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의 버킷리스트, 나홀로 해외여행
다시는 회사에 안들어가겠다고 다짐하고 전 회사를 퇴사 했건만, 어쩌다 지금 회사를 만나 운명처럼 입사를 했고 벌써 만 3년이 한달 남았다. 함께한 시간으로 따지면 넘고도 남았지만, 법적 기준으로 계산해야지.
우리 회사는 만 3년이 될 때마다 리프레시 휴가 선물로 5일휴가와 200만원의 여행비가 지급된다. 이 날이 오기 전에 내 일을 찾아 나가길 바랬지만, 지금 일에 심취해 살아가고 있는 요즘이다. 그렇다면 주어진 기회를 잘 활용해봐야지.
사실 나에게 여행을 가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돈도 시간도 문제가 아니라 내 마음이 그렇게 원하는가의 문제이다. (그렇다고 둘다 여유롭진 않다..ㅎ)
평소 집순이에 자기계발을 좋아하는 나는 여행에 큰 의미를 잘 모른다. 그저 그럼에도 한 번씩 리프레시 하는건 생각 확장에 도움이 되었기에 작년엔 목표로 분기에 한번은 타지 나가기로 잡아놓고 가까운 바다나 즉흥 제주도 여행도 다녀왔다. 여행도 목표여야만 움직이는 나였고, 그나마 설날/추석에 남편 따라 대구 내려가는 것이 내 유일한 출타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삶에 변화가 생기기 전에 해외를 가야겠다는 생각에 여행을 알아보았는데 사람들의 후기를 찾아보다며 혼자 생각해보니 혼자 어딘갈 간다는 것이 덜컥 겁이 났다.
국내 여행도 혼자 딱 한번 가봤는데, 늦은 시간은 커녁 해가 지기 시작하면 집에 들어와 어디 나가지 못한다. 천안에 온천이 있다해서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 갔는데, 사람도 없는 잔잔한 골목으로 날 안내 했고, 그 골목이 무서워 난 그대로 집으로 복귀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럼에도 유럽 한번 가봐야지 라는 생각에 알아봤는데... 이런 내가 케리어를 도둑 맞을 수도 있는 유럽 자유 여행이라니.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벌써 스트레스를 받았다.
포기 하지 않고 꿋꿋히 알아본 결과 '혼자 여행다니는 사람들'을 위한 패키지가 있었다. 구성이 꽤 괜찮았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들과 계속 같은 차를 타고 이동하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보내야한다니... 혼자 떠난 여행에 다른 사람과 커뮤니케이션 해야할 생각에 또 머리가 지끈했다.
이 고민이 시작된 몇 개월 전, 지인들과의 식사자리에서 이 고민을 꺼낸적이 있다. 여행을 굳이 가야하나 고민하는 내 고민에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표정과 함께 너무 공감가는 말을 쏟아냈다.
-"예랑이는 파리에 가서 에펠탑 앞 카페 한 곳 찾아서 일주일 보내고 올 사람이야."
-"파리 어디 다녀왔어? 추천해줘 라고 하면 카페 하나, 빵집 하나 추천 해주겠지..?"
-"그리고 호텔.. 호텔은 아주 방 값 안아깝게 붙어 있을 것 같은데.. 그럴거면 국내 호캉스가 낫지 않으려나..?"
-"그럼에도 갔으면 좋겠어. 효율 그만 따지고, 그냥 힐링하러 예랑이가 좀 다녀왔음해."
남들은 이해 못하지만, 리프레시 휴가를 떠나기 위해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럼에 난 여행을 가기로 결심은 했고, 그 생각의 흐름과 우여곡절 끝에 가게 될 리프레시 휴가 준비기를 기록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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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꿈의 여행인데, 첫 유럽여행을 그렇게 다녀오면 아깝긴하겠지..? 난 왜 이렇게까지 해외여행을 가려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