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방 일지-3
내가 일하기 전부터 설거지를 맡아주고 계셨던
이모님이 출근하셨다.
주방장님이 자리를 비웠을 때 이모님이 말했다.
"저 언니 조선족인 거 알아?"
우물쭈물하고 있으니 재차 확인한다.
"저 언니 조선족이야."
주방장님의 말투에서 중국 성조는 거의 사라진 것 같았다.
한두 번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는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다.
그럼에도 시옷 발음이 된소리가 될 때,
성조는 마치 지우개로 지운 글씨의 음각처럼 선명하게 드러난다.
주방장님의 지워진 성조는 이곳에서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가리고 드러내고 번복하고 주장해온
오랜 노력을 증명하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의 정체성이 그 누군가가 없는 자리에서
추측되거나 이야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국과 한국, 그 사이의 정체성에 관해서 나는 아는 것이 없다.
또한 그가 스스로를 어떤 정체성으로 규정하는지
이야기를 나눠보지 않고는 모르는 일이다.
이모님의 확언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냥 조금 멍청해지기로 했다.
"저는 그런 거 잘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