로 언어 습득(학습)에 관한 관심은 언제부터였을까요?  늑대소녀 아말라, 카말라가 늑대소리를 내다가 사람들과 생활하면서 우리 인간의 말을 하게 된 것에 관해 잘 알고 있지요. 1950년대 행동주의학자들은 주위사람들이 쓰는 언어를 모방하고 반복하여 기계적인 습관으로 형성된 것이라고 했어요. 그러나 1960년대 인지주의자들은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언어습득장치가 있기 때문에 말하기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는데 이런 관점의 차이는 전 세계 언어학자들의 언어 습득에 관한 연구에 단초를 제시했다고 해요. 


[우리나라 조기 영어교육 실태]

  초등 영어수업이 도입된 지 30년이 되어가고 있어요. 60년대 일부 사립학교에서 영어수업을 시작했지만 조기 영어 공교육은 1970년대 시작되었어요. 1970년대 국공립학교에서 클럽활동으로 시범운영, 80년대는 특별활동시간에 영어회화, 90년대에는 학교 재량수업시간에 영어를 가르쳤으니 10년 단위로 영어사용 확대를 이어간 셈이지요. 1997년 초등 3학년에 영어를 정규교과로 도입했고요. 이때 영어를 정규교과로 채택한 배경이 세계화, 조기 영어 유학의 폐해, 사교육비 증가 등으로 기억하실 거예요. 당시 부모들이 자녀의 영어교육하는 나이만 더 어려질 것이라고 우려했는데 안타깝게도 지금 현실로 나타나고 있고요.  


[영유(영어전문학원) 숫자 증가]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해마다 조기 영어 교육생들이 늘고 있어요. 1일 5시간 영어몰입수업을 하고, 레벨 테스트까지 받고 등록하는, 의대 등록금보다 비싸다는 영유(영어전문학원)부터 사설 일반 유아, 유치원, 국공립 유치원에서도 부모들이 영어프로그램 운영을 요청하고 있다는 상황을 알고 계실까요?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상세한 정보를 접하고 있는 영유아 부모들은 불안감에 휩싸일 수밖에요. 다음은 극장효과 때문이라고 했어요. 앞에 사람이 일어나면 모두가 일어나야 하는 상황, 너나 할 것 없이 남들이 다 한다고 하니 가만있을 수 없는 거지요. 심지어 영유 보내는 것이 자녀를 통한 엘리트 부모들과 인맥 형성 욕구 때문이라는 연구논문도 있어요.  


[조기 영어교육 벤치마킹 할 나라는 없다]

 우리처럼 EFL 환경인 일본 역시 영어전문학원이 증가하고 있지만 영어 우월주의 조장 및 영어교육의 지속성을 우려하여 영어교육의 시작 연령이 더 하향되지 않도록 애쓴다고 해요. 우리가 받아들일만한 모델이 있는 것은 아닌 듯하고요. 아시아에서 영어를 제일 잘한다는 싱가포르, 고교졸업 때는 영어의사소통이 문제가 없다는 핀란드, 영어를 잘하는 북유럽국가들에 관해 인터넷에 키워드만 검색해도 여러 다양한 이야기들을 마주하게 될 거예요. 우리와 비슷한 영어교육 환경을 지닌 나라들이 아니에요. 전 세계 우리와 영어환경이 유사한 나라의 모델이라도 있으면 그것을 벤치마킹하면 쉬울 텐데요. 영어 잘하는 북유럽, 그중 핀란드의 영어교육을 떠올리시겠지만 초 3 영어를 배우기 전부터 TV 등 미디어로 공부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습득하는 것, 학교에 영어 원어민교사를 채용하지 않고 전적으로 영어교사가 영어소통을 책임지는 문화, 부모들이 영어 사교육에 열광하지 않는 것 등 핀란드 영어교육 환경도 여러모로 우리와 달라요.     

        

  [조기 영어교육을 시킬지, 말지를 무엇으로 기준을 두고 판단, 결정해야 할까요?]

   최소한 3가지를 공부한 후에는 조기 영어교육을 시킬지, 말지를 판단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첫째, 조기 영어교육의 토대가 되는 레너버그의 '결정적 시기' 가설에 관한 인식 변화, 둘째, 초중고 영어교육 환경,  셋째 조기 영어교육 효과에 관한 국내외 연구자들의 사례. 이 3가지를 살펴볼게요. 


1. 결정적 시기 가설에 인식 변화

   국내 교수 5명이 공동 번역한 책 " 언어학습과 교수의 원리" : H. Douglass Brown(황종문외 공역)은 489쪽이나 되는 두꺼운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요. 외국에서 조기 영어교육이론의 시작부터 변천과정, 사례 등 이 책을 참고했어요.  1997년 영어를 초등 3학년 정규교과로 도입한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영어 배움에 결정기 (Critical Period) 때문이에요. 인지주의 관점에서 조기 영어교육의 센세이션을 일으킨 레너버그는 1967년 촘스키 이론을 바탕으로 언어습득에 결정적 시기( 6-7세 이전)가 있다고 본 거예요. 이 시기를 놓치면 언어 습득에 문제, 장애가 생긴다는 주장이에요. 조기 영어교육 찬성론자들은 레너버그 이론을 절대적으로 믿는 거고요.  

  최근 조기영어교육 찬성론자들에게 크게 환영받고 있는 러시아학자 비고츠키의 근접발달 이론은 인지보다 언어발달이 선행이라고 주장해요. 


<조기 영어교육 찬성 비고츠키 근접발달 이론 >

                                                                                              책 142쪽

< 결정적 시기가 영어발음 습득에만 적용>

   한편 레너버그의 결정적 시기가 영어발음 습득에만 적용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은 Wash & Diller(1981), LOng(1988), Hyltenstam & Abrahamsson(2003), Singleton & Ryan(2004) 등이라고 해요. 이런 이유만으로도 조기 영어교육을 시키고자 하는 부모들이 있고요.  그러나 영어실력이 발음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예로 이미 알려져 있지요. 


