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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IFT Aug 12. 2016

콜렉티브 임팩트,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이 글은 SSIR(Stanfod SocialInnovation Review)에 2011년에 게재된 글이다. 2013년 미국 대사관 프로그램으로 솔트레이크시티의 United Way를 방문하였을 때 우리와 만났던 활동가들이 읽어보라며 메일로 보내줬던 글이 바로 콜렉티브 임팩트였다. 그렇게 크지 않은 중소도시에 있는 UW사무소에 50여 명이 근무하고 이런 아티클을 읽고 연구하는 옹호 조직이 8명 정도 된다는 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원문으로는 벌써 5년이 지났지만, 한국에서는 오히려 최근에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콜렉티브 임팩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 비로소 한국에서도 재조명되고 있는 것 같다. 심지어 3-4년 전에 이미 콜렉티브 임팩트의 개념과 5가지 요소를 소개하는 글(http://ibr.kr/203)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에는 지금처럼 섹터 간 협력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았고, 지금처럼 ‘협치’에 대한 관심도 높지 않았다. 


한국어로 번역은커녕 풀어내기도 어려운 개념인 콜렉티브 임팩트가 과연 한국의 산적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까? 확신은 없다. 하지만 만약 콜렉티브 임팩트가 지금도 틀리다면 미래에 다시 맞을 것 같지는 않다. 시민사회로 들어오는 세대가 변하고 있으며, 일하는 방식 또한 변하고 있다. 개별 조직의 역량으로 복잡한 사회 양상의 결과인 사회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돌아볼 시점이다. 

 그리고 콜렉티브 임팩트가 지금 맞다면, 반드시 기존의 협력과 무엇이 다른지 고심하고 적용해 볼 필요가 있다. 개념이 진화한 맥락을 모른 채, 새로운 개념을 소비해버리는 우를 범한다면 시민사회가 우리 사회에 제공할 수 있는 솔루션은 조만간 바닥이 드러날 것이다.


인간을 구원할 유일한 것은 협력이다. -버트런드 러셀

간략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수십 년간 미국 공교육 시스템을 바꾸려는 시도는 무산되었다. Ford재단이라던지 Annenberg 재단, Pew Charitable Trusts 같은 큰 재단들도 소용이 없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한 때 고등학교 졸업률이 세계 1위였던 미국은 지금은 선진 24개국 중 18위이고 매년 백만 명의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중퇴한다.

하지만 학생들의 학업 성취를 증진하고 교육을 개선하기 위해 지역의 리더들을 모은 신시내티의 Strive는 괄목할만한 예외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그룹이 생긴 지 4년 만에 3곳의 공교육 지역에서 많은 성공 사례들을 만들어냈다. 불황과 예산 삭감에도 불구하고 53개 지표 중에 34개 지표가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여기에는 고등학교 졸업률과 4학년의 읽기와 수학 점수, 그리고 많은 취학 전 아동들의 지표 개선이 포함된다.

왜 Strive는 진전을 이뤄냈을까? 그것은 참여한 지역의 핵심적인 리더들이 학생들의 성취도를 높이기 위한 집합적인 접근(collectiveapproach)에 찬성하여 각자가 가지고 있던 아젠다를 버리기로 하였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재단(기업, 개인)과 정부 관료와 학교 지역 대표들과 8개 대학의 총장들 그리고 교육 쪽 NGO와 옹호 그룹의 사무총장 등 300명이 넘는 지역 리더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교육과정 전체가 동시에 바뀌어야지 한 요소만 바꾸는 것은 이전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는 한 조직에서 감히 이룰 수 없기 때문에 "요람에서 직업까지(cradle to career)"까지의 모든 단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Strive는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기부자들이 돈을 더 내게 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대신, 하나의 목적을 지향하고 동일한 내용으로 평가하는데 집중했다. 참여한 조직들을 활동에 따라 15개로 나누고(Student Success Networks, SSN), 각각의 SSN은 지난 3년 동안 격주로 모여서 2시간씩 코치들과 함께 회의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공통의 평가지표를 개발하고, 지난 성과들을 토의하고, 상호 학습하고 다른 조직의 노력들을 서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조직이자 프로세스로서 Strive는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impact)의 좋은 사례다.

콜렉티브 임팩트란, 특정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다른 섹터에서 온 주요한 주체들이 공동의 아젠다를 가지고 함께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협력(collaboration)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Strive 외에도 


-Elizabeth River Project
 버지니아 주 남동쪽의 Elizabeth 강을 되살리는 프로젝트

-Shape up Somerville
 매사추세츠 주의 소머빌(Somerville)의 초등학생 비만을 줄이기 위한 노력

-초콜릿 회사 Mars의 노력
 m&m초콜릿, 스니커즈 등으로 유명한 Mars가 카카오 원산지인 코트디부아르에서 농부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수행한 활동

등 콜렉티브 임팩트 사례가 있다.

