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늦가을 아침, 지하철역
바쁘게 회사를 향해 걷다가 눈길이 닿은 구석에는
한때는 쓸모 있었다가
쓸데 없어져 버려진 우산비닐들이 있었다.
(심지어 그 이름을 '우산비닐'이라고 해도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야말로 '내던져진'보다도 못한 '내버려진' 혹은 '내팽개쳐진' '존재'.
잠시 서서 사진을 찍고 잠시 먹먹했는데,
어제 불거진 대기업의 20대 명예퇴직 기사들을 보며 다시 사진첩에서 이 사진을 꺼내보게 된다.
여전히 수많은 건물 앞에는 아직 펼쳐지지도 못해 본 수많은 우산비닐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을 텐데
이렇게 하릴없이 차갑고 젖은 바닥에 구부리고 누워있다.
쓸쓸하게.