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산 Jan 28. 2020

아인슈타인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_열여덟번째 이야기

고산의 과학 에세이

지구 위를 기어가는 눈 먼 딱정벌레   

       

21세기 인류의 가장 위대한 유산인 일반상대성이론을 1916년에 발표하면서 아인슈타인은 이 이론을 검증하기 위한 3가지 방법을 직접 제시한 바 있다. 과학자들은 지난 100여 년 동안 이 3가지 방법을 포함해 그의 이론은 숱한 검증과정을 통해 진실로 규명되었다. 최근 2011년 5월 <네이처> 지에서도 이러한 검증 기사를 싣기도 했다.

이러한 검증과정을 통해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양자역학과 함께 현대물리학을 지탱하는 양대 산맥으로 자리잡았다. 물리학자들에게 원자나 그보다 더 작은 미시세계를 들여다보는 눈이 양자역학이라면, 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태양계뿐만 아니라 우리은하 밖의 거대한 우주를 이해하는 교과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매번 ‘아인슈타인이 옳았다’라는 연구결과조차도 이제는 식상한 뉴스거리가 될 정도로 그의 이론은 완벽해보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의 이론은 검증절차를 밟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아직까지 증명하지 못한 것이 있다는 것일까? 

사실 그의 이론은 1666년에 확립된 뉴턴의 중력이론만으로는 이해되지 않았던 의문들을 말끔하게 풀어주었다. 문제는 오늘날의 기술의 한계로 그 범위가 태양계 내에 국한되어 있었다. 우주는 우리의 상식을 넘어설 정도로 넓다. 그 넓은 세계 모두에도 그의 이론이 맞는지는 여전히 검증 중이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가고 있다. 

특히 현대물리학자들의 머리를 아프게 만든 난제인 ‘우주는 무엇으로 이뤄져 있는가’ 하는 것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과거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이 이 우주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천체관측 기술이 발달하면서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부딪했다. 바로 이 우주를 이루는 물질의 96%가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는 정체불명의 존재라는 것이다. 이 중 22%는 ‘암흑물질’이라고 알려져 있고, 그 나머지 ‘암흑에너지’가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암흑물질은 말 그대로 우리 눈에 보이는 별이나 은하와 달리 빛을 내지 않아 보이지 않아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그 존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암흑물질은 그 자체로 질량을 갖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 자신의 주변에 중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를 확인하는 것도 바로 이 중력의 작용을 통해서다. 지금까지 알려진 암흑물질의 후보들은 무수히 많다.


그런데 과학자들을 더 난감하게 만드는 것은 ‘암흑에너지’라는 것이다. 암흑물질은 후보들이라도 있지만 이것은 이조차 파악되지 않아 과학자들의 머리를 아프게 한다. 그럼에도 물리학자들이 이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밝히려고 노력하는 것은 바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이야기하는 한가지 가설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따르면 우주의 팽창속도는 줄어들어야 맞는다. 그런데 관측자료를 보면 오늘날의 우주는 줄어들기는 커녕 오히려 더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검증하고자 하는 과학자들이 내놓은 것이 암흑에너지다. 이 우주에는 암흑에너지라는 것이 있어 은하를 포함한 우주를 점점 더 빠르게 팽창하면서 멀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암흑에너지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옳다면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암흑에너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큰 위기에 부딪힐 수도 있다. 그것은 중력이라는 힘이 우리 태양계뿐만 아니라 은하와 은하 사이의 아주 긴 거리에서도 똑같이 작용한다는 전제 아래 세워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우주 공간에서 중력이 다르게 작용한다면 상항은 달라진다. 만약 우리 태양계보다 우주에서의 중력이 약하다면 이 괴상한 암흑에너지는 존재 의미를 잃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일부 과학자들은 은하와 은하 사이의 우주 공간에서 중력이 달라진다는 전혀 다른 중력이론들을 내놓기도 했다. 일반상대성이론으로서는 새로운 경쟁이론인 셈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주 공간에서의 두 이론의 옳고 그름을 증명한 적은 없었다. 


그러다 최근 미국에서 이러한 시도가 있었다.

이들은 관측을 통해 7만개 은하의 분포 위치와 이동 속도 그리고 외형을 조사한 것이다. 이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우주로 확장가능한 이론인지를 증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로부터 날아오는 빛은 우리와 그 은하 사이에 있는 은하들의 중력으로 인해 휘어진다. 그런데 휘는 정도가 일반상대성이론과 경쟁이론에 따라 다르다. 그리고 은하가 얼마나 빨리 성장하고 어떻게 서로 뭉치는지에 대해서도 일반상대성이론과 경쟁이론은 다르게 예측한다. 중력을 다르다면 은하의 움직임도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 연구팀이 이 모든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EG라는 값으로 결과를 내놓았다. EG는 물리학자들이 물체들간의 예상되는 상호작용을 확인할 때 사용하는 양이다. 연구팀이 7만 개의 은하를 대상으로 검토해서 얻은 EG 값은 0.39였다. 일반상대성이론이 예측한 0.4와 거의 비슷했다. 

반면 경쟁이론의 경우 EG는 0.22로 멀었다. 그리고 ‘f(R)’이라는 중력이론은 일반상대성이론보다 멀긴 하지만 오차범위 내에서 들어왔다. 일단은 일반상대성이론의 승리로 결론이 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일반상대성이론이 건재함이 드러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 연구결과가 경쟁이론들을 완전히 물리친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일반상대성이론과 경쟁이론들에 대한 여러 실험들이 이뤄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어쩌면 일반상대성이론이 틀렸음을 알아내거나 혹은 암흑에너지를 설명해줄 새로운 물리학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혹은 21세기에 일반상대성이론을 뛰어넘는 새로운 물리학 이론이 등장할 수도 있다. 


어떠한 결과이든 우리는 신의 비밀을 묻어둔 창고의 열쇠를 찾는 과정이고 열쇠를 찾는 날 인류의 미래는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우리는 어린 시절 꿈꿔오던 공상과학의 실현을 눈으로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원자폭탄에서 보는 것처럼 또다른 재앙을 초래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인간 스스로의 자정력은 이러한 우려를 씻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인간 이성을 가다듬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발견을 두고 그 기쁨을 이렇게 말했다. 


“지구의 표면을 기어가는 눈먼 딱정벌레는 자신이 지나온 경로가 휘어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나는 그것을 발견한 행운아다.”     


우리 모두는 지구 위를 기어가는 눈 먼 딱정벌레일지 모르지만, 미래의 우리는 자신의 길을 다듬을 수 있다는 자심감 속에 사는 존재로 살아갈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아인슈타인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_열일곱번째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