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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주 May 17. 2023

신입사원의 워라밸 찾기

통근 4시간, 퇴근하고 뭘 할 수가 있나요?


IT업계에 비전공자로 입사한 1년간의 이야기 - 5


오늘은 입사하고 매일 끊임없이 하는 시간관리에 대한 고민을 토로해볼까 한다. 직장인에게 워라밸은 쟁취해야 할 대상이다. 특히 나같이 통근 시간이 긴 사람들은 사실 평일에 퇴근하면 남는 시간이 많이 없다.


경기도와 판교 사이 대륙횡단을 하는 나는 매일 지하철에서의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데 독서, 공부, 글 쓰기, 춤 외우기, 그림 그리기 등 평소에 못했던 여유로운 취미를 즐기거나 자격증 책을 꾸준히 본다.


워라밸이라 ,,, 우리 직군 사람들에게 워라밸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 회사도 워라밸이 상당히 좋은 편이고, IT 회사들 중 복지로 소문난 회사도 많으니 회사의 문제라기보다 뭐랄까.


역량 개발이 필수인 만큼, 쉬는 시간의 일정 부분을 공부에 할애해야 한다. 입사 이후 몇 번 나간 소개팅에서 나는 아예 취미가 ‘공부’라며 못을 박아두기도 했다. 그런 말을 하게 된 계기도 나름의 에피소드가 있다.


일과 공부, 취미생활을 뽈뽈거리며 하는 내 이야기를 듣고 하루는 어떤 소개팅남이 “그럼 연애는 언제 해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나는 당연하게 “시간 내서요? 다들 시간내서 하는 거 아니에요? “하고 되받아쳤는데 소개팅남이 눈을 말똥말똥 뜨면서 ”보통은 그냥 남는 시간에 해요…“라고 대답해 줬다.


그 이후 나는 그냥 ’ 공부가 취미‘ 라며 취미 목록에 공부를 아예 넣어서 말하곤 한다. 지금 돌아보면 좀 웃긴 에피소드긴 한데 당시에는 내게 좀 충격적이었다. 네 시간 통근하며 자기계발하기 바빠죽겠는데 직장인에게 남는 시간이 있다니. 억울하다. 왠지 분하다.


일주일 중 사내 스터디 하루 빼고, 헬스장 세 번 빼고, 자격증 공부, 지인 약속, 회사 워크숍 등을 빼면 하루 내지 이틀 정도 하고 싶은 일로 일정을 채운다. 물론 불만은 없다. 나는 ‘나한테 7일의 휴가를 주면 6일은 개인 공부를 하고 싶어 ‘라고 말하는 변태이기 때문에,,, 내게 공부는 뭐랄까. 너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 돼버려서 재미가 있는 게 천운이다.


매일 하는 테트리스를 하다 보니 입사 일 년차 리뷰를 쓴 지도 한 달이 지났다. 오늘 단톡방에서 어떤 선배분이 ‘물경력은 없다. 포장하기 나름이다.‘라고 하신 게 인상 깊었는데 결국 스스로 방향성과 의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결국 4시간 통근러에게 워라밸은 없다. 워킹만 하거나 라이프만 하거나. 누군가는 둘 다 즐길 수 있는 직장에 다니겠지만 보안 업계는 못한다. 워킹과 라이프의 밸런스가 아니라 워킹과 라이프를 즐기는 밸런스 파괴는 할 수 있다. 나는 가끔 퇴근 후 두 시간 공부하고 헬스장에 들렸다 집에 한시에 귀가하는 또라이긴 하지만 오래 지속가능한 시간표는 아니다.


장기적으로 롱런하기 위해선 최대한 시간을 쪼개고 활용성을 높여 내 삶에 포기할 수 없는 일들을 해내야 한다. 우리 직군 사람들에겐 심심한 위로와 응원을 보낸다.


어쩌겠는가. 강하게 크는 수밖에.


아래는 요즘 내 좌우명이 된 구절을 인용하며 마무리한다. 세이노의 가르침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이다. 가끔은 건강을 불태우며 달리는 내게 이렇게 살아도 된다는 응원을 해주는 것 같다.


“그 잘난 건강을 가지고 있었을 때 너는 당장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지 않은가. 자살하는 사람들 중 90%는 건강한 몸을 갖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러니 개소리 말고 밥이나 철저하게 제때 찾아 먹어라. 차가운 샌드위치라도 제때 먹기만 하면 죽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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