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회사마다, 부서마다 금기어가 있다. IT개발팀과 협업 시, 내부 중요 작업이 있는 날은 특히 더 "어..?" 는 절대 해서는 안되는 금기어다.
우리 CX팀에도 있다. 그 중 가장 효력(?)이 좋은 말은 "오늘 조용하네?","그 기업 잠잠하네, 잘 사용하고 있다나봐"와 같은 잠시나마 평화로운 일상을 즐기는 표현이다. 우리는 아주 작은 행복에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들이기에 연말을 맞아 감사함을 나누었고, 그것이 우리의 새해를 평화롭지 않고 바꾸어두었다.
1월 1일, 평범한 주말 같지만 새해 첫날이라는 이유로 참 특별하다.
늦잠을 푹 자고 일어나 새해 새출발을 적어보겠다며 침대 위에서 아이패드를 꺼내 브런치 앱을 켠 순간 "지이잉-" 전화기가 울린다.
앗차! 새출발은 나만 하는게 아니었다. 우리의 고객사들도 새출발을 준비 하느라 분주한 것이었다.
그렇다. 기업의 모든 조직이 변경 되는 날이다. 사전에 조직개편을 하는 회사들도 있지만, '기분 좋게' 1월 1일에 회사들이 훨-씬 많다. 모두가 분주하게 움직는 새해, 우리라고 피해갈 수 없지.
아이패드를 내려 놓고 빠르게 조금 전까지만 해도 멀게만 느껴지던 책상까지 순간이동 보다 더 빠르게 이동한다.
주말 연휴 쉼 없이 돌아가는 AI가 되기 위해 키보드를 두들기기 시작한다. 온라인 상의 모든 것은 자동으로 돌아가는 시대가 찾아왔다고 믿는 이들의 바램을 반영하기 위해 우리는 그렇게 달력에 표기된 날짜와 상관 없이시스템을 돌려본다. 타다다닥.. "일어나라, 개발자여. 아니..일어나주세요"
CX는 고객과의 소통을 도울 뿐, 직접 시스템의 어떤 오류도 직접 만질 수 없다. 연휴에 나 외에 다른 누군가를 소환 한다는 것은 상대가 누가 됐던 참 쉬운 일은 아니다. 작업을 요청하는 나의 자세도 괜히 평소보다 더 정중해지고는 한다.
때론 이 순간이 스스로가 가장 무능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다. 물론 그렇다고 누구도 우리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1분이라도 빠르게 나의 새해로 돌아가기 위해 다급한 목소리의 담당자와 상황을 정리하고, 코딩에는 입력 되지 말아야할 감정은 한차례 걸러낸다. 그렇게 다음 스텝에 개발자가 불순물이 정제된 언어를 입력 받아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이도록 한다.
우리는 함께일 때 최고의 효율을 자랑하는 AI가 될 수 있다.
"후-" 우리는 오늘도 완벽한 콤비였다.
한껏 긴장된 순간이 지나가고, 책상 앞에 앉아 '새해부터 역시 잠잠 할 날 없네' 하며 생각하며 숨을 고르는데 불현듯 머리에 한 대화가 스쳐지나간다. "12월 마지막 출근이네요. 참 사건사고 많았던 기업이 요즘 잠잠한거 보니 감사하네요."
아 놔.. 말조심 합시다 거.
우리는 "고객의 안녕"이라는 미션을 최우선으로 삼고 움직인다. 고객과 함께 성장 하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즐거움이고 동력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문제일뿐, 해결하고 나면 찾아오는 뿌듯함이란. 마음이 꽉 차는 것 같다. 그렇게 벌써 새로운 한해의 삼 일을 꽉 채워 보냈다. 한껏 진이 빠지기도 하지만 나의 새해를 그렇게 표현하고 싶지 않다...
한껏 뿌듯해진 마음으로 올 한해를 상상해본다.
생각해보니 새해니까 새로운 프로젝트를 한가득 준비 했다. 우리 회사의 한 획을 그을만한 그런 놀라운 크고 작은 계획들 말이다! 기대하는 눈빛에 "아~ 그거? 금방하죠."라며 어깨 으쓱하고 자신 있게 외쳐둔 건들도 있다. 정말 금방 한다.
하지만 사실 앞으로도 한 일주일은 열어볼 엄두가 안난다. 하지만 어떠하랴, 이제 고작 삼일 지난거 아닌가?!
아..아니, 이제 삼일째라고?
곧...또 지금 이 순간을 잊고 "오늘 조용하네?" 라고 말할 날이 오겠지..?
새해 소원이라면 큰거 없다. 빨리 연말이 되어 지나간 일에 "그땐 그랬지" 웃으며 인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