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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꽃피 Jul 05. 2024

Circles 1

- Mac Miller

Mac Miller - Circles

Album Poster & DELUXE CD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앨범의 색감처럼 흐린 날이었다. 실제 날씨가 그랬을 수도, 내면의 색감이었을 수도 있다.

익숙한 앨범 커버가 반가워 이 곡을 틀었다. 예상치 못하게 왈칵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나도 모르게 오만 가지 감정을 꾹 누르고 있었는데, 엄마가 오니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자존심의 틈새로 눈물이 줄줄 새어 나오는 그런 상황 같았다. 맥 밀러가 내 엄마가 될 줄이야. 앨범이 처음 나왔을 땐 'Woods'라는 곡을 제일 좋아했었다. 지금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고 묻는다면.

타이틀곡과 동일한 제목의 <Circles>는 맥 밀러의 여섯 번째 그리고 마지막 사후 앨범이다. 밀러는 약물 중독으로 사망했다. 그는 나와 같은 92년생이다. 앨범은 2018년 9월 밀러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작업 중이었고, 영화 <이터널 선샤인> 그리고 <시네도키, 뉴욕>의 작곡가 존 브라이온(Jon Brion)이 앨범 제작을 완성했으며, 2020년에 발매되었다. <이터널 선샤인>의 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밀러는 2018년 8월에 발매된 다섯 번째 앨범 <Swimming>의 제작을 브라이온에게 맡긴 바 있다. <Circles>는 <Swimming>과는 대비되는 스타일로 "Swimming in Circles"라는 컨셉으로 기획되었다. 두 앨범은 서로를 보완하면서 하나의 원을 완성한다.

애매한 위로나 어설픈 격려보다 우울은 비슷한 색감의 우울로 상처는 같은 상처로 치유된다. 음악 치료에서도 '동질성의 원리'에 따라 현재 나의 정서와 감정 레벨에 맞는 곡을 듣는 것을 추천한다. 이마에는 주름, 구불대는 눈썹. 술에 취한 듯 몽롱한 눈. 쭉 힘을 뺀 목소리. 이름이 없다는 고백과 변할 수 없다는 말들. 그럼에도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들. 회의와 초연함 사이 그 어딘가. 살아생전에도 밀러는 죽음과 가까운 사람이었던 것 같다. "난 노력했어." 끝의 끝까지 도달했을 때, 그러면서도 나의 한계를 이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나올 수 있는 말이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노력을 하며 산다. 세상과 타인과 나 스스로가 부여한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것 같더라도 애쓰고 있다. 밀러의 음성은 그럭저럭 살아가기 위해 외면했던, 밑바닥에 눌러붙어 있는 감정들을 불러일으킨다. 어렵지 않게 자석처럼 불러모은다. 그의 음성과 나의 감정은 차근차근 발맞춰 걷는다. 원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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