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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랑 Feb 12. 2023

연봉협상과 연말정산이 휩쓸고 간 자리

새해를 맞아 직장인을 설레게 하는 일이 두 가지가 있다면, 연봉협상과 13월의 월급 연말정산일 거다. 


기다림의 설렘은 통지서를 받기 전 가장 극에 달한다. 

기대치와 현실의 격차에 따라 행복은 수직상승하거나 수직낙하 하고 만다.


폭풍전야라고 해야 할까. 

회사에는 왠지 모르게 잠잠하면서도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연말연초 뉴스에는 인건비와 물가는 몇십 프로씩 올랐지만 기업이나 시장의 성장률은 그만큼 상승하지 못했음을 반복적으로 보도한다. 특히 IT업계에는 얼음장 같은 시기가 될 것을 말하며, 대기업들의 어려운 상황을 하나하나 파헤쳐 보여준다. 


오르는 물가는 정부 탓인가? 

그동안 눈 감고 정부 창고를 탈탈 털었으니, 이젠 정면 돌파 말고는 방법이 없지 않을까. 


인터넷에서는 많은 회사들이 2030 세대를 권고사직하고 있다고 말한다. 유튜브에도 권고사직 당한 젊은 세대들의 실제 리뷰들이 가득하다. 단기간의 조회수가 놀라울 정도로 올라가고 있다. 


비슷한 돈을 줄 거라면, 일단은 충분한 경력에 회사에 충성하고 쉽게 흔들리지 않는 4050 세대를 남기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으리라 생각된다.


언론과 각종 플랫폼에서 제아무리 떠들어도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그 대상이 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성과급을 150%,200% 주었다는 기업들 리스트가 온 SNS를 장악했다. 그리고 그 성공신화의 대상이 '나'이길 바라며 기다림의 설렘이 최고치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12월부터 치솟은 기대감은 메일 통지서를 연 그 순간 빠르게 수직낙하했다. 




1. 달콤했던 2022년에게 뒤통수 맞다. 

"작년 연말정산이 잘 못 되었어요. 최소 150만 원을 뱉어 내셔야 해요." 

경영지원팀에서 잠시 부르더니 이야기한다. 중소기업 취업청년 소득세 감면 대상자가 아닌데 작년 150만 원의 혜택을 받아서 지난 2~3년을 전면조사 해야 한다고 말이다. 


"총 6분 있어요" 


나를 제외한 5명이 누구일까? 

13월의 월급을 기다리다가 갑작스럽게 뒤통수를 맞게 된 그 행운의 6명 중 날 포함한 5명이 우리 팀이더라. 비교적 따뜻한 겨울을 보내던 내게도 순간 강추위가 다가온 것만 같았다. 


소식을 듣자마자 누군가는 좌절감에 화를 냈다. 차라리 애초 내 손에 안 들어온 돈이었으면 잘 아끼고 살았을걸, 괜히 달콤함을 맛보게 해서... 

난 아직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꿈이야 생시야? 제발 꿈이었으면. 아마 통장에 그 숫자가 찍힐 쯤에서야 맞은 뒤통수가 얼얼하지 않을까. 


우리와 같은 소식을 접한 또 한 명의 불행아는 누구일까, 혼자보단 함께 일 때 덜 아플 텐데. 그는 혼자 속앓이를 하고 있겠군. 




2. 연봉협상 메일


기업들은 한없이 몸집 불리기를 시작하였다. 인재를 한 명이라도 더 데려오기 위해 경매장에서 입찰금액을 부르듯 연봉은 한 해 한 해 치솟기 시작했다. 선택받은 자들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3년간 한없이 올라간 기대치에 점차 다가오는 얼음장 같은 시장을 맞이하며 고된 시간을 보낸 직원들은 그에 대한 보상을 한 없이 바랬고, 기업은 더 이상 전처럼 주머니를 열 수 없었다. 결국 직원들의 실망감은 되돌릴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수직낙하 했다. 



사실 언제 떠나도 그만인 요즘 시대에 회사가 재정적으로 어렵고 말고 가 직원들에게 무슨 상관인가. 언제라도 돈 많이 주는 시장으로 옮기면 그만인 것을. 실망하는 직원들은 고이 마음을 접어 떠날 채비를 하고, 이 어려운 시기를 함께 보내주길 기대했던 회사는 또 직원에 대한 실망감과 그만큼 채워주지 못했다는 좌절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어려운 시기 똘똘 뭉쳐 이겨 내면 참 좋을 텐데, 꽁꽁 얼어붙은 만큼 회사도 직원도 마음이 꽁꽁 얼어 이 위기를 이겨 나갈 수 있을지 큰 위기로 다가왔다. 




연봉협상, 정말 이렇게 얼어붙은 채 보내야 하는 걸까. 


아쉽게도 회사에 3~5년 차가 점점 줄어든다. 사실상 2년 미만 직원들에게는 회사도 적잖은 투자가 들어가니, 3년 차부터 서로 제대로 된 시너지를 낼 수 있는데 이쯤 되면 경력을 쌓은 직원들이 몸 값을 높이기 위해 이직해 버린다. 


난 신입직원들에게 조금 더 인상률이 돌아가길 바라본다. 애초 스탠더드 금액이 낮을 테니, 인상률이 비슷하다면 그들의 인상 금액이 훨씬 낮을 테니 말이다. 


지금까지의 투자를 회수하기 위해서라도, 이 시기에 조금 더 기대감을 반영해 주면 지금부터 회사도 수확을 걷을 때가 되지 않을까? 물론 몸 값을 올려 떠날 사람들은 어떻게도 떠나기 마련이지만 말이다. 




물론 리더로 회사의 입장을 잘 전해야 했기에, 다음을 기대해 보자고 말했다. 타 회사에 비해 마냥 적지는 않으니까 더 잘해보자고 말하기도 했다. 


한 리더분이 이 상황을 그냥 받아들인 내게 "넌 만족하는 거야?"라고 질문을 했다.

난 말했다. "연봉에 만족이 어디 있나? 돈은 다다익선 아닌가? 그저 올라갈 때가 있으면 그만큼 못 갈 때도 있음을 때론 받아 드리는 거지 뭐." 


그럼에도 끊임없이 비전제시를 하며 자기 성장을 독려하며 함께 하며 보낸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떠나지 않는다. 지난 한 주 동안 혼자 올 한 해 계획을 되돌아보고 내 인생 계획으로 내년에도 우리 팀원들이 충분한 인정을 못 받는 건 아닐까 마음이 쓰인다. 


언제든 회사를 떠날 마음을 가지고 일하던 나도 이번 사태로 책임감이 오히려 막중해진다. 내 15명의 팀원들이 내년에 더 충분한 보상을 받으려면, 올해를 어떻게 보내야 하나?




연봉협상이 휩쓸고 간 이곳은

누군가가 떠난 흔적과 떠날 채비를 하는 자들의 분주함으로 강추위를 연상케 했다. 


그럼에도 겨울 뒤에는 봄이 오고 꽃이 핀다 했던가? 


여전히 다음 성장을 함께 꿈꾸는 이들이 한쪽에서 싹을 피우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난 그런 팀원들을 보며 가슴 한편 꽉 막힌 듯한 무거운 책임감에 주말에도 일 생각을 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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