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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부탁드립니다, 로봇 UX

이젠 우리 곁을 책임질 로봇

by 주니

초등학교 5학년 봄, 교실 뒤편 게시판에

장래희망을 적는 시간이 있었다.

고민 끝에 '로봇 디자이너'라고 적어냈다.

선생님은 "공부 못하는 얘들은 안돼" 라며

다시 적어오라고 했고 나는 화가를 적어냈다.

그때의 기억이 선명한 걸 보면 나는 꽤 아쉬웠나 보다

그렇게 나랑은 평생 인연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로봇을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한 날이 잊히지 않는다.

지금껏 해오던 프로젝트와 전혀 다른 맥락,

알 수 없는 용어까지...

속으로 '못하겠어요'라고 말하려다 꾹 참았다.

지금도 나는 로봇과 친해지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지만

프로젝트를 만드는 기간 동안은

후회가 없도록, 할 수 있는 모든 노력과 수단을 써서

로봇과 친해지며 RUX(Robot User eXperience)를

구축하기로 결심했다.





◼︎이해는 암기에서 출발한다

첫 3개월은 너무 어지러웠다.

디자인 전개가 한 개의 기능을 넘길 때마다

돌부리에 넘어지듯

다시 한번 밑을 봐야 했고 내가 얼마나 로봇에 대해

모르는지 깨달았다.

로봇에 관한 질문을 많이 하는 미팅이 끝나고 나면

자괴감에 눈물이 났다. 동시에

'어차피 백지상태인 거 빼곡하게 채워보자'라는

결심이 마음속에서 피어올랐다.



Terminology Book 만들기

'이해는 암기에서 출발한다'라는 말을 믿는다.

용어를 외우다 보면 로봇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제품을 만들려면 제품에 대한 용어와 지식을

자세히 알아야 하는 건

모든 분야의 공통된 규칙이니 일단 하기로 했다


어떻게 만들 것인가?

1. 업무에 나오는 용어를 모두 수집한다

프로젝트 문서에 용어 수집

회의 때마다 나오는 모르는 용어 수집


2.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최대한 이해하기

Coursera, Udacity의 기본 로봇공학 과정으로 공부하기

MIT Opencourse 이용하여 공부하기

이참에 영어공부도 더 열심히 하는 기회가 될 듯싶다! 하하하


3. 플랫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Youtube로 로봇 관련 영상 1일 1개 보기

ChatGPT 활용해서 로봇 용어 공부하기






◼︎백지상태는 엄청난 기회다

UX의 발전과정에서 가장 처음 등장한

개념은 '사용자'였다.

1960년대 중반 월트디즈니는 디즈니파크에

대한 사용자 경험을 말했고

제록스 파크에서 출시한 제록스 알토에서 최초로

사용자 GUI가 탄생했다.

그리고 1980년대 애플에서 개인용 컴퓨터 Lisa를

출시했고 처음으로

HCI(Human-computer interaction) 언급되었다.

1984년 애플이 보편화된 pc를 출시하고

영국의 디자이너 Bill Moggridge의 의해 인터렉션

디자인이 등장했고

90년대 들어서서 사용자 감성을 중시한 UX

도널드노먼의 의해 비로소 태어나게 된다.


UX디자인의 탄생도 결국 백지상태에서 기기와 사람이 조응하는 순간부터 설계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이 나에겐 RUX를 정의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며,

백지상태이기에 가장 본질적인 UX가 탄생할 수 있다.



RUX의 핵심은 사용자가 아닌 '로봇과 사용자의 협력'이다

기존 UX는 기기를 사용하는 사용자의 초점을

맞춰왔지만

RUX에 핵심은 인간이 로봇과 협력할 때의

UX가 가장 중요하다.

신뢰할 수 있는지

러닝커브가 너무 크지 않는지

효율적인 업무 협력이 가능한지

등을 기준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



백지상태에서 RUX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인간의 인지심리학 기초부터 공부

아마도 현재의 UX개념은 대체로 컴퓨터, 스마트폰과 사용자 간의 상호작용 기준으로 정의되어 있을 거라고생각한다. 처음부터 다시 인지심리학을 공부해야

RUX에 적용이 가능하다.

