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도 코딩을 배워야 할까?
누구에게나 정답은 아니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우연히 코딩에 관한 얘기가 나왔을 때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친구가
"요즘 디자이너는 코딩도 잘해야 돼?"라는 질문을 했다.
나는 아무런 생각 없이
"코딩은 웬만큼 잘해야 하는 거 같아"라고 대답했다.
많은 사람들이 코딩은 이제 기본 언어이며 공부해야 한다고 해서
나도 그렇게 대답을 한 것이다.
대답을 하고 난 후 나는 부끄러웠다.
코딩을 간간히 공부하고 있는 나 자신도
왜 공부하는지에 대한 동기와 이유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이 부분에 대해 정리해보고 싶었다.
코딩, 코딩, 코딩, 왜 다들 코딩을 말하는가?
요즘 사회에서 흔히 이런 말이 많이 들린다.
요즘엔 컴공과가 대세다.
초등학생도 코딩을 배운데. 우리도 얼른 배워야 해.
요즘 메이저 대기업보다 네바라쿠배를 더 가고 싶어 해. 세상이 변했어.
요즘 코딩은 기본 아니야?
아마 이런 분위기 속에서 등 떠밀려 코딩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왜 다들 코딩을 말하는가?
1. 우리는 4차 혁명 시대를 살고 있다
'제4차 산업 혁명(Fourth Industrial Revolution, 4IR)'은
정보통신 기술(IC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
의 융합으로 이루어지는 차세대 산업 혁명이며
18세기 초기 산업 혁명 이후 네 번째로 중요한 산업시대를 일컫는다.
4차 혁명에 가장 핵심적인 기술은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인지과정을 데이터를 통한
학습, 추론, 지각 능력과 자연어 이해능력 등을
컴퓨터로 실현한 것을 말한다.
인공지능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며
이러한 발전은 인간의 일을 대신할 거란 두려움과
나의 직업이 없어질 거란 두려움도 준다.
2. 직업에 추세가 바뀌고 있다.
큰 변화에 따라 직업의 선호도는 바뀌기 마련이다.
공간 디자인 분야에서 일을 할 때 이러한 시그널을 몸소 느꼈다.
자연스레 오프라인 매장이 줄어들고 온라인으로 대체되며
폐점을 하는 매장이 많아졌다. 그에 따라 오프라인 관련 채용은 줄어들고
온라인 관련 채용은 늘어나는 걸 볼 수 있었다.
3. 디자이너의 역할
앱/웹 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있으신 분
HTML, CSS, js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분
이라는 부분을 적지 않은 채용 공고에서 볼 수 있다.
이에 관한 나의 생각은 디자이너의 역할 변화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디자인 분야는 예쁘게 꾸미는, 좀 더 잘 보이는 개념이었다면
현재는 설계에 가까운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모든 디자인 분야에 해당되는 의견은 아님
핸드폰을 예로 들자면
전화만 했던 폰이 이젠 모든 것이 가능한 스마트 폰이 되었다.
앞으로도 기능은 계속 추가될 것이고
디자이너는 이 기술을 사용자를 배려하여
설계하고 사용자의 인지 성향을 파악해 디자인을 해야 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기술의 대한 이해', '개발자와의 소통'이 필요하니
자연스레 웹 환경에 대한 이해를 요구한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도 코딩을 공부해야 하는가?
나의 경우 두 가지만 유념하면 YES!라고 말하고 싶다.
- 어떤 디자이너가 되려고 하는가?
코딩, 코딩, 코딩! 을 외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유튜브던, 인스타그램이던, TV에서든 코딩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휩쓸릴 수 있다.
막연히 '지금 시대에 코딩은 기본이지'라는 말은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나 확고한 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각자가 어떤 디자이너가 되려는가에 달린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인터렉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고, 나의 포트폴리오 사이트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코딩 공부가 필요했다.
- 디자인 코어가 침해되지 않는 선에서 공부한다.
디자인 공부와 코딩 공부를 병행하려고 하니 버거웠다.
코딩을 공부하느라 디자인 공부를 안 하는 날도 많았고 디자인 공부를
하느라 코딩 공부를 오랜 시간 안 한 적도 많았다.
