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한 명과 앉아 이야기를 하다 갈수록 친구와 지인을 나누는 기준에 무언가 더해진다는 생각을 했다. 어린 시절 아는 사람이 곧 친구였던 나는 어느 순간부터 상대는 나를 그리 여기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고 이 사실은 꽤나 상처였다. 머리가 크고 사람들과 부딪히며 얻는 건 결국 자기 방어인 것인지,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 줄 수 없다는 걸 아는 그 순간부터 일종의 보호막을 써버리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울타리를 만들고 가급적 남의 울타리를 건들려하지 않는다. 다들 그렇게 사는 것 같다.
아직도 나는 친구와 지인의 경계가 애매하고 단순한 인간이지만 예전과 다른 현재의 차이점이 있다면 남들이 나를 어떤 바운더리에 넣는다 한들 딱히 내 노력으로 바꿔보려 하지 않는다는 거다. 그건 철저히 상대의 몫이라고 여긴다. 어찌 보면 나태해졌다 할 수 있겠지만 어쩌겠나, 나이 채우며 겁의 그릇도 커졌다. 사람한테 기대하는 것은 너무 나이브하고 그 나이브함은 결국 모두에게 재앙이라는 것을 수년간 몸소 체험한 탓도 있다.
어른이 된다는 건, 나이를 먹는다는 건 무언가 꺼내고 싶은 말이 생겼을 때 그 말을 건네고픈 연락처를 손가락으로 휘 둘러보다 결국엔 그냥 속으로 삼켜내는 것일까? 그렇지만 그게 사람이 줄어드는 것인지 내 마음이 줄어드는 것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