<결정적 시기 가설을 반대하는 피아제>

  찬반에 관한 논란의 시기를 거쳐 이제 반대를 주장하는 학자들, 연구자들이 많아졌어요. 인지발달을 4단계로 나누고 이것이 언어발달 단계를 결정짓는다고 하는 스웨덴 피아제는 70년대 촘스키가 인간은 모두 언어습득장치(LAD)가 있다는 것을 부정했어요. 특히 11세부터 16세(초4부터 중3까지)가  영어 학습의 최적기라고 했어요.   


<피아제 인지발달 4단계> 

                                                                                              책 139쪽

<이병민 교수, 당신의 영어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조기 영어교육의 다양한 실패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나이가 언어습득에 영향에 주는지에 관한 연구자들>

   레너버그를 포함  Scovel(1969), Gesch Wind(1970)는 뇌좌반구의 영향으로 나이가 언어습득에 영향을 준다고 했어요.  반면에 나이가 언어습득에 영향을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학자들은  우리나라에서 잘 알려진 Krashen(1973)을 포함해서 Adams(1997), Mun~oz와 Singleton(2011) 등이 있어요.  제2 언어습득 시 오히려 뇌우반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주장한 학자들도 Obler(1981)를 포함 다수이고요. 

   

<모국어와 영어사이의 간섭>

   책 "언어학습과 교수의 원리"의 저자 H. Douglas Brown은 모국어와 영어사이의 간섭은 유익하다고 했는데 이것은 성인이 된 후 영어를 배울 때 더 유익하는 의미라고 해요. 


 2. 조기 영어교육과 연계되지 않는 학교 영어교육 환경

  학교에서는 영어 교육과정을 반영한 초등 3학년 영어교과서로 알파벳부터 가르치기 시작해요. 주 2회-3회, 500 단어. 초등 3학년 학교수업에서 영어를 배우기 전 4-6세부터 배움이 시작되었다고 할 때 약 4년- 5년 동안 영어학습을 한 셈이지요. 많은 시간, 고비용을 들인 만큼 대다수 부모들은 자녀의 영어실력을 유지, 향상하기 위한 방안을 찾게 되지요. 조기 영어몰입교육을 시작한 대다수 부모는 학교 대신 사교육기관을 의지하게 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고요. 한마디로 자녀의 학교 영어수업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지요. 보통 초등학생은 학교 수업 후 최소한 4-5 시간 동안 숙제, 운동, 악기, 놀이, 독서 등을 하게 되지요. 영유 출신 초등생은 추가로 2 –4시간의 영어 공부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아이들이 보통 하는 프로그램을 빼든가, 아니면 야간까지 빡빡한 일정을 소화시켜야 하는 상황이고요. 강남 A 초 4학년 담임인 제 조카는 그 반 학생들이 축 쳐지고 지친 모습이 마치 고3 학생의 모습이라는 거예요. 영어 선행학습이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여겨요. 매달 수백만 원의 영유 비용은 제쳐두고서라도 저라면 손주의 고단한 생활을 무조건 응원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이런 상황으로 부모들은 내 자녀가 학교 영어수업 시간에서 누릴 배움의 기쁨을 빼앗기고 있다는 것을 알까요? 손주들의 이런 하소연을 듣고 안타까움을 전하는 조부모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어요.      


3. 조기 영어교육 효과 여부 국내외 사례     

  다음은 조기 영어교육에 관한 국내외 사례 중 극히 일부이에요. 영유 보내는 부모대상으로 설문결과가 궁금해질 것이고요. 조기 영어교육이 우리말을 쓰는 것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겠지요. 초등 영어전담교사가 조기 영어교육에 긍정적인 관점을 가졌다면 중고 영어교사들은 어떨까? 그리고 어렸을 적부터 영어공부 한 것이 중고에서 성적으로 연결되는지도 궁금할 것이고요. 외국에서 제2 언어를 조기에 빨리 배운 만큼 쉽게 잊는 “ 언어학습과 교수의 원리“ 책 저자가 겪은 경험도 궁금해질 거예요. 


   <국내외 조기 영어교육 사례>  


[ 중고생 영어 성적에 좋은 영향을 줄까? ]     

  조기 영어교육이 학교 영어교육에 긍정적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다 알고 있는 내용을 다시 공부하는 것이 어떤 학생들에게는 영화를 두 번 볼 때처럼 첫 번째보다 세밀하게 이해할 좋은 기회가 되지만 그와 반대로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 지루해하는 거예요. 선행학습을 한 내 자녀가 모두 전자가 되기를 바라는 바이지만 대다수 학생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을 공부하는 것에 재미와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조기 영어교육 방향 정하셨나요?]

   그럼 내 손주 조기 영어교육 방향을 정하기 위해 어찌해야 할지 정했을 것 같네요. 앞서 말씀드린바대로 저는 국내 출간된 도서, 인터넷 정보만으로는 제대로 된 조기 영어교육관점을 갖기가 어려웠어요. 현 초중고 학교 영어교육 환경, 국내외 연구자들의 사례, 조기 영어교육의 토대를 만든 외국 이론의 전반적인 흐름까지 살펴보니 조기 영어교육이 장점보다는 '학교 영어수업의 즐거움 방해, 영어만 잘할까 우려, 빨리 잊어버리면 무슨 소용일까' 등 단점이 더 많다고 결론지었어요. 


   여러분! 더 많은 자료를 직접 리서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시게 되었다면 이번 강의에서 얻은 최고의 성과라고 생각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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