큰 단위(Large-scale)의 변화는 개별 조직의 단독적인 개입(isolatedintervention)보다는 섹터를 아우르는 더 양질의 협력을 통해서 가능하다



개별 임팩트(ISOLATED IMPACT)


재단의 분배 담당자는 어떤 조직이 사회 문제를 가장 도움이 될지를 판단해서 몇몇 단체를 뽑아야 한다. 재단에 지원하는 단체는 단체가 제일 큰 영향을 줄 수 있음을 강조해야 선정될 수 있는 경쟁 속에 있다. 그리고 프로젝트의 임팩트를 평가해야 할 때는 늘 그 단체만의 영향을 추려야 한다. 

이런 접근법은 솔루션을 가지고 있는 하나의 단체를 찾아내서 펀딩하게 되는데, 가장 효과적인 조직이 자라나고 복제돼서 임팩트를 확장할 것이라는 희망이 담겨 있다. 이는 마치 연구실에서 치료제 만들어내듯 공교육 실패에 대한 치료제도 찾아내려는 양상을 띤다. 최근 소회적 기업과 벤처 자선(venture philanthropy)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좋은 성과를 내는 비영리 기관을 찾아서 엑셀러레이팅 하려고 하면서 이러한 트렌드는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

복잡하고 상호의존적인 현대 사회의 많은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 조직만으로는 어렵다. 교육만 하더라도 Harlem Children's Zone이나 Teach forAmerica, Knowlege IS Power Program(KIPP)가 수십 년 간 노력해서 수만 명의 학생들에게 많은 두움을 줬지만, 미국 안에서만도 도움이 필요한 수천만 명의 학생에게는 턱없이 부족하다.

개별적인 임팩트에 의존하는 것의 문제는 비영리 섹터가 분리되어 있다는 지점에서 더 꼬이게 된다. 사회문제란 것이 정부 정책과 상업적인 활동으로부터 생겨나기 때문에 비영리 바깥의 섹터들과 연대해야 해결할 수 있다.


기술적인 문제(technical problem) vs. 적응(이 필요한) 문제(adaptive problem)


모든 사회 문제가 콜렉티브 임팩트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어떤 사회문제는 문제가 잘 정의되어 있고 해답(answer)도 이미 도출되어 있어서 몇몇 기관들이 그 솔루션을 수행하면 된다. ‘대학 장학금 모금’ 이라던지 푸드 뱅크의 ‘재고 관리 체계를 세우는 일’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반대로 적응 문제는 복잡하고 답이 나와 있지 않다. 행여 나와 있더라도 개별 조직 단위에서 변화에 필요한 자원과 권한을 가지고 있기 힘들다. 공교육 혁신이나 습지 복원, 지역 보건 개선 사업 등이 다 적응 문제다. 이런 경우 효과적인 솔루션을 얻기 위해서는 해당 문제에 참여한 이해관계자들이 학습한 후에 솔루션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그들 스스로 행동을 변화시켜야 한다.


콜렉티브 임팩트가 성공하기 위한 5가지 조건(TheFive Conditions of Collective Success)


공통의 아젠다(Common Agenda)


콜렉티브 임팩트를 위해서는 모든 참여자들이 변화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면서 합의된 활동들을 통해 그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같은 사회 이슈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같은 이슈가 아니거나 사회 문제에 대한 정의가 다른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콜렉티브 임팩트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사전에 논의되고 해결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부분에 대해 동의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콜렉티브 임팩트의 주된 목표(primarygoal)에 대해서는 동의해야 한다. 앞서 나왔던 Elizabeth River Project에서도 기업과 정부, 지역 조직, 시민들이 다른 목표들을 가지고 있어서 공통적인 부분(common ground)을 찾는 과정을 거쳤다.

성과 측정 시스템의 공유(Shared Measurement System)


공통의 아젠다에 대한 합의는 성과가 어떻게 측정되고 보고되는지에 대한 합의 없이는 환영에 불과하다. 참여하는 모든 기관이 지표 리스트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모으고 결과를 측정하게 되면 노력한 모든 활동이 정렬을 유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서로의 성공과 실패를 배우고 상호 간의 책무성도 유지할 수 있다. 최근 많이 활용되는 웹 기반 기술을 통해 결과(outcome)를 측정하고 성과를 보고하는 공통 시스템 구죽이 가능해졌다.

Strive의 취학 전 프로그램 팀에서는, 동일한 범주로 결과를 측정하고 근거에 기반한(evidence-based) 의사결정에만 사용하기로 동의하였다. 여러 기관의 결과들을 살펴보면서 패턴을 발견하고, 솔류션을 찾아내서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 실제로 취학 전 프로그램 팀은 여름방학 동안 아이들의 읽기 능력이 퇴행된다는 것을 발견하고 "summer bridge" 세션을 만들어서 모든 취학 전 프로그램에서 동시에 시행했고 일 년도 안돼서 유치원생의 읽기 능력이 평균 10% 향상되었다.


