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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ob Lee May 07. 2020

이승에 존재하는 망자의 숨결이란?

<숨결이 바람 될 때> -폴 칼라니티-


이 사진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들까?


백인 여성과 인도인 남성 부부가 백인 아기와 함께 웃고 있는 모습. 재혼인가? 남자가 부잔가? 단순히 사진만 보고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건 피부색에 기초한 그들의 관계에 대한 추측뿐. 

저들이 누군지 어떤 상황인지 알고 나면 이 사진이 얼마나 감동적인 작품인지 영적 눈이 뜨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남자는 36살의 인도 배경 미국 태생의 신경외과 의사(두뇌 수술하는 사람) 폴 칼라니티(저자),

여자는 그의 아내이자 역시 의사인 루시, 그리고 그의 딸 케이디.

그가 암에 걸려 투병생활 중 찍은 가족사진이다.  그들은 웃고 있다. 웃지 않으면 울기 때문에. 


죽어가는 그는 사랑하는 가족에게 그의 존재와 사랑을 남겨주려고 글을 썼고, 딸 케이디는 주변 사람들이 그녀의 아빠가 얼마나 대단하고 그녀를 사랑했는지 입바른 소리가 아닌 진정성 있는 추억의 덕담을 듣게 될 터이다. 

아내 루시는 폴이 세상을 떠나면 그녀의 인생에 오로지 공허와 슬픔만 남을 줄 알았는데 그가 떠난 뒤에도 똑같이 그를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는, 또 큰 사랑과 감사를 계속 느낄 수 있을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마지막 몇 주에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 행복한 모습을 보면 자신의 거실이 작고 안전한 마을 같이 느끼고, 그런 소박한 순간에 신의 은총과 아름다움, 그리고 심지어 행운까지 넘치는 것 같다고 말하는 그녀. 


끔찍한 슬픔과 비통함에 둘러 쌓일 줄 알았던 '죽음'이 어쩌면 저렇게도 삶을 긍정적이고 고귀하게 만들 수 있을까?

폴은 사랑이라 말하는 듯하다. 루시와 폴은 자신들의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서로에게 친절하고 너그럽게 대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품고 살아갔다.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숨결이 바람 될 때> 이 책들은 누군가 삶의 가치와 소중함을 망각하고 살아갈 때, 내가 추천해주는 책이다. 

죽음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하게 만들어 주는지 사람들도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내가 죽고 난 뒤 나는 세상에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를 끊임없이 고뇌한다. 내육체는 자연에 어떠한 해를 입히거나 후손들이 써야 할 금싸라기 땅을 차지하고 있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고, 조금이라도 가치 있는 일에 쓰이길 바래서 의대에 시신을 기부할 작정이고. 내 정신과 철학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남아있길 바래서 책을 쓰고 정책을 만들고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 내가 죽고 나서 사랑하는 가족 친구가 마냥 슬퍼하는 추억의 존재가 아니라, 나로 인해 삶이 너무 감사하고 소중해지도록 그들 곁에서 바람처럼 내 숨결이 남아 그들의 여생에 동행하기를 원한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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