그러다 '난 개발자가 되려는 게 아니야'라고
각성한 후, 코딩 공부를 하루 1시간 20분으로 제한했다.
주말 제외 평일 하루 1시간 20분 공부로 제한하니
자연스레 디자인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여
주객전도가 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었다.
코딩을 공부하면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즉, 나는 무엇을 얻고 있는가?
1.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도구
이 부분이 가장 큰 이득인 거 같다.
uxui디자이너와 가장 접점이 많은 개발자는
프론트엔드 개발자이다.
이 둘은 많은 대화를 하는 만큼 의견 대립과 조율이 필요한 관계이다.
작업 중에 "일단 디자인대로 무조건 해주세요"는 상대방과의 소통을 방해한다.
html, css 정도만 알아도 프론트엔드 개발자 분들과 소통이 수월해진다.
내가 겪은 대표적인 예로는
사용자가 정보를 얻는 작은 창을 만들 때였다.
데스트톱, 태블릿, 모바일 버전이 필요했다.
나는 "데스크톱에서 작은 창으로 띄어주세요" 라고만 전달했다.
개발자분께선 태블릿 사이즈와 겹친다며 기준을 잡아달라고 했다.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내가 개발자 입장에서 작업을 한다고
생각하니 디바이스 최적화 부분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었다.
따라서, 작은 창의 경우 태블릿과 동일한 양식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그 뒤로는 개발자 분께서 디자인 관련해서
문의를 할 땐 최대한 '내가 개발을 한다'라고 생각하며 문의 내용을 검토했다.
*코딩을 아는 사람이 개발자를 더 잘 이해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다만, 나에겐 수단이 되었다는 뜻이다. 코딩을 몰라도 개발자와 원활한 소통을 하는
디자이너 분들이 많다.
2. 서비스 구조에 대한 이해
더 나아가 다른 언어에 대해 약간의 지식이 있으면
서비스의 뼈대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uxui디자이너로 서버 개발자와 일하다 보면
서버 개발자 분들이 이런 질문을 한다.
이 정보들은 계속 저장하실 건가요?
연관 검색어가 나오게 하실 건가요?
api가 있으면 가져오면 될 거 같은데, 데이터베이스를 따로 만드실 건가요?
처음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땐 아차 싶었다.
나는 그동안 겉모습에만 취중 한 디자인을 한 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특히 ux디자이너는 설계에 가까운 직업이었고
그때부터 서버 개발자에게 서버 구축에 관해 이런저런 질문을 했던 거 같다.
서버 개발자의 언어는 내가 배우기엔 어렵지만
자바스크립트는 배웠을 때 아주 약간... 약간은 이해할 수 있었다.
결국 요청을 하고 활용하는 코딩의 원리를 알면
디자인할 때 '다 되겠지 아 몰라 일단 디자인 이렇게 할래' 한 후
추후 수정을 하는 대신에
'음.. 이건 개발자 분께 가능한지 여쭤봐야겠다' 하며
불필요한 작업 단계를 줄일 수 있다.
결국, 어떤 선택이던 자신에게 달렸다.
코딩 공부에 대한 의의를 구축해보며
가장 많이 떠오른 생각은 영화 '히든 피겨스'였다.
영화 히든 피겨스에서 전산원으로 일하는
도로시는 슈퍼컴퓨터가 들어오며 전산원들에 일자리가 없어질 거라고 예감한다.
그녀는 그 예감을 비극으로 온전히 받아들이는 대신
슈퍼컴퓨터 작동법을 익히며 전산원들의 역할을 변경하며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코딩을 공부하는 이유 중
하나는 4차 혁명이라는 거대한 기술혁신의 위협을 느껴서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중요한 맹점은
그 기술 혁신 또한 인간이 무언가를 보고 참고하며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분명 무언가를 고민하고 배움으로써
이 위기를 이겨낼 거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코딩을 공부하는 이유가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 아닌 또 다른 나 자신의 정체성과 성취를 위해서 이길 바라며
오늘도 나는 재미없는 자바스크립트를 재밌는 척하며 공부하러 간다.
[참고 아티클]
https://careerfoundry.com/en/blog/ux-design/why-should-designers-learn-to-code/
https://xd.adobe.com/ideas/career-tips/does-ux-design-require-cod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