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대 무직 청년이었다.
무려 3년을 공백상태로 보내버린.
그리고 지금은 공백기간의 일을 몰아서 하듯 미친듯이 일하는 중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마음 편히 쉴걸 그랬나 싶다.
쉬면서도 불안했는데, 그렇다고 딱히 뭔가를 열심히 준비한 것도 아닌 채
그냥 시간만 흘렀다.
함안에 처음 왔을 때, 정말 막막했다.
생각이 무척 많았는데,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그런데 걱정할 틈도 없이 일을 시작하고,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몇 달 일하고 다시 돌아갈 줄 알았는데 또 다른 일이 계속 생겼다.
그러다가 아주 정착해서 함안에 살게 됐다.
상상이나 했겠는가? 어느 날 갑자기 함안에서 살게 될 지.
하다못해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었던
방구석 히키코모리였던 내가 말이다.
지금 나를 아는 그 누구도, 내가 3년 동안 공황장애와 대인기피, 우울증에 못이겨
방구석에 처박혀 있었다는 사실을 모른다.
나 역시 말짱하게 다시 사람들을 마주하고 일하며 부딛치고
아웅다웅 하며 살게 될 줄 몰랐다.
그래서 함안에 살고 있는 지금이 좋다.
물론 정착하는 과정에서 고군분투하며 속시끄럽기도 했지만
지금 내가 해나가는 일들, 마주하는 사람들,
내게 쏟아지는 관심들이 싫지만은 않다.
나의 극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무려 현재 진행형이다.
내면에 단단히 뭉쳐 있는 과거의 상흔과 그늘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가 앞으로 연재하게 될 함안 정착기는
시름과 절망이 만든 무기력이라는 덫에 걸린 사람들을 위해 적는다.
삶이 생각보다 쇠심줄마냥 질기고 가늘어서
끝내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어떻게 해야 될 지도 모르겠을 때
방문을 열고 기꺼이 걸어나온 내 행적들이 약간이나마 동기부여가 되길 빈다.
그리고 언젠가 바쁜 삶을 살다가 지쳐버린 내가
얼마나 멀리 왔는지,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 되새기기 위해서 적는다.
함안에 정착하는 1년 동안 포기하거나 도망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이어폰줄마냥 엉켜있는 마음과 심약한 체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오늘이 왔다.
아마도 나는 올해 역시 최선을 다해 살아갈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으니 용기를 내라고 말하기 위해
이 기록을 남긴다.
2023년 2월,
겨우 얻은 나의 보금자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