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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주 Aug 14. 2023

유타에서

20230814


퇴사하고 이곳에 온 걸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시작했던 어제의 일기다. 어제 사람들과 캠핑을 하고 각자의 삶을 나누면서 많은 감정들이 교차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이들을 보며 나도 나를 더 불태우며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다. 퇴사할 즘 나는, 커리어를 쌓아가는 이들보다 하루하루의 행복을 좇는 사람들이 더 멋있어 보였다. 더 이상 곁에 사람들이 내게 동경의 대상이 아니었고, 스스로와 주변 이들이 멋있어 보이지 못했다. 그런데 어제 다시금 커리어를 쌓아가는 이들이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그저 롤모델을 잃었고 내 시야에 갇혀있던 것뿐이었다.


삶을 똑똑하게 개척해 나가는 사람이 참 대단하다. 사랑스럽고 존경스럽다. 나도 이들처럼 그저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가고 싶다. 나와 내가 사랑할 이들을 위해서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나를 가득 채웠다.


곁에서 일주일간의 귀한 시간을 내준 사람들은 내게 큰 영감이 되었다. 한국에서 하지 못하는 직업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온 사람도 있고, 조기 졸업과 조기 취업으로 남들보다 한 발 앞서나가던 사람도 있다. 꾸밈없는 매력이 사랑스럽던 동생도 있었고, 함께 여행을 다니던 친구는 끊임없는 화제로 주변의 오디오를 꽉 채우는 자유로운 사람이다.


왠지 모르게 나는 일주일 간 이들의 일상에 단단히 녹아들었다. 이들이 가진 일상의 행복은 이런 거구나. 생각했다. 주말마다 모여 여행을 가고, 캠핑을 하고 노을을 보고 근처 마을들을 돌아다니는 게. 그렇게 몇 년간의 추억을 쌓아온 그들이 참 예뻤다. 청춘답게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내 주변이들과 이런 일상을 꾸려나가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이 든다. 이게 이 나라의 이 도시 유타의 매력이겠지.



한동안 영어에 보안업계에 집착과 미련을 놓지 못했는데, 오늘 일기를 정리하면서 많은 부분을 떠내려 보낼 수 있었다. 인간이 수치심을 느끼는 건 과거의 경험으로 기인할 수 있다고 한다. 수치심을 촉발하는 상황들에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가만히 다이어리에 내가 수치심을 느끼는 상황들을 적어 내려가다 보니 과거 내가 상처받았거나 크게 결핍을 느꼈던 감정들이 지금까지도 내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도, 보안 업계도 내겐 늘 수치심을 안겨줬다. 내게 큰 결핍으로 자리남아 나를 계속 괴롭혔구나. 이걸 인정하고 어떤 방식으로던 떠나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유타는 참 사랑스럽고, 사랑스러운 사람들이 사는 동네다. 짧은 순간에도 이곳을 진심으로 마음에 품었기에 내게 잊을 수 없는 도시가 될 것 같다.


내게 아무런 걱정도 생각도 없는 이상한 하루를 주더니 어느 날은 잔뜩 영감을 안기고 어느 날은 우울이 찾아왔다. 나는 자기 성찰에 빠지기도 여유에 권태에 빠지기도 했다. 이상하게 자꾸 같은 하루를 살고 싶은 하루를 살았다. 행복이라는 게 이런 건가. 이 시간이 반복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낯선 이 곳은 내겐 꿈같은 도시다.


새로운 사람들은 나를 성장시키고 좋은 사람들은 살아갈 이유가 되어준다. 감사와 사랑을 품고 더욱 정진해야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면서 언젠가 또 만날날이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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