서로의 활동을 강화(Mutually Reinforcing Activities)


콜렉티브 임팩트 이니셔티브는 다양한 이해관계자 그룹이 함께 일해야 한다. 함께 일한다는 것은 같은 있을 모든 참가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참여자의 활동과 조율하고 지원하는 방식으로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일을 구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콜렉티브 임팩트는 상호 간 활동을 강화해주는 것을 통해 각각의 차별화된 활동들을 엮어 내야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예를 들어 Elizabeth River Project의 모든 참여자들은 18곳의 복원 계획에는 동의했지만 각각의 특정 역량에 근거하여 다른 역할을 하고 있다. 1그룹이 풀뿌리 조직의 지원과 시민 참여를 독려하고, 2그룹은 자발적으로 지역 내 오염을 줄이려는 기업의 참여를 모으고 피어 리뷰를 제공한다. 3그룹은 과학적 조사를 조직하고 관리한다. Strive의 15개 SSN도 300여 개의 참여조직들이 목표로 할 것들을 미리 제시하지 않고 각자 자기의 코스가 공돝의 목표에 맞고 공유된 측정 요소로 결과를 제공하는 것 외에는 자유롭게 추진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지속적인 소통(Continuous Communication)


참여자들이 각각의 역할이 다름에도 공동적인 동기부여에 대해 서로 인식하고 인정하는 경험을 충분히 쌓는 데 몇 년이 걸린다. 그들 각자의 이해관계가 공평하게 다뤄지고 의사결정이 목표와 문제에 대한 최선의 솔루션을 고려하여 이루어지는 것을 확인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심지어 공통의 용어를 쓰게 되는데도 시간이 걸린다.

살펴본 모든 콜렉티브 임팩트 이니셔티브는 매달 혹은 격주 간격으로 CEO가 참석하는 미팅이 열리며, 불참 및 대참은 허용되지 않는다. 회의는 대부분 외부 진행자가 있으며, 짜인 일정에 따라 진행된다. Strive 네트워크는 3년 이상 정기적으로 미팅을 진행해오고 있다. 미팅 사이에도 Goole 등을 이용한 웹에 기반한 툴을 사용한 소통은 이루어진다.


백본: 중추 지원 조직(Backbone SupportOrganizations)


콜렉티브 임팩트를 창조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전체 이니셔티브를 위한 중추(backbone) 적인 역할을 하는데 필요한 스킬을 구비한 별도의 조직과 스태프가 필요하다. 협력이 인프라를 지원하지 않고 일어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 실패로 귀결되는 가장 흔한 이유다.


백본(backbone) 조직은 참여조직과는 별도의 전담 스태프가 필요하며, 지속적인 퍼실리테이션과 기술적인 지원과 소통, 데이터 수집과 보고, 그 외 이니셔티브가 잘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관리와 이니셔티브를 계획하고 관리하고 지원한다. Strive에서는 백본 조직 담당자의 초기 역할을 프로젝트 매니저, 데이터 매니저, 퍼실리테이터의 세 가지로 간단명료하게 정했다.

가장 좋은 것은 백본 조직들이 적응 리더십의 원칙들을 내재화하는 것이다. 적응 리더십이란 사람들의 관심사에 집중해서 긴급성을 끌어내는 능력과 이해관계자들을 적절히 압박하는 기술, 기회뿐 아니라 어려운 부분을 이야기하면서 이슈를 구분하는 역량, 이해관계자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는 능력을 말한다.




Strive Together 홈페이지 방문해보기


주된 사례로 등장한 신시내티의 Strive는 이제 미국 32개 주에서 거의 만 여 개의 조직들이 함께 참여하는 네트워크(The StriveTogetherCradle to Career Network)로성장했고, 820만 명의 학생들이 이 네트워크를 통해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http://strivetogether.org/cradle-career-network

그리고 실제로 Greater Cincinati에서 Strive의 경우 초기 5년 동안 유치원 아동의 읽기 역량이 9% 상승하고 고등학교 졸업률이 11%, 대학교 진학률이 10% 상승했다. 그리고 전체 53개의 측정된 결과(outcome) 중 40개 지표가 개선되었다. 

http://strivetogether.org/vision-roadmap/strivetogether-story


Strive Together는 아래 그림처럼 네 개의 요소(pillar)를 가진 프레임워크를 가지고 각각의 커뮤니티가 필요한 장기적인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제시하고 있다. 홈페이지에서는 개별 요소를 클릭하면 자세한 내용과 더불어 구축 시기에 따라 변화 이론을 적용할 수 있도록 포인트를 설명하는 문서도 제공하고 있다(http://www.strivetogether.org/sites/default/files/StriveTogether_Theory_of_Action_v3_06.2016.pdf)

http://www.strivetogether.org/strivetogether-approach/strivetogether-framework

* 이 글은 서울시NPO지원센터 아카이브에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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