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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주 May 09. 2023

휘둘릴 바엔 내가 가스라이팅을 해라

직장 내에서 가스라이팅 당하지 않는 법


IT업계에 비전공자로 입사한 1년간의 이야기 - 2


직장 생활은 고난의 연속이다. 부족한 점이 많은 만큼 깨지고 구르면서 성장하게 된다. 어느 날은 “내가 그렇게 모자란가?”라는 고민에 쌓여 온종일 시간을 허비하기도 하고, “이 상황이 내게 최선인지. 내가 과연 팀에 도움이 되는 사람일까.“를 고민하게 되기도 한다.


처음 직장에 입사하고 나서부터 지금까지도 회사는 당신에게 성실함과 좋은 결과물을 요구한다. 당신이 업무에 100% 효율을 내길 바라며 때로는 100% 이상을 원하기도 할 것이다. 회사나 팀은 사람을 키워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언제나 당신에게 무언가를 바란다.


나는 이 회사에 처음 입사하고 굉장히 작고 여린 사람이 되었는데,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듯이 초반에 시련이 많았다. “누구는 주말 출근도 해. “라는 말을 들으면 한 달 내내 나도 주말에 나와야 하는 게 아닌가 고민했으며 ”이곳이 안 어울린다. “라는 말을 들으면 내가 잘못된 길을 걷고 있나 수렁에 빠지기도 했다.


상사와 사원의 입장 차이는 결말이 두 가지로 나뉘지 않을까 싶다. 자기만의 페이스를 찾거나,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연료를 써가며 열심히 나아간다. 나의 경우는 절반 정도에 걸쳐있는 것 같다.


내가 회사 내에서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어느 순간부터 회사의 입장에서 스스로를 평가 내리고 있다는 걸 깨달은 후부터이다. 내가 나를 우선시했다면 나에게 잘하고 있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자신의 속도를 인정하고 수긍할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외부의 평가를 의식하고 소심해진 나는 회사의 입장에서 내 존재가치나 실력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팀 내 선배들과 저녁식사자리에서 “공부는 해야죠.”라는 식의 어투를 구사하는 나를 보며 언니오빠들은 내게 이미 가스라이팅을 당했다며 내 언행을 짚어줬다. 그때부터 입사 전과는 많이 달라진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한번 인지하고 나니 남의 입장과 나의 입장은 언제나 다르다는 점이 보였다. 회사는 내게 늘 100% 이상을 요구하겠지만 나는 모든 날을 회사에 올인할 수 없으며 가끔은 70%, 50%의 효율을 내는 날도 있을 것이다. 이건 나쁜 게 아니고 사람이니까 당연한 거다. 언제나 늘 최선의 결과물을 내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직장 내에서 가스라이팅 당하지 않는 법은 남과 나를 철저히 분리하는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불신을 품고 요구를 할지언정 겸허하게 받아들이되 그 말이 타당한지를 늘 고민한다. 단지 나를 상처 주려고 하는 말은 아닌지, 회사에 받는 이 요구가 타당한지, 내가 더 노력할 수 있는 상황인지를 고민한다. 암담하겠지만 늘 외부의 자극과 싸워야 한다.


회사는 나를 늘 달달 볶는다. 당연하다. 나는 입사 후 이에 대응하기 위해 내 이미지를 내가 메이킹했다. 자주 남아서 야근을 하고, 사내 스터디를 하고 주말엔 공부를 하는 사람임을 어필했다. 개인 역량을 쌓기 위해 늘 “공부”하고 있음을 내 언행에 실었다. 처음엔 “그게 무슨 공부야. B군처럼은 해야 공부지.”하던 직책자 분이 어느 날부터인가 나와 같이 열심히 하는 신입을 뽑으라고 했다는 말을 건너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이게 내 이미지 메이킹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위의 단편적인 일 외에도 회사 내에서 성실하다, 잘한다는 말을 건너들은 일화가 정말 많다. 무의식 중에 내가 역량 쌓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그에 뒷받침되는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스스로의 이미지를 만들어간 것이다. 말은 정말 중요한데, 회사에서 내게 무언의 언어로 압박을 주듯 나도 회사 내에서 내가 원하는 이미지를 쌓을 수 있다. 그래도 초반에 이미지를 잘 굳히면 그 이미지가 오래도록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열정과 성실을 보였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어떤 시야로 바라보는지는 회사 생활의 첫 단추를 좌우한다. 회사 내에서 내 이미지는 소문으로 쌓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고 아니라면 아닌 것이다. 소문은 소리소문 없이 쌓여간다. 따라서 내가 가지고 있는 역량이 있다면 주변에 이를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한다.


나는 매일 회사에 가스라이팅 당하지 말고 내가 가스라이팅할 것.이라는 다짐을 품고 있다. 어딘가 매일 힘든 싸움을 하고 있을 나와 같은 사람과 나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누군가 나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면 상처받고, 성장하되 절대 그 상황에 익숙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픈걸 아프게 겪자. 내가 처한 상황이 어쩌면 회사의 입장에선 당연할지라도 나에겐 당연한 게 아니다. 부당할 수 있고, 억울할 수 있다. 나만은 늘 나의 입장에서 스스로를 지켜줘야 한다.


언젠가 또 아파할 나에게 이 글이 힘이 되어줬으면 좋겠다. 나와 우리들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잃지않길 바란다. 회사는 회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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