주의, 기억, 인지부하, 의사결정, 시각인식등을

다시 정의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


각종 국내외 논문을 통한 연구사례 습득

MIT OpenCourseWare: Human-Robot Interaction

Google Scholar에서 "Human-Robot Interaction UX" 논문 등

ACM Digital Library: 최신 HRI 연구


RUX라는 새로운 개념보단 가설에 집중한다

흔히들 UXUI는 정답이 없는 분야,

주관적인 분야라고 칭한다.

하지만 명쾌하게 답이 내려지는 순간이 있다.

"불편해요" "너무 어려워요"

"와 이거 하나 하는데 30분이나 걸렸어요"

이런 피드백은 UXUI 가설이 잘못됐다는 걸

확실하게 증명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선 가설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가설은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용자의 행동패턴에서

발췌할 수 있다.


가설 예시

사용자가 로봇 관제 시스템을 사용하는 환경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0000일 것이다.


FMS(Fleet Management System)에서 사용자는

레이아웃의 이동을 다수 하게 될 것이다.


즉, 인지심리학, 사용자 페르소나,

로봇과 인간의 협력 관련 논문 등

모든 데이터를 대입하여 가설을 세워야

RUX를 구축할 수 있다.

그 이후, 현장과 사용자 인터뷰, 사용성 테스트를 통해

가설검증을 하고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결국 UX는 현장에서 증명된다

모빌리티 스타트업을 다닐 때 사용자 인터뷰를

진행했고 그때 알게 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사용자는 앉아서 서비스를 사용할 때와 직접

밖으로 나가 사용할 때에 피드백이

굉장히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 앱 정말 편할 거 같아요~"라고

얘기했지만 막상 지하철을 타면서 앱을 이용할 땐 조금 전 보이지 않는 오류가 보이는 거다.

"뭐야 이거 왜 안 맞지? 아 어떻게 보는 거지?"

그때 깨달았다.

움직이는 모빌리티 서비스는 반드시 현장에서

UX 단서가 많이 발견된다는 것을!



로봇 현장을 어떻게 경험할 수 있을까?

회사 내에서 로봇 테스트를 하는 날에 꼭 참여하기

로봇이 움직이는 방식과 모습

로봇과 관제 시스템을 이용하는 모습

일련의 과정에서 팀원들이 무의식적으로 내포하는 피드백


로봇 엔지니어와 사용자와 소통하기

UX의 60%의 답은 사용자가 알고 있다.

나머지 40%는 UXUI디자이너가 사용자가

원하는지 조차 몰랐던 UX를 설계함으로써 완성된다.

동시에 로봇 엔지니어만큼 로봇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 사람도 없다.

사용자 페르소나 잡고 연구하기

로봇 엔지니어와 친해지기

(실제로 개발자분들과 친밀해질수록 서비스를 이해하는 속도가 올라간다)


Youtube로 간접적으로 현장을 경험하기

Youtube, edX: "Robotics" MicroMasters Program 등 미디어를 통해 공부하면 지금까지 내가

경험하지 못한 로봇현장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로봇 전공자보단 알지 못해도

지금의 제로베이스보단 나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무는 양쪽으로 뻗어나가는 힘으로 자란다


식물학자 호프 자런의 책 '랩걸'에서

이런 구절이 나온다.

땅에서 자라는 모든 식물은 두 가지를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하나는 위에서 오는 빛, 그리고 다른 하나는 아래에 흐르는 물이다.
두 식물 사이의 경쟁은 한 가지 동작으로 결정된다.
더 높이 뻗는 동시에 더 깊이 파고드는 것.
...(중략) 그렇게 해서 나무들은 햇빛과 물을 향한 경기에서 4억 년 이상 압도적 승리를 거둬왔다.


UX 또한 같은 맥락으로 성장해야 한다.

UX지식서비스 지식,

이 두 가지 방향으로 깊게 뻗어나가야 사용자에게

영양가 있는 열매와 시원한 그늘,

때로는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까지 줄 수 있다.


어쩌면 나의 노력은 몇 번이고

한계에 부딪힐지 모른다.

RUX(Robot User eXperience)를 구축하면서

동시에 영어공부도 평소보다 많이 해야

모든 자료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잠잘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노력하지 않았다는

후회는 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양쪽으로 깊게 뻗어나가기 위해 노력한다면

프로젝트 기간 동안 나는 로봇과 협력하여

안전한 산업환경을 만들고

인간에게 윤택한 삶을 주는데 기여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나에게 깊게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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