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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ob Lee Mar 22. 2020

경멸과 무시의 대가

영화 <조커> 2019, 책 <나이듦에 관하여> - 루이즈 에런슨-

착하게 사는 것은 높은 계단을 오르는 것과 같이 힘들지만,
포기하고 내려올 땐 너무도 쉽고 즐겁다.


영화 조커 2019는 한 사람이 조커가 되어가는 상황을 보여준다. 일각에선 불법과 폭력은 어떠한 이유에서건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하며, 조커의 살인과 폭력을 미화시키는 것 같은 이 영화를 강하게 비판하지만 글쎄...


주인공 아서 플렉(호야킨 피닉스)은 스텐딩 코미디언의 꿈을 가지고 아픈 어머니를 모시며 계약직 광대일을 하며 세상에 웃음을 주기 위해 살아간다. 하지만 가난하고 정신병 경력이 있는 사람에게 세상은 절대 호의를 베풀지 않는다. 


상상해 보자. 


우리는 그저 내가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길거리 10대 양아치들이 내 물건을 빼앗아 가고 나를 폭행한다. 직장 상사는 내 말을 믿어 주지 않고, 동료는 내 뒷담을 까고 거짓 증언을 한다. 정부지원 상담과 약물 처방은 예산이 끊겼다며 더 이상 받을 수 없게 되고, 그 어떤 도움도 희망도 없이 세상 모두가 나를 경멸하고 무시한다. 하나뿐인 엄마는 진실을 말하는지 세상에 의해 정신이상자가 되었는지 알 수도 없고 의료 기록 또한 위조되었는지 알 수 없다. 오랜 고심 끝에 준비한 농담은 온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고 존경하는 티브이쇼 호스트 마저 나를 조롱의 희생양으로 삼는다. 


당신은 이런 삶을 살아갈 자신이 있는가? 이런 상황에서 늘 희망을 가지고 긍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가?


더 이상 떨어질 밑바닥도 없는 삶에서 가난한 자의 손을 잡아준 것은
국가도, 친구도, 가족도 아닌 광기였다. 




인생은 나이들어감(Ageing)이 아니라 성숙해감(Maturing)이다. 


노인전문의이자 의대 교수인 작가 루이즈 에런슨은 현대 의료제도와 과학이 노인들에게 행하는 폭력과 차별을 고발하며 치료만 강요하는 의술이 아닌 돌봄이 병행되는 사람을 위한 의료를 강조한다. 800쪽 내외의 부담스러운 두께에 언제 다 읽나 괜히 쫄았지만 책을 완독해 본 독자는 알 것이다. 800쪽에 버릴 것 하나 없고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란 것을. 


우리는 인생을 유년기 / 성년기 / 노년기 크게 3부분으로 나누는데

유년기는 다시 영아-유아-소아-10대초반-중이병-10대후반 으로 세분화하고 의료 및 교육이 그에 맞게 행해진다. 

성년기 조차도 청년-장년-중년 으로 구분하지만

노년기는 그냥 노인으로 취급해버린다. 보통 노인이라 함은 (목욕탕 우대권을 기준으로) 65세 이후를 일컫는데 65세면 아직 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 독립적이고 건강한 연령대이고, 95세면 1세대 많게는 2세대가 차이나지만 우리는 모두 노인이란 부정적인 바구니에 담에 모두를 같이 취급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작가는 노인층도 젊은 노인 - 노인 - 고령 노인 - 초고령 노인으로 구분하고 각자에 맞는 제도 및 의료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우리 부모님 (60대 중반)과 조부모님(80대 중반)을 같은 노인으로 취급하는 것은 큰 실수인 것 같다.  "노년기에도 인간의 발달은 계속되며 노년층만큼 다양성이 큰 집단은 없다." -p638-


"죽음을 잘 맞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의학박사 학위도, 빨리 끝내고자 한느 자포자기의 심정도 아니다. 경험과 편안한 환경, 이 두 가지만 있으면 된다" -p593-


"본인의 노후를 자신의 바람대로 설계하는 것은 모든 사람의 마땅한 권리다." -p612-


"아침마다 눈 뜰 이유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주는 고통은 물리적 경계를 넘어 훨씬 깊고 넓게 파고든다.(...) 하지만 되돌아온 건 이곳에 자신이 설 자리는 없다는 뼈아픈 깨달음과 그 들을 무용지물의 투명인간 취급하는 온 사회의 푸대접뿐이었다." -p613-


"불현듯 사람의 얼굴은 한겨울의 포근한 이불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p631- 


"노년기가 끔찍한 것은 나이만 먹다가 죽을 운명이라는 사실 때문이 아니다. 늙어 가는 과정이 쓸데없이, 그리고 때로는 잔인할 정도로 고통스럽고 치욕스러우며 고독하기 때문이다." -p785-



'노인'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면 우리는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책에 수많은 부분에 노인들이 사회에서 얼마나 부정적인 대상으로 푸대접을 받고 있는지 말해준다. 그들이 평생 이루어놓은 지금의 성숙한 민주주의나 덕행들은 모두 잊힌 채로 계급 차별, 인종차별, 여성차별, 성 정체성 차별의 세월 속에 고통받던 수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이제는 세대차별 특히 노년층에 대한 차별의 시대가 오고 있다. 


나의 할아버지는 폐암으로 요양병원에서 송장과 다름없던 노인들 속에서 여생을 보내셨고. 부모님은 고령의 몸으로 견디기 힘든 약물 치료 및 방사선 치료를 반대했지만 고모들은 할 수 있는 것은 다 시도해 보야한다며 본인의 의견과는 상관없이 그 힘든 치료를 강요했고 그렇게 할배는 젊은 사람도 고통스러워하는 치료를 받다가 돌아가셨다. 


당시엔 누가 옳은지 나는 몰랐다. 고령 말기암 환자에게 현대 의학의 치료법으로 고통 속에 생명을 연장하는 것과, 며칠 혹은 몇 달 먼저 죽을 수도 있지만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고 돌봄을 베푸는 것 중 무엇이 당사자에게 좋을지 몰랐다. 


이 책을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읽었으면... 






노인들과 조커의 공통점이 보이는가?

노인들이 어린아이처럼 떼쓰고 폭력적으로 행동하고 고약한 심보를 가진 게 과연 처음부터 그랬을까?

조커는 처음부터 정신병자 사이코패스에 살인과 폭력을 즐기는 사회악이었을까?


그들은 사회로부터 멸시당하고 차별당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당하는 존재이다. 

사회 취약계층; 가난한 사람, 교육받지 못한 사람, 중독에 빠진 사람,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르면 우리는 역시 그 출신과 배경은 무시 못한다는 소리를 지껄인다. 


사회악은 자생한 것이 아니라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우리 언행의 부끄러운 결과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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