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지봉이가 파마를 할 나이가 되었다. 모범적으로 커 온 나와 아내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흥이 많은 우리 지봉이. 그래서 더 어릴 때 '흥순이'라고도 불렸더랬다. 두 시간이 넘는 지난한 미용실 앉아있기를 공주님처럼 된다는 말만 믿고 잘 버텨주었다.
갑자기 지봉스럽지 않은 모습에 조금 어색하다. 그리고 품 안에서 조금씩 덜어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하게 된다. 워낙 독립성도 강하고 표현도 잘하는지라 아빠와 잘 분리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가 문제지.
안아줄 때 풍기는 어색한 파마약 냄새가 사라질 때쯤이면 지봉이의 컬도 안정되고 잘 어울리겠지
이날 찍은 사진 중에 제일 흐릿한, 소위 초점이 안 맞은 사진..
그런데 맘에 든다. 파마해서 풍성하다는 양감이 들어서 인 것 같다고 추론해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