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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락방의불빛 Sep 15. 2020

음악을 듣는다는 것

'사람은 누구나 시간을 보내는 존재다.'

더구나 그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황금보다

더 귀한 것이 '지금'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음악을 감상한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귀한 시간을 보내는 일이니 감동의 크기가 웬만하지 않고서는 만족을 주기가 어렵다.


그러니 좋은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며, 노래하는 일이야말로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에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을 기꺼이 사용하게 하는 그 매력적인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야말로 정말로 천재들이 아닐 수 없다.

언젠가 음식을 주제로 만든 TV 다큐멘터리에서 '죽음과 맞바꿀만한 맛'이라는 표현을 들은 적이 있는데, "과연 그런 맛이 존재할까?"라며 잠시 생각에 잠긴 적이 있었다. 내가 아는 어떤 좋은 음식도 목숨과 맞바꿀만한 것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음악을 듣기 위해 내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을 소비하는 일이기 때문에 넓게 보면 목숨과 맞바꾼 취미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역사상 얼마나 많은 천재들이 사람들을 연주회장이나 콘서트장으로 불러 모았는가!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TV 음악프로나, 라디오 앞으로 모이게 했던가!

어린 시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잠이 들고, 마찬가지로 아침이면 그 소리를 들으며 깨어났던 수많은 시간들을 나는 지금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한다.


어린 시절 라디오를 듣지 말고,
더 가치 있는 일을 했어야 한다는 후회는 없다.


어린 왕자에 보면 한 알만 먹으면 일주일간 목이 마르지 않는 약을 파는 장사꾼 이야기가 나온다.

어린 왕자가 묻는다. "왜 이런 약을 팔지요?" "일주일간 53분이라는 시간을 절약해 주기 때문이야" "그럼 그 시간을 어디에 써요?" "네가 원하는 대로 아주 중요한 일에 쓸 수가 있단다"

나는 오늘 어린 왕자가 했던 말을 떠올려 본다.


"나에게 53분이 주어진다면

 샘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겠어"

음악을 듣는 시간을 절약해서 더 중요한 일에

쓰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나는 더 중요한 일을 수행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행복하고 싶다.
음악을 듣는 동안 나는 행복해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음악을 듣는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음악으로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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