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치료제
호스텔에서 가까운 마트에서 사온 빵과 물을 그녀에게 전하고 방에 들어와 침대 모서리에 앉았다.식사보다 잠이 먼저였다. 몸이 침대로 푹 꺼지는 기분이었다. 눈이 스르르 감겼다. 생각해보니 참 오랜만에 기분 좋게 졸음이 왔다.
오랜 불면증과 두통에 시달려본 사람은 알 것이다. 베개에 머리만 갖다대면 바로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고 아침이면 개운하게 눈 뜰 수 있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말이다. 깊게 잠들지 못하는 나에게는 불면과 피로에 지쳐 몸이 견디지 못하는 순간 죽은 듯이 눈 붙이는 밤이 있을 뿐이었다. 늘 약간은 몽롱한 상태로 지내는 게 일상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은 너무나 졸렸다. 비행기 이륙할 때 몇 시간 잔 게 전부였다. 오랜 비행과 시차, 장시간의 운전 때문일까? 아니면 그녀의 말처럼 아비뇽의 공기와 바람이 기분좋고 편안한 잠을 불러오는 것일까?
창으로 돌아누워 커튼을 열었다. 아비뇽의 야경이 어른거렸다.
내 두통을 말끔하게 낫게 해줄 진통제는 역시 일상을 떠나는 것뿐이나보다. 어쩌면 이 두통과 불면증이 영원히 완치될 수 없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래도 속상하거나 아프지 않다. 이젠 두통을 낫게할 치료제를 찾았으니까... 최소한 완화시킬 약이 무엇인지는 알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